썰을 풀기 전에 한가지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이 나라 꼬라지가 이 모냥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으며, 전 그 중에 한가지 주요 이유를 짚는것입니다.
모든 것을 여기에 맞추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먼저 알려드립니다.
한 가지 질문.
당신이 직장인이라고 가정해봅시다.
나이는 30대 중후반의 평범한 샐러리맨이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가장이라고 해 봅시다.
늘 바쁘고 힘들고 윗사람 눈치보이고 짜증나는 직장생활이지만
어차피 인생이 다 그런거 아닌가... 하며 나름 열심히 직장에 다닙니다.
대학생 시절 당신의 꿈은 프로그래머.
지금 회사도 원래는 프로그램 개발직으로 입사했지만,
사원 시절 회사내 인사발령으로 현재 적성과 잘 맞지 않는 총무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에게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불쑥 떠오릅니다.
늘 사용하던 사무용 프로그램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엄청난 아이디어...!
구글링으로 여기저기 확인해보니 이런 아이디어가 적용된 프로그램이 아직 개발된 바 없음을 확인합니다.
성공 확신이 100%는 아니지만, 그 프로그램만 개발에 성공한다면 국내에서 수십억, 세계적으로 수백억은 벌 수 있는것 같습니다.
밤낮으로 열심히 작업한다면 반년정도면 개발 완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질문.
과연 당신은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이 엄청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불행히도 정답은 "NO"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당신은 직장이 없는 상태로 6개월 버텨보겠다는 도전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직장을 그만두게되면,
1. 매달 백만원에 달하는 아파트 대출 원금+이자를 갚을 수가 없습니다.(주거문제)
2. 직장 의료보험이 없어지게 됩니다. 처자식뿐만 아니라 부모님까지 당신의 의료보험 부양가족에 있는데 어찌할까요..?(의료문제)
3. 당신 아이들의 학원비 등 교육비는 어찌할까요.(교육문제)
4. 최악의 경우 식비도 없어 굶을 수도 있겠지요. 당신 부부야 그렇다치고 애들을 어떻게 굶기겠습니까.(최저생계문제)
5. 프로그램 개발에 실패할 경우, 다른 직장에 긍방 취직하게 될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환장할 노릇입니다.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는 아이디어가 머리속에 있는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그걸 포기하고 그저그런 삶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
단순한 하나의 예를 들었지만 이 하나의 예에는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가 들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와 같은 나라의 국민이었다면
당신은 결국 그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하여 엄청난 부를 손에 쥐었을지 모릅니다.
만약 프로그램 개발에 실패하였다 하더라도, 별 문제없이 인생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나라들은 복지 정책으로서 주거, 의료, 교육, 최저생계를 다 해결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직장에서 힘든 이유는 우리나라가 복지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사업무가 당신의 적성과 전혀 맞지 않아 고역인 경우에도,
상사에게 더러운 일을 당해도,
회사가 저지르는 부정한 일들을 목격해도,
당신에게 이상한 일들을 하도록 강요해도,
당신은 순응할 수밖에 없으며
당신의 정의감에 반하는 당신 조직이 저지르는 사회범죄에도 가담하거나 묵인하게 됩니다.
복지가 없는 나라에서 내부고발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생을 걸고 해야 하는것입니다.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 투명도가 높은 이유는 국가가 복지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나라들의 회사나 조직이 부정을 획책하다가는 바로 내부고발자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내부고발자는 그 일로 회사에서 짤리더라도 자신과 가족이 먹고사는데 별 지장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보수층이(라고 쓰고 기득권이라 읽는다) 복지 정책을 싫어하는 이유는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복지를 주면 당신이 더이상 그들에게 복종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제공하는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순간 당신이 아주 곤란해지도록 만드는게 그들의 목표입니다.
직원이 돈을 모으는걸 회사 오너들은 싫어합니다.
유능한 직원은 자기 사업을 할만큼 돈을 모으면 회사를 나갑니다.
말 잘듣는 직원이 통장에 잔고가 쌓이면 (즉 믿는 구석이 생기면) 회사의 말을 잘 안듣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나라는 복지를 없애고, 기업은 월급쟁이들이 직장을 그만둘 수 없을 수준으로만 딱 맞춰 월급을 주는 것.
능력보다는 말 잘듣는 충성스런자들을 임원에 앉히고 높은 연봉을 줌으로써 당신들의 성공 롤모델로 삼도록 강요하는 것.
국정원에는 정의로운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까?
거기도 소명의식이 강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상당히 많겠지요.
다만, 자기 인생, 자기 가족 구성원들의 인생을 걸고 진실을 얘기할 만큼의 정의로운 사람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국정원 행태와 관련한 소소한 내부정보는 이미 퇴직한 직원들로부터만 나오는 것이지요.
이 사회의 보수층은 누군가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이 걸어야 하는 사회로 만드는것이 목표인 것 같아 보입니다.
복지국가가 된다는 것은 이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부자가 될 기회, 그리고 당신의 적성에 맞는 직장, 즐거운 일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입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 즐거운 일을 하게되는데 그 나라의 경쟁력이 나쁠 수 있을까요?
우리보다 일도 훨씬 적게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복지국가 얘기가 나오면 시기상조니, 국가 예산이 어떠니, 경제성장에 해롭네 등등의 한심한 얘기들만 하는걸보고
갑자기 욱...해서...
중년의 아저씨가 꼰대소리 한번 해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핀란드의 Angry Birds 개발사인 Rovio Entertainment사의 임원소개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