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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45417
    작성자 : 무도빠란다
    추천 : 29
    조회수 : 3294
    IP : 39.113.***.213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3/04/08 22:26:40
    http://todayhumor.com/?panic_45417 모바일
    4년전(어플펌)


    때는 바야흐로 2002년 여름.

    한창 월드컵의 후폭풍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던 그 무렵이다.

    나는 당시 대학교 1학년 02학번 새내기였다.

    그 날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부터 두통이 있었다.

    휘적휘적 일어나 물 한잔 마시고 화장실을 향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머리가 어질어질 한것이 기분이 묘햇다.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거실로 나왔는데.

    거실안의 풍경이 조금씩 빙빙 돌았다.

    '아.. 왜 이러지..'

    나는 두통 때문인가 싶어서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뺨도 때려봤지만..

    그 순간만 괜찮았고 곧 다시 어질어질 거렸다.

    속도 메스껍고... 뭔가 불쾌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말로 설명 할 순 없지만 비위에 거슬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 아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나는 뭘 먹을 생각도 전혀 하지 못하고 다시 내 방으로 갔다.

    ' 아.. 한숨자면 나을려나..'

    그리곤 엎어져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누웠는데.. 나와 베개.. 이불을 중심으로 세상 전체가 빙빙 돌았다.

    참 묘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
    ...


    ...


    얼마나 지났을까..

    엄청난 땀과 함께 나는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몸에서는 식은 땀이 줄줄.. 말그대로 흘러내렸고.. 입에서는 가쁜 숨이 터져나왔다.

    나는 일단 거실로 나왔는데..

    그 때 부터 일이 벌어졌다.

    거실로 나오자 거실안의 풍경이 기묘하게 보였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거실로 나온 뒤 미친듯이 높은 곳을 찾았다.

    미친놈 처럼 에어콘 위쪽을 훑어 보고 식탁 위로도 올라갔다.

    속으로 ' 내가 왜 이럴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내 몸은 정말 자동적으로 높은 곳을 찾았다.

    집 안에서 높은 곳을 찾는거 자체가 우습고 말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나는 식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뛰어다녔다.

    ' 어디로 가지.. 에어콘 위는 너무 좁아..'

    '장롱 위로 갈까.. 아냐 거기는 물건이 많아..

    '어디로 가지.. 어디로 가지..'

    나는 순간 내 방에 있는 옷장을 떠 올렸다.

    '헉.. 헉..'

    내 방으로 곧장 달려간 나는 바로 옷장위로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머리는 전혀 명령을 내리지 않았지만.. 몸이.. 내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였다.

    옷장문을 열고 턱을 밟아서 올라가려고 하려는데.. 너비가 너무 작았다.

    올라가기 전에 옷장이 앞으로 넘어 오려고 해서 나는 포기하고 시선을 돌렸다.

    그 때 전신거울이 보였다.

    내 방에는 전신거울이 있었는데.. 밤에는 무서워서 뒤집어 놓고.. 아침이 되면 다시 돌려놓았었다.

    거울을 무심코 보았는데.


    ..
    .

    난 지금도 그 순간의 내 얼굴을 잊을 수 가 없다.

    얼굴을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고.. 핏발 선 두눈 에선 눈물이 줄줄 쏟아졌다.

    얼굴은 기묘하게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는데..


    한동안 그렇게 울면서 거울을 바라 보다가 곧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책상이 생각보다 높지는 않았지만.. 난 어쩔 수 없이 책상을 택했다.

    미친 듯이 책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곤..
    ..
    ..

    마치 뒤로 다이빙 하는 수영 선수 처럼.

    온 몸을 쫙 편 상태로 뒤로 뛰어내렸다.


    '철퍼덕'

    등부터 충돌했는데.. 모진 고통에 한동안 숨도 쉴 수 없었다.

    한 3분인가 그렇게 있다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일어서서 다시 거울을 봤는데..

    그 곳에는 여전히 일그러진 얼굴의 내가 울고 있었다.

    한참 거울을 보고 있자니..

    점점..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일그러진 얼굴도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고.. 소매로 눈물도 닦아냈다.

    다시 거울을 봤을 땐 비록 형편없이 변한 몰골이지만..

    분명 예전의 내 얼굴이 있었다.


    다시 거실로 나왔다.

    다행이었다.. 아까처럼 높은 곳을 찾지 않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심코 시계를 쳐다보았다.

    뻐꾸기 시계는 밤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티비를 켜려는데.. 바로 그 순간..

    무엇인가가 내방에서 후다닥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지만..

    후다닥 소리가 들리자 마자 나는 곧바로 현관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신발도 신지 않고 미친 듯이.. 정말로.. 미친놈 처럼 뛰었다.

    도로가 나오고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헉.. 헉..'

    그제서야 뜀박질을 멈추고 바닥에 주저앉았는데..

    앞에 웬 할머니 한분이 내 뒤쪽을 멍하니 보고 계셨다.

    순간 반사적으로 고개를 훽 돌렸다.

    저 멀리서.. 색동한복 같은 것을 입은 꼬마 여자애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여자애의 두 손이 앞으로 나란히를 하고 있었는데..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 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바로 뛰었다..

    뭉툭한 것이 밟혔지만 아픈 것도 몰랐다.

    미친놈 처럼 무단 횡단을 하고.. 차가 달려오건 말건 멈추지 않았다.

    눈 앞에 X데 백화점이 보였다.

    주위에 제법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백화점쪽으로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 순간 만큼은 색동옷 입은 여자애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저 백화점에 가야만 내가 살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었다.

    이읔고 백화점 정문쪽에 회전문이 보였고.. 나는 미친듯이 열고 들어갔다.



    백화점 안은 따스했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따뜻한 형광등 불빛아래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털썩 주저 앉았는데.. 곧바로 경비원 둘이 달려왔다.

    그 때서야 발을 봤는데.. 발바닥 전체가 검붉었다..

    터지고 찢기고 가관도 아니었지만.. 기이하게도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경비원들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하기사 웬 미친놈 하나가 맨발로 뛰어 들어왔으니..

    "죄송합니다.."

    나는 대충 사과하고 다시 백화점 밖으로 나왔다.

    내 맘은 차갑게 가라 앉았고.. 더이상의 무서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냉철한 이성이 다시 내 몸을 지배했고.. 그제서야 나는 약간의 부끄러움이 생겼다.

    곧바로 집으로 걸어갔지만.. 더이상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발을 치료하고 곧바로 잤다.
    ..
    .
    .
    .
    .
    .
    .






    나중에 사주를 보러 철학관을 찾은 일이 있었는데..

    그 때 겪은 일을 다 말씀 드렸더니.. 사주 봐 주시는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니는 천만다행인 줄 알그라.."

    "왜요?"

    "니가 그때 귀신이 씌였던기라.. 귀신이 니 한테 올라카니까.. 니 수호령들이..

    니를 지켜준기라.."

    ".........."

    "니가 그때 자꾸 높은 곳에 갈라켔제?"

    "네.."

    "수호령들이 니를 높은곳으로 끌고 가서 떨어 뜨린기라.. 탁 하고 그 충격으로 귀신

    쫓아 낼라고.."

    "아.."

    그제서야 나는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수호령의 존재가 새삼 고마웠다.

    사람에게는 각기 수호령이 있어서 나쁜 영들을 쫒고 자신을 지켜 준다고 했다.

    수호령이 보통 한두명 많으면 세네명 까지도 있다고 햇는데.. 대개가 조상님들 이라고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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