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11월 5일 촛불 집회는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집에서 뉴스로 보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삼삼이가 폴짝폴짝 뛰며 외쳤다.</div> <div> </div> <div>"와!! 생일 파티한다!! 생일 파티한다!!"</div> <div> </div> <div>"삼삼아 생일 파티 아니야 저건 촛불 집회야.."</div> <div> </div> <div>"아니야.. 생일 파티야!!"</div> <div> </div> <div>3살 아이를 앉혀 놓고 대통령이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그 사람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라고 설명하고 있을 때 와이프는 그 모습을</div> <div>흐뭇하게 바라보며 </div> <div> </div> <div>"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야지.." 그리고 내가 "그럼 네가 3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봐.." </div> <div>라 했을 때 와이프는 아! 밥할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지식 전달은 아빠의 몫이다.. 라며 조용히 자리를 비웠다. </div> <div> </div> <div>11월 12일 아직도 촛불 집회를 생일 파티라 굳게 믿고 있는 삼삼이를 데리고 종로로 향했다. 마음속으로는 이번 주는 촛불 집회이지만</div> <div>다음 주에는 제발 하야 파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삼삼이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혀 짧은 목소리로 생일 쭉하합니다~ 라는 노래를 계속</div> <div>부르고 있었다. 종각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이 "생일 축하합니다!" 를 외칠 거로 생각했던</div> <div>삼삼이는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니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인파의 물결에 충격을 받았는지 겁을 먹고 엄마에게 안겨 계속</div> <div>"집에 가자.. 집에 가자.." 라며 울고 있었다. (나중에 와이프에게 들었는데 삼삼이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모여 있어 겁을 먹었다고 했다.)</div> <div> </div> <div>와이프는 내게 "오빠라도 꼭 참여해. 오늘 늦더라도 이해해줄게.." 라며 혼자 나를 남겨두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했다.</div> <div>결국 나 혼자 사람들을 따라 광화문 쪽으로 향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로 처음 참여하는 집회였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div> <div>광화문 교보 근처에 잠시 멈춰 앉아 있는데, 내 근처에 앉아 있던 어떤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걸었다.</div> <div> </div> <div>"혹시 성성씨 아니세요?"</div> <div> </div> <div>"어.. 맞는데.."</div> <div> </div> <div>이 아저씨 누구지. 초면인 거 같은데 어떻게 내 이름을 정확하게 알았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그 아저씨는 자신의 정체를 고등학교 동창이라</div> <div>밝혔다. </div> <div> </div> <div>"이야.. 맞구나 긴가민가 싶어서 아까부터 말을 걸어볼까 했는데 어떻게 너는 고등학교 때랑 하나도 안 변했냐!!"</div> <div> </div> <div>"미치ㄴ놈아 박근혜 지지율처럼 5%밖에 남지 않은 내 이마의 머리숱을 보고도 그딴 말이 나오냐.." 이렇게 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난 이 아저씨 </div> <div>아니 이 녀석의 이름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div> <div> </div> <div>"아.. 그런가.. 고마워.. 너도 오늘 집회에 나왔나 보구나..."</div> <div> </div> <div>"그럼.. 우리 가족 다 같이 나왔지. 애하고 애엄마는 잠깐 서점에 갔어.."</div> <div> </div> <div>"아.. 우리 애는 아직 어려서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걸 처음봐서 무서웠나 봐. 자꾸 집에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집에 갔어.."</div> <div> </div> <div>"이야.. 이게 몇 년 만이냐..."</div> <div> </div> <div>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보는 나를 보고 반가워하는 녀석에게 "실례지만 너 님의 이름은 뭐예요? 풀네임 공개가 어려우면 초성이라도.." 라고</div> <div>물어볼 수는 없었다. 녀석과 지금 사는 이야기, 그리고 길라임 욕을 찰지게 할 때도 내 머릿속에는 "이 녀석의 이름이 뭐였더라..." 라며 </div> <div>지난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두뇌 풀가동을 하고 있었다. 여러 이름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div> <div> </div> <div>"곽만근? 아니야.. 그건 점심에 들렀던 갈비탕집 이름이야.. 김** ? 이건 우리 사장님 이름이고.." 도무지 녀석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div> <div> </div> <div>그때 녀석이 이제 서점에 있는 가족에게 가봐야겠다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하자며 내 연락처를 물었다. </div> <div>내 전화번호와 이름을 자연스럽게 저장하는 녀석을 보며 내가 녀석의 이름을 입력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하지.. 라고 고민할 때 </div> <div>순간 번득이는 생각이 났다. </div> <div> </div> <div>"내가 지금 네 말이 잘 안 들려서 그런데 네가 직접 내 전화기에 입력해줄래?" 나의 연기는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div> <div> </div> <div>녀석은 흔쾌히 내 전화기로 자신의 번호와 이름을 입력했다. 한 글자씩 입력되는 녀석의 이름을 보면서 "아.... 이 녀석이었구나.."</div> <div>라며 녀석의 이름을 부르며 다음에 꼭 술 한잔하자고 약속했다. </div> <div> </div> <div>다음에 녀석과 술자리가 생기면 잊지 않고 녀석의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그럼 녀석이 나에게로 다가와서 꽃이 되는 건가.. 덜더덜..</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