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와이프와 사귀기 전 내가 처음 고백했을 때 와이프는 "죄송합니다. 대리님 아직 제가 누굴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라며 나의 사귀자는 제안을 </div><div>정중히 거절했었다. (우리 부부는 사내커플이었다.) </div><div>그리고 두 번째 사귀자고 제안했을 때는 "대리님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저한테 무슨 불만 있으세요?" 라고 강경하게 거절했다. </div><div>하지만 그녀의 매력에 헤어나올 수 없던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과 두들겨 맞을 각오로 세 번째 고백 했을 때 와이프는 "그럼 딱 세 번만 </div><div>데이트해보는 거에요." 라고 말한 뒤 세 번의 데이트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이국적인 태국인의 마력의 늪에 빠져 연애와 결혼의 과정을 거쳐 18개월 된 </div><div>아들을 낳고 현재까지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div><div> </div><div>와이프의 이상형은 나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처녀 시절 와이프의 이상형은 키 크고 (와이프가 키가 큰 편이라..) 덩치가 좋고, 목소리가 좋은 </div><div>남자가 와이프의 이상형이었다. 와이프의 이상형을 듣고 처음 떠올린 인물은 이태리의 '루치아노 파바로티' 영감님이었다. </div><div>그리고 지금 와이프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원빈, 강동원, 정우성 등 남자가 봐도 반할만한 잘 생긴 꽃미남이 아닌 조진웅(요즘 살이 많이 빠졌다고 </div><div>걱정하고 있음), 곽도원, 마동석 등 체격이 좋고 목소리 좋은 배우들이다. </div><div> </div><div>그리고 야구를 좋아하는 와이프의 이상형은 한동안 펑퍼짐한 엉덩이의 홈런치고 뒤뚱뒤뚱 달리는 모습이 귀여운 나지완과 야구계의 꽃미남 </div><div>꽃범호 선수였는데, 얼마 전부터 야구계에 느림의 미학을 전파하고 있는 뒤태가 섹시한 유희관 선수로 바뀌었다. </div><div> </div><div>하지만 나의 외모에서 와이프를 만족하게 하는 건 키 밖에 없었다. 와이프는 나를 자신의 이상형처럼 만들고 싶은지 연애할 때부터 운동을 하라고 </div><div>권유했다. 그녀는 내게 '운동하고 나서 땀을 닦는 남자의 모습이 멋있다.', '오빠는 근육으로 10kg 정도만 불리면 어떤 여자가 봐도 반할 거다.' </div><div>'오빠는 사계절 내내 구릿빛 피부라는 장점이 있어 몸짱이 되면 인기 많을 거야.' 등의 말도 안 되는 쓸데없는 감언이설로 나를 유혹해 결국 헬스 </div><div>클럽에 등록하게 하였다. 하지만 나는 운동과는 거리가 먼 저질 체력이어서 일주일 운동한 뒤 몸살이 나서 회사까지 결근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div><div> </div><div>"봐.. 난 신생아 체력이라니까. 걷는 거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야지 기어 다니는 아기를 러닝머신에 올려놓은 거랑 똑같다고 했잖아."</div><div> </div><div>"설마 오빠의 체력이 이 정도 일줄 몰랐어. 그동안 어떻게 살았길래..."</div><div> </div><div>"평소 격렬하게 숨 쉬지 않고, 뛰는 걸 삼가며 운동, 특히 구기 종목을 피해 다니면서 잘 살았지."</div><div> </div><div>그리고 와이프는 뭔가를 결심했는지 그 다음 날부터 나의 식단은 완전히 바뀌었다. 아침을 거르는 내게 아침부터 베이컨과 삶은 달걀이 들어간 </div><div>샌드위치를 우유에 말아 먹게 만들었고(심지어 꼬리곰탕 국물에 베이컨 샌드위치를 말아 먹으라고 한 날도 있었다.) 그리고 퇴근하면 매일 같이 </div><div>각종 고기를 구워 쌈을 싼 뒤 내 입에 강제로 쑤셔 넣었다. 그리고 정확히 11시가 되면 부부간의 대화를 핑계로 치맥을 복용시켰다. 이런 기름진 </div><div>식생활을 일주일 정도 한 뒤 나는 와이프에게 사정을 했다.</div><div> </div><div>"야.. 제발 이제 그만 하자. 나 느끼해서 못 살겠어. 하루 이틀은 견딜 만 했는데 이제 고기 냄새만 맡아도 현기증 나려고 그래.."</div><div> </div><div>"오빠 딱 10kg만 불리자. 오빠 키에 그 몸무게는 너무 심해. 그리고 다들 결혼하면 살이 찐다는 데 왜 오빠는 살도 안 찌는 거야?"</div><div> </div><div>'너도 네가 요리한 음식을 같이 먹었으니, 그 이유를 네가 가장 잘 알 텐데...'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5kg 아령을 들고 있는 와이프에게 잘못 </div><div>말했다가 분홍색 아령이 내 머리에 박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참았다. </div><div> </div><div>결국, 약속했던 72kg를 만들 때까지 와이프가 주는 대로 군말없이 먹기로 했다. 와이프는 내가 질리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는지 정성스럽게 </div><div>매일 다른 식단을 내게 제공했고 (심지어 할 게 없으면 참치캔에 밥을 비벼서 주기도 했다.) 나는 빨리 72kg를 만들어서 이 지옥 같은 육식생활에</div><div>벗어나려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디지털 저울이 72kg를 찍던 그 날 거울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태국산 둘리가 '호이'하고 서 있었다.</div><div> </div><div> </div><div>** 와이프에게 어제 "아직도 이상형이 체격 건장하고 목소리 좋은 남자야?" 라고 물었다. 와이프는 "그건 어렸을 때 이야기고..."</div><div>웃으면서 "요즘은 말랐지만 배는 오뚝하게 나오고 머리숱 없는 남자가 점점 끌리네.."라고 했다. </div><div>과연 그런 완벽하고 멋진 외모를 가진 그 새끼가 누군가 생각했다. 바로 나였다. </div><div> </div><div>와이프에게 미안한 건 나의 총각 때 이상형은 임수정같이 생긴 여자이고, 지금도 그러하다. </div><div>사람의 이상형이 변하면 안 되지.. 암.. 변하면 안되..</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