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때 였나? 일병 때 였나? 하도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안나는데
아무튼 친구는 저보다 4~5개월 먼저 군대에 갔습니다.
군에서도 서로 편지도 주고받고 제가 휴가 나가면 꼭 그놈에게 면회를 갈 정도로 친한 친구였는데
우연찮게 휴가가 겹쳐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코가 삐뚤어지게 술도 먹으면서 휴가를 보냈습니다.
제가 먼저 복귀를 하게 되어 터미널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갑자기 "야 니 시계는 어쩄노?" 하는 겁니다.
그 순간 '아차!' 싶은게 집에다 놔두고 온 시계가 생각났습니다.
전역하신분들은 아실껍니다. 시계가 어떤존재인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자기 손목시계를 풀러 저에게 주면서 "이거라도 가져가라."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마 니는 우짜고 내한테 주노. 되따마 그냥 갈란다." 라고 하니 "야 이거 차고 가라. 나는 집에가면 또 있다"
라며 억지로 손에 쥐어주더군요.
자대복귀 후에 저는 친구가 준 시계 덕분에 군생활을 잘 마칠수 있었고 저는 그 시계를 군 전역하는 날까지 차고 집에다가
고이 보관해 놓고 있습니다.
비싸고 성능이 좋은 시계는 아니었습니다만 친구 자신도 자대에서 생활하는데 있어 정말 필요한 것을 서슴없이 제게 주었다는 마음이
고맙더군요.
지금도 그친구와는 베프로 지내고 있지만 그때 그일로 고맙다는 말을 못한게 생각이 나네요.
오늘 당장 전화를 걸어 그때 정말 고마웠다는 말을 해야겠습니다. 둘다 갱상도 남자라 제가먼저 '그때 고마웠데이' 라고 하면
서로 닭살 돋을꺼 같으니까 이런 저런 얘기로 얼을 빼놓고 타이밍을 노려야 겠습니다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