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있었다.

그들은 누구만큼이나 평탄한 듯 우여곡절이 거듭된 삶을 살아왔다. 

말 못할 고민에 힘겨워하기도 했고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기쁨에 감격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의 길을 걷던 어느 날, 남녀는 서로와 만났다.

남녀는 연인이 되었다.

연인이 있었다.

그들은 인연 속의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 속에서 행복을 느꼈다.

시간을 공유하던 연인은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함께 인연을 이어가기로 한다면 더욱더 행복해지리라 생각했다.

연인은 친인척과 친구들 앞에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겠노라 공인했다.

연인은 부부가 되었다.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밝고 아름다운 부분과 어둡고 추한 부분을 서로에게 드러냈다. 

말 못할 고민은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기쁨은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들만의 삶을 살던 부부는 머잖아 또 다른 이를 그들의 삶 속에 초대했다.

부부는 부모가 되었다.

부모가 있다.

그들은 여태까지 겪어온 고민과 방황을 나침반 삼아 가족이 나아갈 길을 택하고 

인생 속에서 나눠온 희로애락으로 가족의 울타리 안을 따듯하게 채운다.

한 쌍의 남녀였고, 연인이었으며, 부부였고, 이제는 부모가 된 그들의 삶은 

이제 각자나 서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 흐른다.

아이가 있다.

두 인생을 영양분 삼아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는 

조만간 누구만큼이나 평탄한 듯 우여곡절이 거듭된 삶을 살아가고,

짝을 만나 한 쌍의 연인이 되었다가,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되어

또 다른 아이에게 인생을 물려주리라.

아니면 그냥 유머 사이트에서 (19)라고만 적힌 글을 찾아서 읽는 모태솔로가 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