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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정치쪽으로만 집중된거 같아서 머리를 좀 시키자는 의미로
내 인생사 중 레전드 하나를 풀어보려 한다.
때는 90년대 초등학교 5학년 ~ 6학년 으로 추정된다. 책에 한참
빠져있던 나는 월간 '학생과학' 이라는 청소년 과학잡지에 빠져서 정신이
없던 때였다. '세상에서 가장 큰 뚱보', '물구나무 서서도 소화가 될까'
등과 같은 화제로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던 아주 고마운 잡지였고
특히 안에 있는 단조롭고 잼없는 만화중에 하나인 성교육 만화가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다.
그날도 난 부모님 일하시는 곳으로 가서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핑계로
2,500원을 받아 '학생과학'을 사서 천천히 읽으면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너무 잼있어서 오로지 책만 보면서 15분 거리를 40분 이상
걸어갈 정도니 엄청 천천히 걸어 간거다.
근데 천천히 걸어가다가 더이상 앞으로 안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발을 좀더 세게 굴러서 앞으로 갔더니 조금 더 가고서는 딱 멎췄다.
주위에서는 여기저기 웃는 소리가 나고 책에서 눈을 땠을 때 나는
이미 건너지 말 강을 건너고 말은 상황이었다.
당시 동네에 전봇대가 참 많았었는데 가끔 전봇대와 지면과 연결된
꽈배기 처럼 꼬인 굵고 튼튼한 철선이 있었는데 내가 책만 보고
가다가 그 사이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간 것이었다.
5시 정도여서 귀가 하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막판에 내가 도움닫기를
했던 터라 확 끼어서 도저히 다리를 들어서 한번에 거기서 나올
수가 없었다. 이미 늦었다.
길에 걸어가면서 책 읽으면 위험하다고 어머니가 누누히 말씀해 주셨었는데.
괜춘하면 추천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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