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규 용인시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용인경전철을 위해 일하는 남편을 둔 40대 주부입니다.
어제 저녁에 남편이 커다란 종이박스 2개를 들고 퇴근했습니다. 대략 짐작은 했지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오늘부로 용인경전철 직원 164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기에 관리자인 남편도 사표를 내고 짐을싸서 퇴근했다고 하더군요. 공식적인 해고일자는 2/11일이지만 사무실에 전기가 차단되고 난방도 꺼진데다 인터넷도 끊겨서 출근해도 업무를 볼 수 없으니, 회사에서는 이제부터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구직할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했답니다.
새로 당선된 용인시장님이 경전철 개통에 반대하고 있어 자칫하면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벌써부터 고민하던 남편을 보면서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막상 해고되었다고 짐을 싸들고 오니 너무 황당해서 말문이 막히네요. 남편이 용인경전철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4년반이 넘었는데 멀쩡하게 완공된 경전철을 운행도 제대로 못해보고 실직을 당했으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지난 2006년부터 남편이 경전철에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사실 저는 서운했던 적도 많습니다. 그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는 거의 제시간에 퇴근 했었는데 경전철에는 무슨 일이 그렇게 많은지 밤늦게 퇴근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집안에 급한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해도 회의다 뭐다해서 핸드폰도 제대로 받지않아 부부싸움도 자주 했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유방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는 날에도 병원에 겨우 2시간 지켜보다가 마취에서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경전철 시운전 준비를 한다고 현장으로 달려 갔습니다. 수술 이후에 시행된 8개월 간의 항암투병도 용인경전철 때문에 남편의 도움조차 없이 거의 혼자서 버텨내야 했습니다. 제 몸이 아프니까 고1, 고3 아이들은 시간제 도우미가 챙겨주는 밥만 얻어먹는 처지로 1년을 보냈으니 그동안 제가 남편을 얼마나 달달 볶았겠습니까?
제가 심하게 화를 낼 때면 남편은 언제나 입버릇처럼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용인경전철은 대한민국 최초의 무인경전철이다. 비록 우리가 분당에 살지만 개통이 되면 당장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에버랜드에 놀러갈 때 이용할 것이고, 머잖은 장래에 우리 손자, 손녀가 탈것이기 때문에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경전철을 짓기 위해 목숨바쳐 일하고 있다. 지금은 집안에 나쁜 일이 생겨 우리가 힘들지만 미래를 위해 이해해 달라"
용인시장님, 어쩌면 아내보다, 자식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용인경전철을, 저렇게 대책없이 버려두고 지난달에 해고되었던 30명 시설직과 164명 운영직원들과 함께 이제 제 남편은 경전철 현장을 떠납니다만 용인시민을 위해 어떤 선택이 가장 현명한지를 심사숙고 하시기 바랍니다.
용인시장님께서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지연전술은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160억이나 든다고 했던 ‘동백지구 소음방지벽’도 시행사가 떠나면 용인시가 떠안아야겠지요.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있더라도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결국에는 용인시도, 용인시민도, 민자투자자도 모두 손해를 입게되는 Loss-Loss 게임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제 남편을 포함하여 200명이 넘는 경전철 관련 직원들은 이미 정리해고라는, 개인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말았습니다만 지금부터라도 ‘용인경전철을 조기에 개통하되 활성화를 통하여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차 심사숙고하셔서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혹시라도 조기에 개통 준비가 다시 시작되면 아직까지 재취업을 못한 경전철 직원들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셔서 용인경전철에 재취업할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3년간 무인경전철 운영유지 기술교육을 받았던 경전철 직원들을 한사람이라도 더 재고용하면 용인시민, 경기도민 나아가 경전철을 타게될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될겁니다.
시장님의 현명한 판단을 지켜보겠습니다.
졸지에 정리해고 당한 경전철 직원 아내 올림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8690 용인경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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