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입니다. 참고로 저는 남자입니다.
22년 인생에서 여동생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해 본 적이 손에 꼽습니다.
조금이라도 잘해주고자 말이라도 건네면 단번에 짜증내면서 맞받아치고, 그걸가지고 뭐라고 하기라도 하면 온갖 욕은 다 쏟아내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부술 기세로 쾅 닫고 그 안에서 몇 시간이고 나오질 않는 것이 저희 동생과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자 패턴입니다. 그렇게만 있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평소에도 제가 같이 앉아있기만 하는것도 적의를 내비치면서 혐오를 드러내는게 일상입니다.
혹시 제가 뭘 잘못해서 그러는 거 아니냐고요? 저도 제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저 청소를 위해 TV보는 동생이 두르는 담요를 살짝 치우기만 해도 대번에 도끼눈을 하면서 저를 발로 찹니다. 제가 그러다 화가 나서 툭툭 건들기만 해도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오빠가 한 대 치려고 한다고 일러바치거나(어렸을 땐 이게 많이 먹혔습니다. 아무래도 동생보다 큰 오빠가 때린다는 말에 눈이 뒤집히지 않는 부모는 없겠지요, 하지만 요즘엔 저희 부모님들도 다 알아서 저를 혼내지 않거나 오히려 사태파악을 해서 동생을 혼내기 때문에 요즈음에는 잘 안쓰는 방법입니다.) 독기를 품으면서 저를 방구석으로 몰며 짓밟듯이 저를 발로 찹니다. 물론 저는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여자애가 때려봤자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맞고만 있는데도 제대로 대응 한 번 하지를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괴롭습니다.
'매 맞는 남편'이란 문제가 사회에 대두되는데 예시를 보거나 소재로 한 드라마들(주로 사랑과 전쟁에 많이 나오더군요)을 보면 그렇게 공감이 갈 수 없습니다. 남편을 무시하고 언어폭력을 가한 채 신체적 폭력과 남편의 가치를 매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어찌 그리 저와 제 동생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는지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동생을 때린 적은 없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당연히 있지요.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일들입니다. 그 후의 일은 동생이 정말로 큰 잘못을 했거나(저에게, 아니면 다른 사고를 친다던가 하는 일) 하는 일밖엔 없었습니다. 동생을 때린다는 건 머리가 굵어지기 시작했던 청소년기의 저에겐 쓰레기나 하는 짓밖에 안되는 일이라고 인식했고, 왠만하면 말로 차근차근히 풀어서 동생과 대화를 나누려고 했지만 결과는 이렇게 되어 버렸지요.
요즈음엔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거나 한 대 때리는 게 일상화되었습니다. 그럼 다른 사람들에겐 어떠냐, 천사가 따로 없을 정도로 헤헤거리며 잘해줍니다. 알바 같이하는 오빠,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동기, 선배 등등...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무색하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저조차 상상이 가지 않을만큼 잘해주더군요. 그런걸 보는 심정은 직접 당해보지않는 이상 모를겁니다.
결국엔 너무 힘들어서 엄마 손을 붙잡고 펑펑 울어도 봤습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들은 이렇게 말했죠
참아라 지금은 동생이 철이 없으니까 그런거다. 니가 이해를 해라' 하지만, 동생이 20살이 되고 대학교를 가기 시작해도 이러한 대화없는 전쟁은 끝나지않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 쪽에서 진저리가 나 동생의 얼굴만 봐도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게 제 진짜 고민입니다. 매일 잘 때마다 제발 참게 도와달라고 기도를 할 지경입니다.
오유 분들은 여동생과의 대립을 어떻게 풀어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겪고있는 전쟁이 흔한 남매간 싸움인지 알고 싶습니다. 해결책같은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답을 못낼 것 같으시면 사람들이 많이 볼 수있게 추천이라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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