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만 28세로 지방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청년입니다. 노동 강도가 그리 높지 않은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급여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급여 수준은 연 1800여만 원으로 시작해, 4년 차에 들어선 지금 2000만 원을 조금 넘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 수준은 아니나, 대한민국 평균에는 미치지 못하는 급여라고 자평합니다.

그러던 제가 관심을 둔 건 ‘내일채움공제’ 제도, 그중에서도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라는 제도였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는

5년간 청년이 720만 원(월 최소 12만 원)

5년간 기업이 1200만 원(월 최소 20만 원)

3년간 정부가 1080만 원(3년간 7회 분할 적립)

해서, 청년이 720만 원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2280만 원을 적립해 얹혀주는 적금 형태의 제도입니다.

기업과 정부가 2280만 원을 적립해 주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고용 불안, 중소기업 노동자의 열악한 가계 형편 개선을 위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고 있는 저는 이 제도를 누리지 못합니다. 재직 중인 회사가 ‘5년간 1200만 원의 기업 부담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슬프게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못' 하는 것이라는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기업이 그정도의 부담도 지지 못 할 정도의, 자기 경쟁력을 가지지 못 한 게 문제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

분명 이 제도는 높은 물가, 부동산가 등에 치여 힘들어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좋은 제도이지만. 정작 이 제도가 필요한, 절실한 사람들은 누리지 못 하는 상황입니다. 기업 부담금을 부담할 수 있는, 비교적 여건이 나은 회사와 그런 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만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제가 낸 세금으로 저보다 사정이 나은 사람들을 돕지만,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저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했습니다. 정든 회사를 퇴사하고 기업부담금이 없는 ‘내일채움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업에 신입 직원으로 취직하는 게 더 나은 상황입니다.

기업 부담금이 있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정부 예산이라는 게 무궁무진한 게 아닐 테고, 노동자에 대한 지원은 오롯이 정부가 부담할 게 아니라 기업에서도 부담을 해야 하는 게 맞을 테니까요. 하지만 정작 혜택이 필요한 저는 혜택을 누리지 못 하는 상황이기에, 해당 제도의 존재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궁여지책으로 '기업 부담금'까지 내가 낼 테니,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순 없는지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어렵다고 하네요. 불법으로 걸리면 기업이 처벌을 받는다고요. 

절망감마저 드는 오늘입니다.

내일채움공제 사이트

https://www.sbcplan.or.kr/mai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