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랜덤박스 판매에 관해 옹호를 A입장, 반대를 B입장이라고 합시다.
A입장인 사람은 게임을 즐기는것 자체에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입니다.
최소 45,000원이라는 가치를 게임에 투자했고, 그로 인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면 일단 만족하는 부류인거죠.
밸런스에 문제만 없다면 스킨같은 아이템을 어떤 방식으로 팔든지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수집욕은 별개의 문제이고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는게 가장 큰 가치이기 때문에 메인컨텐츠인 게임플레이에 지장만 없으면 됩니다.
돈을 쓰지 않으면 랭크 점수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누구보다도 거세게 들고일어났겠지만, 스킨같은 곁다리에는 한없이 무심하죠.
반면 B입장인 사람은 외형이나 아이템 수집 또한 즐길만한 컨텐츠로서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는 스킨 수집도 중요한 컨텐츠고, 시간이든 돈이든 자신의 자산을 투자하여 소유욕을 만족시키는 것에서도 큰 재미를 느낍니다.
따라서 스킨의 정가판매라면 큰 불만은 없었겠지만, 랜덤박스 방식에 크레딧구매조차 불가능한 상황은 견디지 못하는겁니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시간을 들이기 힘드니 돈으로 쇼부를 봐야하는데, 거기에 10만원이 들어갈지 100만원이 들어갈지 알 수가 없다는거죠.
이 사람들이 게임의 재미를 온전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데, 필요한 예산이 예측이 안되니 크게 들고일어나는 것입니다.
A 입장에서는 일단 게임 밸런스에 문제가 없는 한에서는 회사도 나름 지속적인 수익이 있어야 업데이트도 꾸준히 할테니 랜덤박스를 팔든 뭘 하든 별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고, 논리적으로 크게 틀린 말도 아닙니다. 따라서 자신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설득을 통해 이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B 입장에서는 온전한 컨텐츠를 즐기고싶어도 가용한 예산은 정해져있는 반면 필요한 예산은 예측이 불가능하니 불합리하다고 여기며, 이벤트기간이 짧은데다 직장이나 학업에 매여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도 없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돼버렸다는 생각이고, 여기에도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겁니다. 따라서 역시 자신의 의견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쉽고 설득을 통해 이들의 생각을 바꾸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 두 부류의 생각은 각각 '다르'지만, 어느 한쪽이 '틀린'것은 아닙니다. 게임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어디에 얼마만큼 부여하고있는가 하는 문제이므로 설득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즉, 논쟁 자체가 크게 의미가 없는 상황인거죠.
그래도 이 문제가 세계적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온 만큼 이미 블리자드사에 피드백이 들어갔고, 거기에 대한 코멘트도 이미 나와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유저가 할 일은 다 한거예요. 피드백을 받아서 앞으로 랜덤박스식의 한정판매를 그만두게 될지, 아니면 계속 진행할지는 이제 블리자드의 손으로 넘어간거죠. 다음번에도 같은 형태의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이제 유저가 선택하면 됩니다. 계속 게임을 이용할지, 아니면 접을지, 랜덤박스를 살지, 안살지 결정하는거죠. 그 결과 유저가 줄어들고 매출이 부진하다면 다음부터는 정가제 판매를 할 수도 있고, 뭔가 변화가 있을겁니다. 기업이란 결국 매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소모적인 감정싸움은 그만두고, 블리자드의 입장을 지켜보며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정하면 됩니다. 게임을 이용하되 랜덤박스를 안사는 결정을 할 수도 있고, 그 결과 자신의 재미 기준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자연스럽게 접을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문제없이 이용할 수도 있고, 레벨업 상자에서 한정판 전설이 나오면 좋아서 낄낄대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죠.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그건 상대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며, 게임에 부여하는 가치가 상이할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