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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22709
    작성자 : 자유낙하
    추천 : 20
    조회수 : 1199
    IP : 220.86.***.193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1/19 21:06:38
    원글작성시간 : 2004/01/19 10:19:01
    http://todayhumor.com/?humorbest_22709 모바일
    사랑으로 그린 아픔 _ [♡ 5]



    컴퓨터 학원...


    난 그림과 연과있다는 이유만으로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컴퓨터에 문외한 이었던 나는 기초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정보처리 정규과정을 듣고 있었고 열심히 배웠다.


    하지만 내가 배우는 것들은 베이직,코볼,포트란..


    나중에 알아차린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보처리와 그래픽과는 전혀 무관한걸 그땐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배워가며 나름대로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점점 컴퓨터란 괴물에 빠져 들었다.

    내가 만든 구구단 프로그램에 신기해 했고 배울수록 새삼 그림과 연관해 생각하던 컴퓨터가 그림과 별개로 존재감을 가지고 내 머리를 채워 갔다.

    수업도 수업이었지만 그 외 학원내에서도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컴퓨터에 재미에 점점 더 빠져 들었다.

    윈도우가 나오기 전이었고 도스가 최고의 운영체제였던 시기였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코볼 프로그램에 열을 오렸던 나는 학원 친구들과 용산에서 오더를 받아다가 프로그램을 만들어 심심찮은 용돈벌이도 해가고 있었고 컴퓨터의 매력에서 헤엄치며 그림을 그리던 때에 못지않은 열정을 다시 피울때로 기억되는 시절이다.

    대학생활에 바쁜 희진이와는 자주 보지 못했지만 가끔 연락을 주고 받고는 있었다.

    그러던 차에 희진이의 생일이 가까워 지고 있었다.

    잊고 지내다 문득 ' 이때쯤일텐데... ' 하는 생각에 바라본 달력에서 몇일 남지 않은 희진의 생일을 발견하였고 오랜만에 희진이를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고 그 날을 준비 했다.

    희진이의 생일이 되어 아침부터 나는 분주했다.

    일찍부터 샤워를 하고 학교때보다 많이 자란 머리를 이리저리 가르마도 타보며 어울리지 않는 멋을 내려 부산을 떨었다.



    희진이와의 약속 장소인 명동..

    지금은 없어지고 혼모노 타운이 들어선 그 당시 제일백화점 앞.

    난 주머니 속에 손을 쪼물거리며 담배를 물고 희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만치서 나타난 희진이가 걸어 오고 있었다.

    대학생이되어 오랜만에 보는 희진이는 많이 변해 있어 낮선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낙하 " 오랜만이다. "

    희진 " 그래 많이 멋있어 졌네. "

    낙하 " 멋은 무슨....희진이 네가 많이 이뻐졌는걸."

    희진 " 치! 그럼 예전에는 별루였다 이야기네? "

    낙하 " 아니...그때도 이뻤지.. "

    희진 " 농담이야.. 가자... "



    손목을 이끄는 희진이를 따라 간곳은 유료 주차장이었고 그곳에는 이쁜 빨간색 스포츠카가 한대 있었다.



    낙하 " 네 차야? "

    희진 " 그래...엄마가 입학기념 약속하신거 얼마전에 사주셨어.... "

    낙하 " 그래?...이쁘다... "

    희진 " 타...가자 "



    운전하는 희진이를 한동안 바라보며 희진이에게 알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희진이가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고급 레스토랑 이었다.



    낙하 " 희진아 우리 이런거 말고 ... "

    희진 " 아빠가 예약해주셨어.....들어가자."

    낙하 " ............."



    편하게 음식을 즐기러 오는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모를 무게감으로 위축되어지는 고급 레스토랑 천성적으로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곳인지 들어서며 나는 모든 행동이 부자연 스러웠다.



    희진 " 음식도 아버지가 여기서 제일 괜찮은걸로 이야기 해두셨어..."



    지배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지배인 " 오셨습니까.."

    희진 " 아버지가 말씀해두신거 있죠? "

    지배인 " 네 바로 준비 하겠습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맘속에서 비교되는 희진이와 나의 환경에 격차... 어느새 그사이가 더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며 희진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음식을 먹는 동안 희진이는 자신의 대학생활 이야기를 이야기 해주었고 나는 간간히 대꾸를 하며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희진이가 하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티비에서나 보는 대학생들의 생활과 별반 틀리지 않게 느껴졌고 그다지 흥미를 느끼거나 공감할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간단히 차를 마시며 나는 입을 열었다.



    낙하 " 희진아...즐거워 보여서 보기 좋다."

    희진 " 낙하 넌 어때?..."

    낙하 " 뭐 그냥....그래 "



    말을 하고서 내 머리에는 혼돈이 찾아왔다.


    ' 뭐야...지금 내생활이 챙피하기라도 한거야? 열심히 하고 있잖아 그리고 좋아하는 일이고 '



    낙하 " 아니 많이 좋아....컴퓨터란거 무지하게 재미있더라 얼마 있으면 자격증도 딸거야... "

    희진 " 그래 다행이다... 참 이거 친구가 선물해줬어."



    희진이가 내민 손목에는 꾀 값이 나가 보이는 이쁜 팔찌가 달려 있었다.



    낙하 " 남자친구 생겼니? "

    희진 " 아냐..우리과 단짝 친구 있거든...지수라고 "

    낙하 " 그래...."



    난 좀전부터 조물딱 거리던 주머니속에서 힘없이 손을 빼고 찻잔을 들어 차를 마셨다.



    낙하 " 미안하다. 선물도 준비 못하고.. "

    희진 " 선물은 무슨..네가 생일 기억해준것만도 고마운데.. "

    낙하 " 그래 고맙다. "

    희진 " 우리 이제 머할까? 드라이브 갈까? "

    낙하 " 아니 미안해 가봐야 할거 같아. "

    희진 " 벌써? "

    낙하 " 그래....볼일이 있어서. "

    희진 " 아쉽다...참....다음달에 우리학교 축제 있는데 쌍쌍파티 있거든 그때 와줘 알았지? 남자친구랑 같이 가야한단 말야.....그걸루 생일선물 하는거다... 약속 하는거야... "

    낙하 " 그래..... "



    레스토랑을 빠져나와 바래다 준다는 희진이를 만류하고 헤어져 난 한동안 걸으며 담배만 피워 댔다.


    ' 희진이에게 느끼는 거리감 내 자격지심일까.... '


    주머니에 들어있는 작은 상자를 꺼내 열어 보았다.


    ' 네게 주려고 했는데.... '


    작은 상자 안에는 싸구려 반지 한쌍이 들어 있었다.

    반지를 끼워주면 기뻐하는 희진이 얼굴을 떠올리며 몇시간을 골라서 산 반지인데 희진이가 내밀었던 팔찌...

    브랜드나 악세사리에 문외한이던 나도 알던 명품 팔찌에 주눅이 들어버린 것이다.


    ' 네 마음은 그 팔찌보다 작지 않은거자나... 그런데 왜....'


    이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희진이 앞에서 초라해졌던 내모습에 실망했고 그런 물질적인 것들에 작아지고 꺽여버린 내마음이 결국 이정도 뿐이지에 대한 괴로움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 결국 우린 서로 다른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


    자신없는 내모습에 화가 났고 처음으로 방황했던 고교 시절을 후회했고 이런 현실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것에 화가 났다.

    하지만 그래도 속으로 위안을 삼으며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것은 지금도 난 변함없이 희진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못난 모습만 보이고 있지만....





    희진이의 생일은 그렇게 지나 버리고 나는 다시 컴퓨터 프로그램 공부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희진이는 몇차례 내게 연락을 하고 홍대 축제에 동행할것을 그때마다 다짐을 받았다.


    홍대 축제 당일...


    어머니 " 낙하야...전화 받아라."

    낙하 " 네. "


    낙하 " 여보세요. "

    희진 " 나야.... "

    낙하 " 아침부터 무슨일이야?"

    희진 " 너 잊고 잇었지? 오늘 약속. "

    낙하 " 약속? 아 너희 축제? "

    희진 " 그래. "

    낙하 " 아냐...잊기는. "

    희진 " 암튼 오후6시에 학교 정문에서 보자. 참.... 쌍쌍파티 때문에 그런데 되도록 정장이믄 좋겠는데..

    낙하 " 정장씩이나? 몰라...암튼 이따가 보자..끊어 "



    희진이의 말에 정장을 찾아 입을까도 했지만 왠지 어색하고 또 입을만한 정장도 없었기에 그냥 늘상 입던 청바지에 평상시 아끼던 셔츠와 점퍼를 걸치고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 공부를 마치고 홍대정문에 도착해보니 약속시간보다 30분가량 일찍 도착했다.

    주위사람들이 꽃을 많이 들고 다니길래 한다발 살까하다가 왠지 멋적은 생각에 그만 두고 홍대 정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 아직도 그대로군....나만 변한건가? '


    그때 다시 본 홍대 정문도 역시 나의 지난 꿈에 상징이었지만 이제 지난번 처럼 가슴이 많이 아리고 아프진 않았다.

    그저 꿈꿔왔던 상징으로서의 홍대 정문에 나만이 볼수 있는 내꿈의 표식을 보며 감상에 젖을 따름일뿐 이었다..



    낙하 " 왔구나. "

    희진 " 많이 기다린거야? "

    낙하 " 아냐.. 내가 일부러 일찍 왔어. "

    희진 " 그래? 들어가자."



    고교시절 근처 대학축제때 놀러가서 돌아다니던 기분과는 달리 희진이와 함께 걷는 홍대 캠퍼스는 잊었던 다짐 하나를 떠올리게 했다.


    ' 입학하기 전까지는 들어와보지 않겟다고 다짐했었는데.. 그땐 '


    그림을 그리다 힘들고 마음이 흔들릴때 난 그때 아까 바라보던 정문까지 달려와 차마 들어오진 못하고 마음을 다져잡고 돌아가곤 했었다.

    그때의 오기였을지 모르지만 이런 다짐을...


    ' 지금은 이앞에 서 있지만 꼭 이 문을 통해 등교할꺼야...'


    문득 떠오른 지난 각오에 씁쓸한 미소가 입가를 스쳐갔다.



    낙하 " 희진아...학교 크고 이쁘다. "

    희진 " 새삼스럽게....여기 자주 와 봤었자나. "

    낙하 " 들어와 본건 처음이야. "

    희진 " 그래? 왜? "

    낙하 " 시험 보고 이학교 학생으로 처음 밟고 싶었었거든..이 캠퍼스.. "

    희진 " .........미안 괜한 이야기 꺼낸거 같다. "

    낙하 " 아냐..괜찮아. 이제 너희 학교자나.. 친구 학교 찾는 기분도 좋은데 뭐.."

    희진 " 고마워.. "



    ' 역시 희진이와 난 내가 걱정한 만큼 거리가 있던게 아니야 '


    난 희진이와 홍대 구석구석을 돌아 다니며 축제를 즐겼다.

    마치 그때만큼은 나도 홍대의 학생인양 즐겁게 축제를 만끽했다.

    시간이 지나서 희진이 손에 이끌려 난 홍대 근처 까페에서 희진이네 쌍쌍파티에 참석했다.

    희진이는 친구들이 먼저 와 들어서는 희진이를 향해 손짓하고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희진의 친구 지수와 수희라는 친구 그리고 그둘의 남자친구를 소개받았다.



    희진 " 여긴 내 남자친구 낙하야.. "

    지수,수희 " 안녕하세요..."

    낙하 " 예..안녕하세요.. "

    지수 " 여긴 제 남자 친구구요 저쪽은 이 기집애 남자 친구예요.. "

    낙하 " 반갑습니다. "

    지수남,희수남 " 반갑습니다.."



    까페 앞에서는 한참 께임이 끝나가고 있었고 계획되었던 순서를 마감하는 사회의 멘트가 나오면서 자유로운 술자리가 시작 되었다.



    지수 " 희진이 이 기집애가 낙하씨 때문에 아직 미팅한번도 안한거 알아요? "

    낙하 " 예? "

    희진 " 별소릴 다한다...난 그런거 관심없어.. "

    수희 " 희진이 넌 대학생활에 꽃인 미팅을 무시하는거야? "

    희진 " 꽃은 무슨.."

    낙하 " ..................."



    그들은 대화는 모두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이었고 나와는 별개인 코드가 맞지않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그래서 난 계속 술만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수희남 " 낙하씨도 이야기 좀 하세요....참 어느학교 다니세요? "

    낙하 " 예? ........전.. "

    희진 " 아...낙하는 K대 컴퓨터 학과 다녀요 "

    지수남 " 아 그러세요? "

    지수 " 그림 그리신다더니....그림은? "

    낙하 " 네? 그림은.. "

    희진 "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이 있어 낙하는.. "

    지수 " 아 그러세요. "

    수희 " K대 이야기 좀 해주세요. 너무 말수가 없으시네요. "

    낙하 " 학교 이야긴 별로 할게 없어서요. "

    희진 " 그래 야 술이나 마시자...학교 이야기 그만 하고. "



    잠시지만 난 희진이를 원망스런 눈길로 쳐다 본것 같다.


    ' 내가 창피한거니? 이럴거면 왜 날 여기 데려 온거야.. '


    머리가 혼란 스러웠다. 뜻하지 않게 난 K대 학생이 되었고 난 지금 가짜 대학생으로 이 자리에 있단 사실이 또 그렇게 만들어버린 희진이가 이해되질 않았다.

    이런자리에 오래 있을수 없단 생각이 들때였다.



    수희남 " 아! 제 친구도 그 학교 컴퓨터 학과인데...그 녀석은 90학번이니까 낙하씨 선배일텐데...혹시 현철이 모르세요? "

    낙하 " 네? 아직 선배는 잘....몰라요 "

    수희남 " 그래요? 그녀석 꽤 명물이라 왠만하면 알텐데.. "

    낙하 " ............... "

    희진 " 그만해요 그런 이야기. "

    수희남 " 그럼 송정택 교수님은 아시겠죠? "

    낙하 " 아뇨 잘 모릅니다. "

    수희남 " 네? 이상하다...전공 교수님인데 모르세요? "

    지수남 " 하하!! 낙하씨 혹시..... "



    거짓말이 이어지는 그런 자리가 싫어졌다.

    내가 하지도 않은 원치않는 그런 말들이 오고가는 그 자리가 싫었고 그사이 마신 술때문인지 갑자기 화가 치밀고 열이 올랐다.



    낙하 " 그래 씨발...나 대학생 아니다.컴퓨터 배우는 학원생이다..됐냐? "



    모두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날 바라보았고 그 순간 희진이는 고개를 떨구었다.



    낙하 " 뭘봐 씨발롬들아. 대학생 아니면 사람도 아니냐? "

    희진 " 그만해 낙하야 미안해.... "

    낙하 " 희진이 너한테도 실망이다...넌 다른줄 알았는데 학원따위나 다니는 내가 친구들이랑 만나니까 창피하든..

    씨발....그럼 왜 불렀어....왜 잘 지내고 있는 놈 불러다가 병신새끼를 만드냐? 재밌냐? 재밌어? 나 병신 만드니까 재미있냐고... "



    희진이는 울고 있었고 주위에서는 나를 쳐다보며 웅성거렸다.



    수희남 " 그만하시죠...누가 머라구 한것도 아닌데. "

    낙하 " 씨발 대학생도 아닌게 주정하니까... 아니꼽냐? "



    난 테이블을 뒤집고 손에 잡히는 데로 발에 걸리는 데로 집어 던지고 걷어차며 소리 질렀다.


    " 그래 씨발...나 가짜 대학생이다..개새끼들아... "


    난 소리치며 뒤쳐 나왔다.

    그리고 일초라도 빨리 이 대학가라는 곳을 빠져 나갈 마음으로 방향도 모르고 마구 달렸다.

    달리는 내내 입에서는 욕이 새어 나왔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 희진이가 처음부터 솔직히만 이야기 했더라면 아니 내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


    이미 저질러진 일....

    씨발.....


    못난 놈의 자격지심때문에.....희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그리고 내 마음속에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것 같은 깊은 상처하나가 남은 듯 했다.

    그전까지는 대학에 대한 동경심이나 미련따위는 한치도 없었는데 이따위 자격지심은 어디서 숨어 있다가 튀어 나온것인지...

    다시는 희진이를 볼 면목이 없다는 생각이 더 가슴 아팠다.

    그런 내손에는 어느새 빼어든 싸구려 반지 한쌍이 떨어진 눈물에 젖어 반짝였고 그 반짝임이 더 슬프고 외롭게 보였다.


    ' 그래 어차피 난 너한테 안어울려.....'




    홍대 축제 이후



    희진이에게 연락이 수시로 왔었지만 난 전화를 피했다.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희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였었는지 그러면 안됀다는걸 알면서도 그때는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만큼 내가 몬난놈이란걸 반증하는 것일테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희진이도 지쳤는지 연락이 없었다.


    ' 바보처럼 한번만 더 연락해...그래야 사과할 용기가 날텐데... '


    미련스럽게 희진이가 다시 연락해주기만을 기다렸다.

    손가락이 모두 붙어버리고 입이 얼어 버린양 내가 먼저 연락할 생각은 꿈에도 못해봤다. 아니 그럴 용기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 " 낙하야 전화 받아라. "

    낙하 " 희진이면 안받아요 "

    어머니 " 너 아는 형이라는데? "



    속마음과 틀리게 튀어나온 '희진이면 안받아 ' 란 말에 스스로 섬칫함을 느꼈고 희진이가 아니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힘이 빠져 전화를 받았다.



    낙하 " 여보세요. "

    희진오빠 " 낙하 잘 지냈냐? 희진이 오빠다. "

    낙하 " 안....녕하세요. "

    희진오빠 " 지금 만나자 ...괜찮지? "

    낙하 " 네... "



    희진이 오빠와 약속을 정하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내내 형님께 혼날 각오와 또 어떤 알수 없는 안도감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 쳇 혼날꺼 뻔한데 지랄같이 맘은 편하네... '


    약속장소에 미리 와계시는 희진이 오빠는 나를 보자 웃으며 차에 태우고 한강을 향해 차를 몰았다.



    희진오빠 " 낙하 너...나한테 혼날일 있지? "

    낙하 " 네... "

    희진오빠 " 알면 됐다...가서 이야기 하자 "



    한강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한강을 바라보며 희진이 오빠와 난 잠시 동안 침묵하며 강을 바라 보았다.

    희진이 오빠가 건네는 담배한가치에 불을 붙일때 먼저 입을 연건 희진이 오빠였다.



    희진오빠 " 낙하야 "

    낙하 " 네..... "

    희진오빠 " 난 사내다운 놈을 좋아한다. "

    낙하 " 죄송합니다. "

    희진오빠 " 뭐가 죄송한데? "

    낙하 " 그날 술먹고 희진이한테 해선 안될 소리를 했어요. "

    희진오빠 " 낙하 너 진짜 몇대 맞을래? "

    낙하 " 형님이 때리신다면 맞겠습니다. 아니 때려 주세요. "

    희진오빠 " 내가 널 잘못 본거니? 이녀석아 내가 희진이 편들려고 너 만나자고 한줄 알아? 그날 일은 이야기 들어서 안다.

    그리고 분명히 희진이가 네 마음에 상처 준거 희진이도 인정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네 태도가 뭐야? 그깟 대학 안간게 그렇게 쪽팔리든?

    더 당당할 수 없어? 그따위로 창피하면 지금이라도 하는거

    때려 치우고 공부해서 아무대라도 들어가...임마

    난 희진이한테 네가 소신데로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배우고 노력한단 이야기 듣고 기뻤는데...

    이런 꼴 보일꺼면 그동안 널 내가 잘 못 본거냐?

    너 그정도뿐이 안돼는 놈이냐? "

    낙하 " ...................................... "

    희진오빠 " 네가 더 힘든거 알아.. 하지만 나는 그런 네모습이 싫다. 어깨에 힘풀지 말란 말이다...어떤 상황에서도 "

    낙하 " 죄송해요.... "

    희진오빠 " 희진이 지금 많이 미안해 한다.. 네게 상처 준것 같다고...미안해 하고 있어.. 쉽게 풀수 없는 잘못이란 거 알지만

    그래도 동생이다 보니 팔이 안으로 굽는구나.. 네가 넓은 가슴으로 이해하고 보듬어 줘라. "

    낙하 " 네....... "

    희진오빠 " 너 정신 들때까지 여기서 바람 쐬다가 가라. 난 먼저 갈테니까. 그리고 몇일 후에 술한잔 하자 ...그땐 웃으면서.. "



    희진이 오빠는 그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어두운 회색빛 한강에 불빛의 영롱한 반짝임이 내눈에 들어왔다.

    그 동안 막혀 있던 가슴속 한구석에 무언가가 흔적없이 사라진 듯 개운하고 기분이 상쾌해 졌다.

    한강을 뒤로하고 천천히 걸으며 집으로 향하는 내 어깨에는 잔뜩 힘이들어가고 쫙 펴졌다.

    밤 공기가 시원하게 머리와 가슴을 맑게 스치고 지나고 있었다.



    다음날 난 희진이네 집에 전화를 했다.


    희진이 어머니가 받으시고 난줄 알고 전화를 바꿔주시지 않고 없다는 말씀만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다시 전화를 하려고 하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낙하 " 여보세요. "

    희진 " 나야 희진이 .. 낙하야 미안해. "

    낙하 " 뭐가? "

    희진 " 그날 있었던 일 전부 내 잘못이야. "

    낙하 " 그래? 니가 전부 잘못한거야? "

    희진 " 그래....그만 화 풀꺼지? "

    낙하 " 아니...... "

    희진 "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말해봐. "



    난 더 이상 웃음이 나와서 장난을 칠수가 없었다.



    낙하 " 희진아..... "

    희진 " 그래 말해. "

    낙하 " 네 실수 인정해 줄께. 그런데.. 내가 더 미안해.. "

    희진 " 무슨 말이야.. 아냐.. "

    낙하 " 그날 네 친구들 앞에서 못난 모습 보여서 미안해.. 그리고 그 동안 네 맘 아프게 해서 미안하고.. 나 아직 많이 모자라지? 너도 나 용서하는거지? "

    희진 " ..........................."



    수화기 건너편에서 작은 흐느낌만 들려왔다.



    낙하 " 바보야 또 우냐? "

    희진 " 아...냐.. "

    낙하 " 오후에 시간 괜찮지? 학교 앞으로 갈께....나 희진이 그동안 많이 보구 싶었어.. "

    희진 " 나도..그래 "

    낙하 " 그래 그럼 이따가 학교앞에서 보자.."

    희진 " 그래.. "



    어제 한강에서 느꼈던 그바람이 다시 내가슴을 스치고 지나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가벼워지고 콧노래가 흘러 나왔다.

    그 동안에 우울한 생각들과 고민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오후에 찾은 홍대 앞..

    그때 뛰어가며 속으로 다짐했던 다시는 대학교 근처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말도 안돼는 다짐을 생각하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희진이와 같이 나오던 지수라는 친구에게 멋쩍은 눈 인사를 건네고 희진이와 근처 커피숖으로 들어갔다.



    희진 " 그때 .... "

    낙하 " 그런 이야기 하지마...지난 일은....내가 더 미안하니까.."

    희진 " 그래 없었던 일로 잊어 버리자.. "

    낙하 " 나중에 너희 오빠한테 고맙다고 전해줘.."

    희진 " 오빠 만났어? "

    낙하 " 그래... "

    희진 " 그랬구나.. "

    낙하 " 희진아 사실은 ......... "

    희진 " 사실은?...뭐 말해봐... "



    난 짧지 않은 시간 내가 지니고 다니던 반지 한쌍을 꺼내었다.



    낙하 " 이거 사실은 네 생일때 주려 했던건데.. 그때 너한테 너무 초라한거 같아서 못줬어.. 축제때도 주려 했는데 그렇게 되는 바람에..버리지 않길 잘한거 같아. 보잘것 없지만 받아줄꺼지? "

    희진 " .............."



    난 희진이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었고 희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날 바라 보았다...눈물은 흐르지만 희진이 얼굴은 어느때보다 밝아 보였고 젖은 눈동자에는 내모습으로 가득차 있었다.



    희진 " 너..무 고마워.....나 이 반지 절대로 빼지 않을꺼야... "

    낙하 " 일찍 주지 못해서 미안해....나 못났지. "

    희진 " 너무 이쁘다....."



    한 동안 희진이는 반지를 쓰다듬으며 미소짓고 있었다.

    그때 희진이의 미소는 희진이의 기억이 사라진다해도 잊을수 없을것 같다.

    이젠 내 기억속에서만 볼수 있기에................





    다음편으로...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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