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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20768
    작성자 : ....Ω
    추천 : 253
    조회수 : 9157
    IP : 121.177.***.136
    댓글 : 7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8/02/04 12:29:18
    원글작성시간 : 2008/02/03 22:03:08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0768 모바일
    이 빌어먹을 놈의 자존심이 뭔지.
    자존심, 그게 밥 먹여주냐….
    분수에 안맞는 자존심은 처량해보이기까지 한다는데.
    내가 딱 그꼴인가.
    근데 나 가진건 쥐뿔도 없어서, 자존심까지 버리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
    처량한줄도 모르고,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바락바락 그랬더랜다.

    하소연이라던가 신세타령 진짜 하기 싫었는데 부끄러웠었데.
    그렇지만, 오늘따라 너무 힘들다. 견디기 힘들다.


    아버지는 1년 3개월째 실직 중.
    종종 일을 하자는 전화가 와도 무시한다.
    왜 자신이 일을 해야하는지, 왜 돈을 벌어야하는지, 왜 먹여살려야하는지.
    모르겠단다.
    책상에 수북한 담뱃재. 하루에 두 갑. 
    교복에 배인 담배냄새는 이제 진절머리조차 나지 않을정도로, 익숙하다.
    마누라는 자기를 인간대접도 안하고, 애새끼는 자길 무시한다고 한다.
    아침에 일을 나가시며 갔다올게,하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 앉아 담배를 물고 온라인 게임을 하는 모습만이 남아있다. 쉽게 지워지지 않으리라.

    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회사를 나간다.
    회사일이 너무 힘들어서 미칠것 같단다. 먹고 사는게 짜증나고 화난단다.
    모든게 짜증난다고.
    이렇게 사는것도 짜증나고, 집에서 먹고 쳐노는 남편이란것도 한심하고, 
    자길 이렇게 나은 외할머니도 짜증나고, 저딴 남편을 낳은 시댁도 짜증나고,
    딱히 자랑할것도 없는 자식들도 짜증나고, 이 추운 집도 짜증나고.
    다 엿같단다.

    동생 하나도 있다. 말하기도 싫다.얘도 날 싫어한다.
    차라리 남남사이로 만났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한다.


    두 분이 내 앞에서 욕하고 쥐어뜯고 싸우는 건 이제 일상이다.
    대체 그놈의 돈이 뭔지. 술마시고 욕하고 싸우고 때리고 집어던지고.

    집에서 쳐먹지 말고 애를 싸질러 놨으면 벌어서 먹여살려야 할거 아냐.
    내가 왜? 내가 왜해야하는데. 니가 나한테 해준게 뭐있는데. 지금 일 좀 다닌다고 유세떨어?
    아이고, 짜증나 짜증나. 니만 짜증나? …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mp3p 볼륨을 높여도 그 욕설이 섞인 목소리들은 잘만 들린다. 집이 작아서 그런걸까.
    이어폰을 뚫고서 귓속으로 똑똑히 박혀든다. 이제 그러려니 한다.
    예전엔 원망도 했다. 내가 왜 이집에서 태어나야 했을까. 왜 하필이면 나일까.
    나는 행복해질 수 없을까. 좀 웃으면서 살수 없을까. 우리가족은 가족답게 살수없을까.
    행복하진 않더라도 평범하기만 하다면. 왜, 왜,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근데 다 부질없는 것 같다. 그러려니 한다. 
    이런 내가 나약하고 한심하다는걸 안다. 그것도 그러려니 한다.
    포기를 빨리하면 그만큼 덜 힘들다.

    오늘은 내 교복값 가지고 싸우셨다.
    곧 있으면 고등학교 예비소집일. 공동구매 신청한 교복을 받으러간다.
    몇주전 등록금과 입학금을 낼때 그랬듯이, 오늘도 돈돈돈. 돈때문에 싸우셨다.

    엄마는 며칠후면 내 교복값을 내야하는데 그걸 알고 있기나 하냐고 
    아빠한테 물었다. 아빠는 그게나랑 뭔상관,이라고 대답했다. 
    엄마도 일한지 별로 안되서 월급값을 못받는데 어떡하냐고, 막 소리질렀다.
    까짓거 안다니면 되지, 하고 아빠가 말했다. 공장 다녀라, 공장. 아빠가 내게 말했다.
    나는 아무 대답도 안했다. 선배들에게 교복을 물려받을 수 있을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만 했다. 씨.. 그런데 하필이면 올해부터 새 디자인 교복이다. 눈물이 찔끔 났다.
    아빠는 왜 쳐우냐고 물었다. 대답을 안했다. 엄마는 짜증난다고 또 소리를 질렀다.

    이젠 다 익숙하다.
    그치만 밖에선 익숙하지 않은 척 한다.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집 얘기는 절대 안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가족 얘기가 나오면 항상 다른 화제로 애써 돌렸다.
    ...졸업식이 겁난다.

    우리집은 온수가 안나와. 내가 가진 모든 옷은 작은박스로 한박스도 안돼. 난 가족여행을 가본적이 한번도 없어. 내생일을 기억하는 가족이 없어. 아버지는 집에서 놀면서 컴퓨터를 하셔. 엄마는 언어로 나를 폭력해. 동생은 전교 꼴등이야.
    ... 그놈의 자존심은 단 한마디도 입밖에 내놓지 않게 한다. 아무한테도 말을 할 수가 없다.
    가족에게 말하겠는가? 사촌에게? 친구에게? 누구한테 말해야하는지. 아무한테도.


    익명성이라는 건, 참 좋다.
    그놈의 자존심도 조금은, 사실 좀 많이 짓밟아 놓을 수 있다.
    용기 없는 나..


    사실, 나도 안다. 내 마음가짐이 중요한거겠지.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내가 꿋꿋하게 이겨내려는 의지를 가지는게 중요하겠지.
    근데, 나는 너무 나약한가보다. 머리로는 조금은 알겠는데, 실천이 안된다.
    진짜 의지를 가지기 보단 의지를 가진 척만 한다. 눈물이 난다. 한심하다. 
    난 진짜 이기적이고 철없고 가만히 앉아서 모든게 변하길 원하는 아이인것 같다.
    '같다'라는 말은 정말 끝까지 제대로 버리지 못하는 알량한 자존심.

    고등학교에 가서도 난 이 빌어먹을 자존심을 지키려고 발악하겠지.
    언제까지 이럴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오늘, 오늘 딱 한번만 내 신세타령 해본다.

    그래도 아직까지 이 자존심이 살아 있는건, 언젠가는 정말 떳떳하게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거라는,
    나아질 수 있을거라는 그런 생각이 아주 조금이나마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겨울은 너무 춥다.
    개나리 꽃이 피는 걸 보고 싶다.




    반말인거 용서해주세요. 오늘 딱 한번만... 봐주세요.
    다 잘될거라고, 한마디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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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03 22:05:55  218.53.***.248  임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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