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며칠전의 일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나는 한참 손님과 예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어제 들어온 소갈비가
또 들어왔다. 손님과의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되어 보내고
나는 소갈비를 가져온 업자에게 물었다.
"소갈비가 있는데 왜 또 들어왔어요?"
"그게 아니고요. 이번에 사장님께서 라벨 바꾸면서
제품도 바꾸셨거든요. 아마 이게 저번것 보다 훨씬
괜찮을겁니다. 단가차이는 얼마 없어도 그냥 팩 하나만
보셔도 딱 감이 오실거에요."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할 만큼 좋은 물건인가 싶었다.
나는 업자가 간 뒤 바로 박스를 뜯어 물건을 확인했다.
과연 물건은 업자가 말한 대로였다. 한 팩만 봤을 뿐인데
진공팩 아래로 영롱한 마블링과 정직하고 두툼한 뼈대가
굽기전에 맛을 가늠하게 해 주었다.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그런데 아차, 한달 전 쯤 출산한 동생이 떠올랐다.
나는 동생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애 키우는게 쉬운일인가. 피곤하겠지.'
언젠가 전화가 오겠지 싶어 그냥 뒀는데, 십분 뒤 쯤 전화가 왔다.
몇가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너머로 느껴지는 귀찮음이 그대로
내 귀를 관통했다. 육아스트레스란 참 힘들겠구나 싶었다.
나는 본론을 꺼냈다.
"다른게 아니라, 소갈비가 좋은게 들어왔다.
내가 사갈테니 언제 시간 괜찮겠냐. 양념해가지고 갈 테니까
다음날 남편이랑 같이 먹어라. 오늘이라도 양념해서 가지고 가마."
"집엔 애가 있어서 좀 그렇고... 준비해놔. 나중에 가지러가던지
말던지 할 테니까. 그건 그렇고 전에 조카 태어나면 준다던 돈은
언제 입금할거야?"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아. 내가....
그날 저녁, 나는 술을 마시고 그 내용을 곰씹고 또 되뇌였다.
'집엔 애가 있어서 좀 그렇고, 돈은 언제 입금할거야?'
'집엔 애가 있어서 좀 그렇고, 돈은 언제 입금할거야?'
그렇게 내 뇌리에 세차게 남은 두 마디가 나를 괴롭혔지만,
애써 한잔 마시고 마음을 추스렸다.
육아 스트레스는 정말로 힘든 것이구나.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던가. 이해하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사람이란 힘들고 괴로우면 의도하지 않는 말이 나오는 법이니.
그 다음날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소갈비 앞전에 들어온 꼬리뼈와 우족 좋은것이 있어서 며칠째
연락을 했는데, 아버지는 영 전화할 때 마다 무슨 일이 있어서
이쪽으로는 오늘 안간다. 내일은 어쩐다 하는 식으로 피하셨다.
운정과 일산서구 사이를 제법 왔다갔다 하는
아버지의 루틴과 지금 있는 매장의 위치가 들어맞아 우족과 꼬리뼈를
가시는 길에 들러 챙겨가라고 할 요량이였는데 어쩜 그렇게
이런 일이 있을 때만 회피하시는지 모를 일이였다.
그 사이 중간쯤에 있는 하나로마트 방문때에도, 그렇게 들러서
좋은 고기 사 놨으니 가져가라고 할 때에도 이미 점심을 먹었다는둥
깜빡했다는둥 그럴때마다 웃어넘겼지만
어느새 내 마음은 어떤 위화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이였다.
오늘에야 말로 아버지에게 꼬리뼈와 우족을 전달해 드릴 요량이였다.
끝나고 집에 갈 테니 받기만 하시면 된다고 전화를 했는데,
아버지가 말했다.
"오늘 니 엄마 생일이라 니 동생네하고 저녁먹기로 했다.
지금 전철타고 가고 있는데 오늘은 시간이 좀..."
나는 응 알았어요. 그러면 뭐.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단톡방에서는 언제 도착하냐 언제 출발했다 라는 대화를 끝으로
정지되어 있다가, 아홉시 사십몇분 쯤 잘 들어갔다 오늘 오느라 고생했다
무슨 이런 대화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느꼈다. 이런 멍청하긴.
나는 이 가족에게서 제외된 인간이였던 것이다.
내가 기댈 곳이 없다고 애써 외면했던 것은 이런 태도들 때문이였구나.
아 그 전에...
내가 동생만큼, 혹은 친척 동생들만큼 성실한 삶을 살아온 적이 있던가?
느지막에서야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데,
그게 좋아보이진 않을테다.
무릇 자식이란 대성하여 부모가 자식을 이만큼 키웠노라고 자랑할 때
그 가치가 증명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귀하의 자녀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
라고 물었을 때, 혹은
'귀하의 형제는 무슨 일을 하십니까?'
하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없다면 그것은 내가
잘못 살아온 인생이고 아무리 바로잡으려 아등바등 한들
평생 나라는 사람을 바라봐 온 가족들의 신뢰를 얻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이 나이 먹도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는 자랑거리가 아닌
숨기고 싶은 존재이며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는 고작 '우리아들' 이라던가 뭐 그런 뭐랄까...
곰살맞은 표현 몇 개만 던져주면 가족으로써 도리는 다 했다고 믿고
그것을 매개로 푼돈 몇 번 뜯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정성은 뒤로 한 채
현금이나 바라는 그런 사람들인거다.
근데 그게...
그냥 술 몇잔 마시고 서운했던것들 떠올라서
그냥그렇게 쓴 글일 뿐이다.
그 참
그냥 그렇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 제 목 | 이름 | 날짜 | 조회 | 추천 | |||||
---|---|---|---|---|---|---|---|---|---|---|
여기는 자유게시판입니다. 텃세금지 / 뻘글환영 / 웬만하면 상호 지적 금지 | ||||||||||
2025455 | 자동차 비상등말고 [13] | 돈까스제육 | 24/05/14 15:27 | 723 | 5 | |||||
2025454 | 주부님들이 계셔서 올릴까 말까 했는데 - 고등어조림 레시피 [34] | Re식당노동자 | 24/05/14 14:53 | 653 | 11 | |||||
2025453 | ㅇㅏ이폰 16 [14] | 여름도둑 | 24/05/14 14:19 | 746 | 1 | |||||
2025452 | 새우가 출연 하는 사극은...!? [9] | 95%放電中 | 24/05/14 13:43 | 905 | 11 | |||||
2025451 | 내가 로또 1등 당첨 돼면.... [14] | 95%放電中 | 24/05/14 13:39 | 963 | 8 | |||||
2025450 | 2초에 4개씩 찍어내는 AI BGM 생성기; [1] | beckysky | 24/05/14 13:27 | 560 | 1 | |||||
2025449 | 푸하하 [11] | 싼타스틱4 | 24/05/14 13:00 | 679 | 10 | |||||
2025448 | 내가 식당종업원이지 식당 손님 하인이 아닌데 [21] | Re식당노동자 | 24/05/14 11:50 | 1032 | 13 | |||||
2025447 | 혓바늘 불편합니다. [14] | 크라카타우 | 24/05/14 11:45 | 594 | 3 | |||||
2025446 | 헛소리마십시오. 한국은 저출산 국가가 아닙니다. [11] | 동탄대왕고추 | 24/05/14 10:57 | 1085 | 9 | |||||
2025444 | 미사 중 제대로 봉변당한 신부님의 결말... [9] | 95%放電中 | 24/05/14 09:41 | 970 | 12 | |||||
2025443 | 아들을 기쁘게 한 말 [10] | 댓글캐리어 | 24/05/14 08:44 | 812 | 7 | |||||
2025442 | ㅇㅎ?) 굿모닝.....`ㅇ` [4] | 95%放電中 | 24/05/14 07:05 | 1575 | 5 | |||||
2025441 | 퉁퉁모닝:) [8] | 오프온오프 | 24/05/14 06:26 | 926 | 6 | |||||
2025440 | 눕겠읍니다. [7] | Re식당노동자 | 24/05/14 01:50 | 795 | 8 | |||||
2025439 | 노란불에 교차로 진입하면 신호위반 판결 내린 판사 [61] | 싼타스틱4 | 24/05/14 00:41 | 1384 | 20 | |||||
2025438 | 알리에서 겪은 썰 [4] | izalco_di2 | 24/05/14 00:36 | 1113 | 2 | |||||
2025437 | 일사천리 [4] | 약국 | 24/05/14 00:05 | 768 | 7 | |||||
2025436 | 으 테트리스 ㅠ [3] | 약국 | 24/05/14 00:01 | 897 | 7 | |||||
2025435 | 내일, 큰 일교차 유의(강한 자외선, 미세먼지 보통) | 글로벌포스 | 24/05/13 23:47 | 749 | 2 | |||||
2025434 | 저는 틀렸어요.. [20] | 오프온오프 | 24/05/13 22:11 | 917 | 10 | |||||
2025433 | 떡볶이는 물엿 [14] | Re식당노동자 | 24/05/13 21:43 | 904 | 7 | |||||
2025432 | 용기 얻어서 떡볶이 가유:))) [12] | 오프온오프 | 24/05/13 21:29 | 878 | 8 | |||||
2025431 | 원래 게임은 졸업템 있어야 하나요 [9] | 새끼둘고릴라 | 24/05/13 21:11 | 823 | 5 | |||||
2025430 | 아 과식했네요... [9] | 크라카타우 | 24/05/13 20:57 | 771 | 8 | |||||
2025428 | 아 진짜 개진상 ;;;; [11] | 겁나밝혀 | 24/05/13 18:53 | 1032 | 10 | |||||
2025427 | 알리 골때림 [11] | 알섬 | 24/05/13 17:39 | 1169 | 7 | |||||
2025426 | 오래 했던 직업인데... 이제 직업을 좀 바꿔야하나 싶습니다... [42] | Re식당노동자 | 24/05/13 17:29 | 1246 | 15 | |||||
2025425 | 날이 좋네요 [13] | 센치한하하. | 24/05/13 15:43 | 934 | 4 | |||||
2025424 | 오늘은기필코. [5] | 알섬 | 24/05/13 15:34 | 942 | 5 | |||||
|
||||||||||
[◀이전10개]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다음10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