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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2021405
    작성자 : 15번지
    추천 : 4
    조회수 : 823
    IP : 59.23.***.148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24/02/22 11:40:28
    http://todayhumor.com/?freeboard_2021405 모바일
    우울의 맛은 결코 씁쓸하지만은 않다
    <p>인간은 자신의 이해 범주 안에 세상만사가 놓여있길 바라죠.</p> <p>그래서 뭐든 직관적으로 판가름하길 좋아합니다.</p> <p> </p> <p>우울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p> <p> </p> <p>일단 암울한 톤으로 그 이미지를 규정해둔 상태로 대하곤 합니다.</p> <p> </p> <p>그렇지만 인생은 늘 동전의 양면과도 같고, 세상은 둥근만큼 많은 것을 끌어안고 있죠.</p> <p>우울 역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p> <p>초콜릿 제조과정에 소금이 들어가야 단맛이 더 확 살아나듯이..</p> <p> </p> <p>지난 12월에 당뇨 판정을 받았습니다.</p> <p>이후로 줄곧 식단 나름 관리하고 운동도 해서 살이 많이 빠졌습니다.</p> <p>그게 1월말까지였고, 약을 먹은 상태로 혈당도 잘 유지되었죠.</p> <p> </p> <p>그러다 2월이 되고, 설날도 맞이하고, 아부지 팔순도 치르고 ㅡ </p> <p>하면서 식단관리가 깨지고, 운동 패턴이 흐트러졌습니다.</p> <p>당연히 약을 먹은 상태로도 수치가 들쭉날쭉하고, 정상치보단 높게 나오네요.</p> <p> </p> <p>뭐,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p> <p>어차피 달고 살아야할 병이고, 이벤트 치르는 와중에 이 정도면 잘 선방하고 있으니</p> <p>담달을 맞이하면, 또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 다독였죠.</p> <p> </p> <p>무엇보다 제겐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가 있고, </p> <p>또 아이의 동생도 아내 뱃속에서 집을 짓는 중이기도 하고...</p> <p> </p> <p>그래서 그런 가장, 남자의 무게감 따위야 얼마든지 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p> <p>혈당 따위 자연스런 일상의 흐름 속에서 다시 낮출 수 있다고.</p> <p>그러다 마음이 크게 흔들린 게 어제 저녁이었네요.</p> <p> </p> <p>아내가 요즘 화끈하고 칼칼한 게 계속 당긴다고 하더라고요.</p> <p>임산부에게 먹고 싶은 음식이란 건 해가 반쪽이 나더라도 구해다줘야 하는 법이죠.</p> <p>그런데 그게 만만한 떡볶이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p> <p> </p> <p>그런데 아내가 저를 생각해서 참겠다고 하는 겁니다.</p> <p>거기서 제가 1차로 빡이 돌았죠.</p> <p> </p> <p>"괜찮아!"</p> <p> </p> <p>떡볶이를 배달 시켜서 나눠 먹었습니다.</p> <p> </p> <p>당연히 혈당이 치솟습니다. </p> <p>생각해보니 아내가 쉬는 날이라 점심도 함께 먹었네요. 점심에는 무려 짬뽕밥이었습니다.</p> <p>당뇨인에겐 두 음식 모두 다 쥐약이죠.</p> <p> </p> <p>"괜찮아! 운동하면 괜찮아!"</p> <p> </p> <p>날씨가 꾸물꾸물해서 뜀박질은 못하고 집구석 고정식 자건거에 앉아 페달을 밟았습니다.</p> <p>2월 한 달 꾸준하지 못했던 탓인지 페달을 쉽게 굴리지 못했습니다.</p> <p>아.. 저질 체력. 줄어든 허벅지..</p> <p>그쯤에서 또 제가 2차로 빡이 돌았습니다. 자괴감이란 거 쉽지 않죠...</p> <p> </p> <p>운동도 했고... 식후 3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침습을 해봅니다.</p> <p>역시나 여전히 혈당이 높습니다.</p> <p>당연합니다.</p> <p>아내가 미안하다고 합니다.</p> <p>여기서 완전히 돌아버렸습니다.</p> <p> </p> <p>감정이 폭풍처럼 밀려옵니다. </p> <p>아내는 앞으로도 떡볶이가 먹고 싶을 겁니다. 임신 전에도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리는 날에는 늘 떡볶이를 찾았으니까요.</p> <p>그런데 이젠 그럴 때마다 </p> <p> </p> <p>아내는 지금처럼 말을 삼키려들겠죠. 내색하지 않으려 할테고,</p> <p>제가 없는 자리에서 떡볶이를 먹겠죠.</p> <p>별 거 아닌 음식 하나이지만,</p> <p>아내와, 아이와, 웃으며 함께해 오던 순간 하나가 박살이 난 것만 같단 느낌이 들어서</p> <p>들끓어 오르는 감성이 주체가 되질 않았습니다.</p> <p> </p> <p>이런 저의 복잡한 마음과 감성을 아내는 물론 다 모릅니다.</p> <p>그래도 제가 감성이 격하게 흔들렸다 정도는 눈치로 알 수가 있죠.</p> <p>아내가 저를 안아주었고, </p> <p>이제 3살이 된 아이는 눈치없이 우리 둘에게 다가와 끼어듭니다.</p> <p> </p> <p>따뜻한 위로입니다.</p> <p> </p> <p>그런데 따뜻해서 더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p> <p> </p> <p>평소 건강 관리를 게을리한 저의 잘못입니다. </p> <p>하...</p> <p> </p> <p> </p>
    출처 해야할 일은 안하고 사무실 키판을 두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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