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분의 말을 듣고 시무룩하며 보내던 나나들.
덴뿌라 우동이니 이런저런 화려한 고명들을 얹은 우동들도 많고 물론 맛도 있지만 이 집의 우동은 소박함 그 자체임.
그저 정직하게 뽑아낸 맑고 깔끔한 육수와 우직하게 제면한 우동면발이 모든 걸 말해줌.
메뉴도 사이드메뉴를 포함해서 10종류가 되지 않고 가게 내 테이블도 4개 정도 뿐.
주인장이 일본분 이며 가게 영업일과 영업시간도 들쭉날쭉. 제면도 조리도 혼자 다 하는 이유로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이
정해져있어서 그게 다 팔리면 그 시간부로 영업종료.
하지만 밋밋해보이는 저 우동은 저런 빡빡한 진입장벽을 넘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담백하고 졸깃함.
2. 역시 겨울은 딸기의 계절 아니겠음?!
이걸 디저트로 분류해야하나 싶었는데 어쨋든 메뉴에는 브런치로 되어있으므로 그냥 여기에.
딸기우유와 딸기토스트.
그냥 다 마구마구 딸기딸기함.
딸기우유는 그냥 밖에서 파는 딸기우유가 아니라 우유+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딸기크림 으로 탄생한 우유임.
딸기향은 무슨 추억속의 아련한 여름냄새마냥 실체가 불분명하고 맛은 드립따 달기만 한 시판되는 딸기우유와는 차원이 다름.
우유위에 플로팅된 딸기크림이 잔을 기울여 마시면서 하나가되서 목구멍으로 넘어오며 입안에 풍부하고 향기로운 딸기향과
부드럽고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히 퍼짐.
딸기토스트는 두껍게 썰은 식빵을 구워내고 그 위에 마찬가지 딸기크림을 듬뿍~ 딸기도 듬뿍~~ 얹어서 내놓는 메뉴.
부드럽고 고소하게 구워진 식빵과 달콤하고 딸기내음 가득한 크림과 딸기를 입에 베어물면 JW메리어트 호텔 딸기뷔페가 그
순간만 살짝, 아주 조금 안부러워짐. (아니 그래도 거기가 부럽긴 부러움 ㅠㅠ)
3. 양갈비 스테이크와 새우듬뿍 풍기샐러드
양갈비에 새우인데 맛이 없을리가...
저랬는데도 맛이 없으면 그 집 솜씨가 없는거임. 확실함.
사실 이건 그냥 자랑해보려고 올렸음. 큼. 으흠...
4. 고기완자와 황해도식 냉면
황해도식 냉면은 처음이었음.
면도 이 집에서 직접 뽑는다는데 메밀이 들어간 건 둘째치고 면의 식감이 거의 쫄면과 비슷함.
하지만 잘 짤려서 딱히 가위가 필요없을 정도이지만 쫄깃하고 고소함.
비빔장은 맵게 해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은 그냥 기본 비빔장이 나오는데 본인이 매운음식에 매우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딱히 매워서 괴로운 것 보다는 정말 맛있게 매콤하다는 느낌의 맛이었음.
그리고 옆에 있는게 고기완자인데 고기완자야 뭐 차례나 제사상에서 많이 보잖음? 나도 그냥 그런 줄 알았는데
냉면과 같이있는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크기가 참 크고아름다움...
이만함.
앞접시에 꽉 참. 크고아름다움.
안에는 고기가 듬뿍 갈려 들어가있고 적당히 간이 되어있으나 간장을 찍어 먹으면 더 감칠맛이 남.
특히나 비빔냉면과 같이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음.
다 먹고 난 따로 하나를 더 포장해달라해서 들고나옴.
5. 오리황토진흙구이
오리고기는 참 맛있음. 아니, 고기는 다 맛있음.
이 집은 오리고기도 오리고기지만 밑반찬에 대한 자세가 남다름.
맨 위에 사진을 보면 무쌈인데 보통 무쌈을 저렇게 정성스레 모양을 내서 담아내오는 집이 흔치않음.
리필을 시켜도 저 모양새가 그대로 또 나옴.
무침이나 애당초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만드는 샐러드를 제외하고 바로 조리해야 맛있는 전 류의 반찬들은 보통
미리 만들어놓고 데우거나 차게 식은게 그냥 나오게 마련인데 이 집은 전도 바로 부쳐서 나옴.
밑반찬부터 남다른 자세로 대하니 본음식인 오리구이도 더 맛있게 느껴짐.
6. 치즈덕후들을 위해 태어난 샌드위치
이 샌드위치는 치즈덕후들을 위해 태어난거임.
심지어 빵의 겉면까지 치즈를 발라 구워냄.
빵 또한 카페에서 직접 만들었고 안에 들어간 치즈들은 국내에 유통사가 많지 않아 주인장이 어렵사리 확보한 치즈들임.
그것도 소분되서 포장된 제품이 아니라 가끔 외쿡사진 보면 무슨 늙은호박마냥 큰 치즈덩어리 사진 있지않음? 그걸 그대로 씀.
이름도 어메이징치즈샌드
사용되는 치즈는 라클렛, 에이징고다, 만체고, 그뤼에르 외 2종.
사실 이 카페의 주인장은 전직 프렌치오너셰프 였어서 재료에대한 집착이 좀 있으심. 덕분에 좋은 재료에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으나
프렌치음식 특유의 느긋함과 고집이 있어 주문이 들어가면 빨리빨리 내오는 것 보다 정확하게 정직하게 시간을 들여 내오시는 스타일이라
성격이 급한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음.
이 외에 애플파이와 크로아상도 직접 만드심.
제일 충격을 받았던 건 아인슈패너를 주문하면 생크림과 계란으로 즉석에서 머랭치기를 하심.
시간이야 당연히 오래걸리지만 커피위에 올라간 크림의 부드러움은 상상을 초월함...
이 카페를 올린김에 이것까지 올려봄.
'마르살라 티라미수' 임.
사진에서 보듯이 플레이팅이 예술임. 동물원 케이지 안의 동물을 이미징 한 것이라고 함.
마스카포네 치즈를 그냥 때려부은 건 당연한거고 마르살라와인을 넣은게 진짜 티라미수라고 강조하시며 마르살라 와인이 들어갔다고 하심.
마무리의 초콜렛은 발로나 초콜렛.
맛은 두말할것도 없음. 촉촉하고 부드럽고 치즈의 맛과 향과 초콜렛의 달콤함까지, 경리단길의 비X테카 티라미수나 티라미수 좀 만든다고
하는 베이커리나 카페들의 티라미수와 견주어도 탑클래스 of 탑클래스에 들어갈 정도의 맛임.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더 이상 스크롤의 압박이 길어졌다간 쓸데없이 길다고 욕먹을 거 같음.
아 추가로... 마지막에 나온 카페를 혹시나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미리 정보를 드리자면
저 카페는...
이제 가고 싶어도 못감.
폐업했음.
....... 은 훼이크고 가게를 닫은 건 맞지만 근처에 더 큰매장으로 옮기기 위해 현재 공사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