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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965364
    작성자 : 청소노동자
    추천 : 30
    조회수 : 5324
    IP : 183.97.***.159
    댓글 : 32개
    등록시간 : 2022/10/12 07:14:38
    http://todayhumor.com/?humordata_1965364 모바일
    카센타 사장님 썰

     

     

    구형차 엔진오일은 빡세다.

    교체주기가 조금만 늦어도 이가 딱딱거리고 손톱을

    깨물게 된다. 냉각수 수위가 조금만 낮아져도 헤드에

    무슨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호스가 새는건 아닌지.

    밥은 잘 먹고 지내는지 너는 행복한지 여전히

    아름다운지. 떠난건 없ㄴ....

     

    크흠.

     

    엔진오일 갈 때도 됐고,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카센터로 향했다. 사장님은 충청도 분이시고, 카센터는

    충남향우회 본부로 쓰이고 있다. 내인생엔 왜 이런

    사람들만 있는거야. 진짜 아무도 안믿어 이러면.

    다 헤진 골프웨어를 작업복으로 입고 계신 그 사장님은

    프로에 준하는 골프실력을 보유하신 분이고, 말이 없으시다.

    이건 별로 중요한건 아니고.

     

     

    "사장님 안녕하세여."

     

     

    그냥 위아래로 슥 보고 내 인사는 받아주지도 않고

    걍 차로가서 리프트 위에 차 올리면서 하는말이

     

     

    "오일 안갈아도 돼."

     

    하길래 교체주기 잘못알았나 싶어서.

     

    "허. 8천 넘었는데 갈아야죠."

     

    하니까,

     

    "퍼지면 새차사."

     

    아 그런의미구나.

     

    아무튼 오일갈고 어쩌고 하면서 나만혼자 신나게

    떠들고있으니까 사무실로 슥 들어가더니 고양이에

    목줄채워 나와서는 나한테 건네더라.

     

     

    "갖고놀아."

     

     

    ? 귀엽긴 한데 뭐지... 싶어서 대충 고앵쓰랑 놀고있는데

    (입닥치고 동물이랑 놀라는 의미지 뭘)

    엔진룸을 이리저리 보고는 눈꼬리가 살짝 치켜올라가는게

    보이더라. 이런 시벨 올것이 왔구나 싶어서 이가 딱딱거리는데

     

    "고양이 놓고 이리와봐."

     

    하더니 손짓으로 날 부른다. 사형선고 받는 기분으로 벌벌떨며

    다가갔는데 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면서 라디에이터 뚜껑을

    가리키더라.

     

     

    "부동액을 3리터를 쳐넣었는데 이거봐. 꽉안찼어.

    경고등 안떴어?"

     

     

    "안뜨던데요;;;"

     

     

    "계기판도 정상이 아닌겨."

     

     

    "근데 이차끌고 여름에 영월도 다녀왔는데요."

     

     

    "타향에서 뒤지고 싶은겨?"

     

     

    솔직히 개쫄리고 머리에 피가 싸 빠지는 기분인데 웃겨서 주저앉음 ㅋㅋㅋ

     

     

    아니 근데 웃고나니까 퍼뜩 생각이 들어서 각잡고 물어봄.

     

     

    "어... 혹시 뭐가 문젠가요... 헤드인가요..."

     

    카센타 사장님이 날 빤히 쳐다봄.

     

     

    "전문가여. 뭣허러 차갖고왔어. 니가고치지."

     

     

    "앗... 그게... 제생각이 그렇다는건데..."

     

     

    "맞어. 헤드여. 이틀걸려. 구십만원."

     

     

     

    뻐킹쒯. 드디어 올게왔다 싶어서 아픈머리를 부여잡고

    있는데 그와중에 그나마 싸게먹혔다고 좋아하던 나란놈.

    근데 뭐 당장은 현금도 없고, 고칠 방법이 없었다.

    크흠. 하고 "그래도... 당분간은... 좀 타도 되죠...?"

    하니까 되도록 멀리가지는 말란다.

     

    "멀리라는게 물리적으로 어디까지 허용될까요."

     

    "평택 이남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말어."

     

    "넵."

     

    "그리고 고칠라면 날 추워지기전에 와."

     

    "아. 추우면 문제가 심각해지나요?"

     

    "내가 추워서 일하기 싫어."

     

    "...네..."

     

     

    아무튼 그렇게 하고 얼마냐고 묻는데 그냥 사무실가서

    직원한테 오일만 갈았다고 하면 알아서 긁어줄거란다.

    안에 갔더니 사모님이 계서서 카드 내밀었는데 8만원을

    결제하시길래 ㅇㅇ 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벌컥 들어와서 "얼마끍은겨." 하고 물어보더라.

     

    8만원 긁었다고 하니까 "카드줘봐." 하시더니 사모님한테

    가셔서 "오만원만 끍어." 하고는 다시 카드를 주시더라.

    사모님이야 뭐 그냥 ㅇㅇ 하고 긁어주고 나는 괜히 고마워서

     

    "아이고 사장님 뭐 이렇게 싸게주세요 남는거 없게." 하니까

     

    "삼만원은 노잣돈이여." 하고 퇴장함 ㅋ 젠장 ㅋㅋㅋ

     

    차 개판나고 있다는 이야길 이렇게 하시네 ㅋㅋㅋ

     

     

    생각해보니까 말 없다고 했는데 말 엄청 많으신거였음.

    사모님 피셜 손님한테 이렇게까지 말 많이 한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함ㅋㅋㅋ

    뭐지 웃기게 생겨서 그런가....

     

     

    이 사장님 새벽에 술먹고 집에 몰래들어가다 사모님한테 걸려서

    사무실 와서 잤는데 사무실까지 쫓아온 사모님이 석유곤로 압수해서

    추위에 떨면서 잔 이야기도 하고싶은데 이거 길어져서 못하겠음.

    아무튼 카센타 고앵쓰는 귀여움 ㅇㅇ 그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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