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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195856
    작성자 : 고양이♥
    추천 : 17
    조회수 : 1061
    IP : 175.223.***.147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8/11/02 10:12:53
    https://todayhumor.com/?animal_195856 모바일
    사랑해, 잘가, 내 자랑스러운 어린 고양이. 안녕.

    2001년 겨울에 태어나 봄에 우리에게 온 내 고양이.
    2018년 시월 마지막 날, 날이 좋고 단풍이 예쁜 아름다운 날.
    우리에게 인사하다. 안녕. 내 사랑.

    넌 너무 자랑스러운 내 고양이였어.
    평생 가슴에 남을 내 어린 고양이.

    박카스 박스에 담겨온 귀는 커다랗고 얼굴은 작고 눈은 땡그랬던 내 작은 고양이.
    우리 집에 고양이 있다. 그날부터 나는 학교만 끝나면 미친듯이 집으로 달려갔지. 우리집에 고양이 있으니까.

    너와의 추억은 백번 되새겨도 너무 즐거운 일들.
    하교하고 우리집 계단에 앉아, 
    외출하고 돌아온 너와 도란도란 얘기 나누던 일들.
    네가 데리고 온 친구들.
    내가 부르면 멀리서 달려오던 네 모습.
    솜방망이를 문질문질 만져도 그냥 그러려니 하던 네 모습.
    나랑 달리기 장난을 하다가 난간 아래로 떨어졌던 네 모습.
    너랑 눈 맞추어 대화하려고 넌 난간에, 나는 그 아래 계단에 있다가 이유도 모르고 너한테 맞았던 일들.
    사랑스러운 너의 모든 모습들.

    언제나 내 곁에 다리 한쪽이라도 올리고 누워있던 네 모습.
    아가같이 안겨있기를 좋아했던 네 모습
    골골송을 부르다 부르다, 어느날은 안긴 상태에서 내가 쓰다듬으면 골골골 손길을 멈추면 노래를 멈추는 네 모습에 빵 터지기도 했고.
    얼마나 좋은 기분이었는지 내가 던져주는 네임펜을 물고 와주며 함께 장난치던 그 날의 특별한 기억. 
    추억들이 말로 다 하면 하루를 넘어갈텐데. 내 새끼.

    내 자랑스러운 고양이.
    기록을 찾아보니 네가 갑상선 항진증 진단을 받은게 작년 봄이더구나.
    넌 7-8키로나 나가던 골격 좋고 근육질의 멋진 고양이였는데
    병은 네 몸을 2-3키로의 작고 마른 몸으로 바꾸어버렸지.

    그래도 있잖아. 
    너는 정말 용감하게 잘 버텨주었어.
    그 긴 시간을 매끼 약을 먹어가며, 한달마다 병원에 가 피검사를 받으며, 몇달에 한번은 도저히 식욕이 돌지 않아 버티고 버티다 쓰러져 병원으로 달려가면 작은 몸으로 삼일에 걸쳐 수액 한 팩을 겨우 맞고.. 또 집에와서는 내가 아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처럼 기운을 내주었지.

    그 모든 과정이 넌 정말 자랑스러운 고양이였어.

    마지막.
    너에게 오빠랑 지붕있는 구름하우스 하나 사주자 했는데
    일이 바쁘다고 하루 이틀 미루다 겨우 이십여일 전에 새 집을 배송받았지.
    집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자던 네가 그 집이 너무 맘에 들었는지 볼일 볼 때 말고는 항상 그 안에 있다고 하더라.

    조금 더 일찍 사줄걸.

    나는 시집을 와서 너와 함께 지내지 못 하니까.
    한달에 한번씩은 널 볼 겸 병원도 데리고 갈 겸 가끔 갔었는데,  가끔씩 내가 귀찮음에 한주씩 미루고, 네가 갑자기 악화되어 오빠나 엄마가 오늘이 임종 같다고 전화줄때 널 보러 자주 가지 못 한 나를 항상 원망했었는데.

    딱 일주일 전에 널 보러 가서, 
    이제는 아파서 오래 안겨있지 못 하는 너를 십여분 안아주고
    네 모습을 지켜보고. 널 위해 만든 닭백숙을 냉동실에 넣어주고 왔었지.

    며칠전에는 식사도 못 하는 네가 용건도 없이 오빠를 야옹야옹 불러 쓰다듬으라고 했다 하더라.

    먹지를 못 하다보니 계속해서 배변이 힘들었던 너는.
    아무데서나 싸도 되는데 굳이 힘든 몸을 움직여
    꼭 화장실을 들락달래 하더래.
    그날도 새벽에 혼자 화장실을 가서 볼일을 보고 오더라고.
    엄마가 네가 마지막까지 정말 정갈하고 대단하다고 하더라.
    그날 아침, 엄마가 네 얼굴을 보고 먹지도 못 하는 너에게 아침밥 주마 준비하는 사이에 너는.

    오빠나 내가 있을때 꼭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며
    사랑한다 말해주며 보내고 싶었는데.

    너는 구름하우스에서 아무런 소리도 없이 조용히 떠났다고 하더라.

    내 새끼.

    나는 그렇다치고 굳이 오빠도 없는 사이에, 혼자 조용히 떠날 것 까지는 없는데. 조금 속상한 마음이 들어.

    그래도 엄마 전화를 받고 인천에 와 아주 평온하게 떠난 네 모습을 보니, 고통받지 않고 떠났음에 너무 큰 위안을 받았어.
    마지막까지 너무 슬퍼하지 않도록 우리를 위로하고 떠나는 듯이. 너무나도 곱게..

    내 사랑하는 고양이.
    내 자랑스러운 고양이.
    한살도 두살도 열여덟살도.
    항상 작고 소중한 내 어린 고양이.

    그동안 정말 고맙고 많이 미안했어.
    내 새끼.
    다음엔 조금 더 귀하게 키워줄 사람에게.
    내 소망이야.
    내 새끼.
    너무 사랑했고. 사랑하고. 앞으로도 평생 사랑할거야.
    항상 널 생각하고 기도할게.
    고마웠어.
    내 작은 어린 고양이.


    http://todayhumor.com/?animal_139900

    http://todayhumor.com/?animal_195535

    네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널 위해 한번씩 기도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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