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식 명칭은 모두 알다시피

대한민국（大韓民國）인데,

여기에서 정치 체제를 나타내는 어휘인 민국（民國）을 빼고 나면 '대한'이 남는다.

그런데 이 '대한'은 전형적으로 동양의 중세식 황제국 작명법을 따른 것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는지?

동양에서 국호의 길이는 권위를 나타낸다.

1자 국호: 천자국

2자 국호: 제후국

3자 이상 국호: 미개국

영격란: 영국

법란서: 프랑스

덕의지: 독일

호한: 코칸드

면전: 미얀마

아라사: 러시아

가나다: 캐나다

미리견: 미국

국호가 길수록 미개한 것이지.

그런데 원나라 때 이러한 국호 작명 문화에 살짝 변화가 나타났다.

원래 송나라 때까지는 순수하게 1자 국호였는데... 원나라는 앞에 큰 대（大）를 붙여서 '대원', 즉 2자 국호였던 것.

그러나 사실 이 '大'라는 게 국호에서 쓰일 때는 그다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1자 국호로 간주된다.

태생이 천민으로 빡대가리였던 전직 승려 주원장도 원나라의 작명 습관을 답습하여 국호를 '대명'으로 정했고,

청나라도 이어서 국호를 '대청'으로 정했다.

이러한 작명법은 중국 응딩이에 붙어있던 베트남도 그대로 썼는데, 청나라에 대해서 쓰는 대외적인 국호는 '월남'이었지만,

자기들끼리는 '대남（大南）'이라고 자칭했다. （덤으로 황제국도 자칭）

나중에 메이지 유신을 겪은 일본도 국호를 개정하면서 중국의 국호 작명법을 답습하는데, 완전히 따르지는 않았다.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 정식 국호는 '대일본제국（大日本帝國）'이었다.

일단 정치체제를 나타내는 어휘인 제국이 붙은 것은 둘째치고, 국호 제일 앞의 大를 빼더라도 여전히 2자 국호.

이는 일본이 탈아입구를 주창하면서, 중국식 황제국 작명법을 답습하면서 서양식을 섞되 자신들의 독자성을 강조하기 위함.

만약 일본이 중국식 황제국 작명법을 완전히 답습했다면, 국호는 '대일본제국'이 아니고 '대화（大和）'가 되었을 것이다.

자기들끼리는 화인（和人）이라고 했거든.

우리 군밤왕 이명복의 경우에는...   

(펌주: 디시에서는 고종을 군밤왕이라고 칭하네요 유래는 아마도 http://todayhumor.com/?humorbest_1671301 )

모두 알다시피 칭제할 때 국호를 '조선'에서 '대한'으로 바꾸었다.

'대'는 이미 언급했듯이 대원, 대명, 대청에서의 大를 그대로 빌려온 것이고,

한（韓）은 조선을 부르던 한 글자 별칭을 가져온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군밤왕 이명복은 중국식 정통 황제국 작명법을 따라 정식 국호를 '대한'이라고 지었다.

만약 일본처럼 바꾸었다면 국호는 '대한'이 아니고 '대조선제국'이었을 건데...

흠... 정말 없어보인다.

이후에 한국은 정통 황제국 작명법인 '대한'을 그대로 유지하고, 정치체제를 나타내는 어휘인 '민국'만 붙여서

대한민국으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사실 따지고 보면 정통 황제국 국호에 민주정만 덧붙인 셈이다.

이에 반하여,

원래 '대남'이란 1자 국호를 썼던 베트남은 지금 '월남（越南）'이라는 2자 국호로 돌아왔고,

일본은 태평양 전쟁 패망 후 '대일본제국'에서 그냥 '일본국'이 되었다. （정치체제 빼고, 大도 빼고）

중국은 아예 '중국'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정통 작명법을 갈아버렸다.

엄밀히 말해 중국이란 말은 당나라 때부터 쓰여왔던 별칭이기는 하지만 작명법과는 상관이 없다.

나는 소중화니까요

참고할만한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XVKEgfyrB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