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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886891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12
    조회수 : 2545
    IP : 218.232.***.40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20/12/05 12:50:48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86891 모바일
    백두산의 마귀를 죽인 소년 용사
    옵션
    • 펌글

    백두산 정상의 수많은 산봉우리들 중에는 솔개의 부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부리봉’이라는 봉우리가 있습니다. 이 부리봉에 얽힌 흥미로운 영웅 전설이 백두산 현지에 전해져 오는데, 그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옛날, 백두산 기슭에 어느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어릴 때부터 지혜롭고 무예가 뛰어나면서 그림을 잘 그리는 재주까지 지녀, 주위 사람들로부터 신동(神童 신기한 아이)이라 불리던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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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신동이 15세가 되던 해에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정체가 무엇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악한 요괴, 즉 마귀가 백두산에 갑자기 나타나더니 마을 사람들을 차례대로 붙잡아서 끌고 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소년도 자기 집 마당에서 그림을 그리던 와중에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허공에 날아가더니 마귀의 커다란 손에 붙잡혀서 끌려갔습니다.


    소년이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다른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마귀의 소굴에 잡혀 와 있었습니다. 그곳은 커다란 바위로 둘러싸인 어두운 곳이었는데, 마귀는 마을 사람들한테 자기가 살 크고 화려한 궁전을 지으라고 강제로 노동을 시키던 중이었습니다. 소년 역시 마귀의 협박을 받고 일을 해야 했는데, 그가 맡은 일은 바로 그림 그리기였습니다.


    마귀는 소년한테 “장차 이곳에 내가 살 18층짜리 누각이 달린 궁전이 들어설 테니, 너는 그 궁전에다가 날개 길이와 몸의 크기가 12발(19.2미터) 정도 되는 솔개의 그림을 살아 있는 것처럼 세밀하게 그려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마귀의 힘에 눌린 소년은 어쩔 수 없이 마귀가 시키는 대로 궁전에 조금씩 솔개의 그림을 그려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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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윽고 3년이 지나고 마귀가 말한 18층의 누각이 달린 궁전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궁전에는 소년이 정성을 들여 그린 솔개의 그림도 다 그려졌는데, 솔개는 부리의 크기만 3발(4.8미터)에 날개와 몸뚱이는 12발이나 되어 매우 크고 용맹스러워보였습니다. 솔개의 그림을 보고 감탄한 마귀는 소년한테 “네가 정성껏 그린 그림이 참으로 보기 좋으니, 상으로 너에게 자유를 주겠다.”라고 말하면서, 이제 소년이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허락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소년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행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납치해서 죽도록 부려먹어 궁전을 짓고 나서도 마귀는 만족할 줄 몰랐습니다. 궁전을 완성한 마귀는 “아름다운 궁전에는 아름다운 시녀들이 있어야 어울리지.”라는 생각을 하고, 또 다시 바람을 타고 마을로 달려가서 돌풍을 일으켜 처녀들을 모조리 붙잡아서 자기의 궁궐로 끌고 갔습니다.


    졸지에 딸과 누이들을 잃어버린 마을 사람들은 모두 슬퍼하고 분노했으나, 마귀의 힘이 워낙 강해서 차마 맞서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아 다들 걱정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소년은 마귀를 응징하러 칼을 들고서 마귀가 사는 궁전으로 달려갔습니다. 소년을 본 마귀는 “너는 왜 다시 왔느냐?”라고 물었고, 소년은 “네가 붙잡아 간 마을의 처녀들을 모두 풀어줘라. 만약 네가 거부한다면, 너를 죽이겠다.”라고 소리쳤습니다.


    소년의 말을 듣고 마귀는 “자기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 멍청한 녀석 같으니!”라고 비웃으며 자기도 칼을 뽑아들고 소년을 덮쳤습니다. 소년과 마귀는 그렇게 서로 칼을 부딪치며 치열하게 대결을 벌였습니다.


    그러다가 마귀가 소년의 기세에 밀려 불리해지자, 마귀는 도술을 부려서 거센 바람을 불러오고 바위를 던지면서 소년을 새롭게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기세를 굽히지 않고 마귀한테 달려들어, 커다란 세숫대야 같은 마귀의 귀 한 쪽을 칼로 잘라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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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한 마귀는 백두산의 높은 꼭대기로 올라가서는 집채만한 크기의 바위를 번쩍 들어서 소년을 향해 내던졌습니다. 하마터면 소년이 바위에 깔려 죽을 뻔한 위기에서 갑자기 날아온 커다란 솔개가 두 발로 소년을 낚아채서는 하늘로 날아올라 바위를 피했습니다. 그 솔개는 3년 동안 소년이 정성껏 궁전에 그린 솔개 그림이 살아나서 창조자인 소년을 도우려고 온 것이었습니다.


    솔개 덕분에 살아난 소년은 솔개의 등에 올라타서 솔개와 함께 마귀를 상대로 다시 힘과 용기를 내어 싸웠습니다. 마귀 역시 지치지 않고 소년과 솔개를 향해 맞서 싸웠습니다. 그러다가 소년이 칼로 마귀의 목을 잘라버렸는데, 놀랍게도 마귀의 잘려나간 목은 몸으로 날아와서 붙어버려 마귀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런 과정은 두 번 정도 되풀이 되었는데, 세 번째로 소년이 마귀의 목을 자르자 솔개는 한쪽 발로 마귀의 몸뚱이를 집어서 낭떠러지 밑으로 내던졌고, 다른 쪽 발로는 마귀의 잘린 머리를 백두산 천지의 물속으로 던져버렸습니다. 그렇게 하자 비로소 마귀의 머리는 몸에 달라붙지 못하고 마귀는 완전히 죽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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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천지 속에 빠진 마귀의 머리가 다시 살아나서 몸과 붙을까봐 솔개는 천지 동쪽의 바위에 앉아서 천지를 감시했는데, 그 솔개가 오늘날의 부리봉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출처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100~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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