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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이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 있다. 둘이 가도 넉넉히 4인분은 먹어야 “배 좀 찼다”는 말이 나오는 곳.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밑반찬이 워낙 훌륭해 가끔 가곤 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2인분을 시키면 밑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지는데, 고기 양이 부족해 추가로 2인분을 시키면 그땐 밑반찬을 내주지 않는다. 처음 온 손님에게만 제공되는 일종의 환영 세트인 셈이었다. 합리적인 정책일지 모르지만, 똑같은 돈을 내면서도 차별받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같은 2인분인데, 대접의 온도가 달라지다니, 괜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소박한 반란을 제안했다. 2인분을 먹고 나간 뒤, 30분쯤 시간을 두고 다시 들어가 또 2인분을 주문하는 것.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지극히 온건한 저항이었다.
작전명, ‘밑반찬 리셋’. 우리는 계획대로 첫판을 해치우고 술기운도 깨고 배도 좀 꺼트릴 겸 근처를 산책 후 시간을 맞춰 다시 입장했다.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넣자 예상대로 밑반찬이 한가득 나왔다. 우리는 작은 승리에 만족하며 두 번째 식사를 즐겼다.
깨끗하게 닦인 테이블, 막 차려진 밑반찬, 그리고 은근한 승리감. ‘그래, 이 정도면 완벽해.’ 우리는 조용히 미소를 주고받았다. 이쯤 되면 작전은 성공한 셈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먹고 난 뒤 계산대 앞에 섰는데 그때,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두 번이나 오시다니, 저희 삼겹살 정말 입에 맞으셨나 봐요~”
짧은 침묵 끝에, 우리는 서로를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이건 우리가 짠 시나리오가 아닌데?’
순간, 우리의 ‘복수극’은 사장님의 자부심만 한껏 높여 드리는 결과로 끝났다. 결국 얻은 건 밑반찬과 깨끗한 테이블, 잃은 건 복수의 명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세상엔 이런 복수도 있다. 누군가를 이기려다 오히려 그를 기분 좋게 만들어 버리는 일. 그날 이후, 나는 밑반찬을 볼 때마다 웃음이 먼저 난다. 결국 진 셈이지만, 묘하게 기분 좋은 패배였다. 적어도 식사는 즐거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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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 게시판이어서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
작년에 「하루가 툭, 말을 걸었다」라는 에세이 한 권을 출간했습니다.
위의 글은 그중 〈밑반찬 리셋〉이라는 에피소드입니다.
아직은 무명이고 신인이라 이렇게라도 자랑해볼 곳이 거의 없네요 ^^;
한 편당 평균 2쪽 정도의 짧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읽으실 수 있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하루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삶의 이야기,
커피 한 잔, 퇴근길의 바람, 우연히 흘러나온 노래 한 곡처럼
30대부터 10년 넘게 일상 속에서 떠오른 단상과 회상,
깨달음과 위로의 순간들을 시와 산문으로 기록해 왔습니다.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분들께 조심스럽게 추천드려요 ^^
글 대신 영상으로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유튜브 채널에서 일부 에피소드를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 출처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6109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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