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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부모는 매우 엄한 사람들이었다.
가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는것은 부모에게 매질을 당할때이다.
아마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됐을 무렵.
아버지와 어린 남동생 그리고 나는 집앞에 농구를 하려고 나갔었다. 장난기가 생긴 아버지가 나의 머리에 농구공을 던졌고 어린 나는 머리가 울릴 정도로 아파 그만 하시라고 했지만 그 모습이 너무 재밌있었나 보다.
장난은 계속 되었고 아버지와 어린 동생은 그러 나를 보며 웃고있었다.
그 어린 나이에 수치심이란걸 느껴졌다.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장난이 심하다고 느낀 나는 나보다 힘도 쎄고 나이가 많은 어른에 의해 행해지는 폭력적인 상황과 어린나이었지만 동생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옆에 있던 담벼락에 머리를 찧으며 이럴거면 차라리 내가 죽겠다고 소리쳤다.
그날 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방구석에서 주먹으로 발로 사정없이 매질을 당했다.
동네 사람들에게 부모를 망신 줬다는 이유에서 였다.
초등학교 6학년 무렵
늦은밤.
학교에서 시험점수를 안좋게 받은 나는 집밖 주차장 에어컨 실외기에 기대어 아버지께 몽둥이 질을 당했다.
한참을 두드려 맞고 있을때 쯤 어머니가 밖으로 나왔다. 아버지를 말리실거라 희망을 가졌다.
당연하지. 그때 그 행위는 훈육이 아니라 폭행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사람에 입에서 나온 소리는
‘아주 저런 새끼는 죽여버려야돼.’
이 세상에 내 편은 아무도 없구나.
절망스러웠다.
2.
사춘기 시절 부모님들의 사이도 썩 좋지 않았다.
그 시절 나의 집은 큰 식당을 하고 있었다.
관광객을 상대로 운영하는 식당이었기에 새벽부터 일찍 손님들을 받았고 직원들 대부분이 자녀가 있는 학부모였기 때문에 그 시간부터 출근을 할 수 있는 직원들은 많지 않았다.
당연히 부모님 두분이 새벽부터 일어나 밥을 짓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였는데 어느 날 부터 아버지가 친구분들과 함께 술자리에 어울리다 늦게 들어오는 날이 잦아졌고 그런 날은 어머니 혼자 200-300명의 식사를 준비하였다.
어머니 본인도 많이 힘들었겠지.
부부싸움은 거기서부터 시작 된 것 같다.
아버지는 타지 생활에 변변치 않은 벌이로 힘들게 살던 예전과 다르게 이젠 돈도 많이 벌고 친구도 많아졌다. 어딜가든 사장님 소리를 듣고 옆에서 형님하며 살갑게 대해주는 동생들도 많아 졌다.
그게 너무 좋았나 보다.
중학교 내내 일주일에 대여섯번 치러지는 전쟁통에서 어리고 힘이 없던 나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불안하고 무기력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가게 주차장에서 어머니를 넘어트리고 얼굴을 향해 발길질을 하던 아버지의 모습.
커다란 식칼을 들고 죽여버리겠다고 울부짖던 어머니의 모습.
손에 잡히는대로 집어던지는 탓에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오던밤이면 집안에 있는 칼이며 가위 같은 뾰족한 물건들을 숨기기에 바빴던 나의 모습.
행여 폭력의 대상이 자신이 될까봐 방 한켠에서 두 손을 꼭 잡고 떨고있던 나의 동생들의 모습.
그때부터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불면증, 가위눌림에 시달려야 했다.
상황이 나아질거라 생각을 할 수 없었기에 바라는건 하나 뿐이었다.
빨리 성인이 되어 여길 벗어나야겠다는 것.
3.
사춘기 시절 나의 어머니는 엄청나게 히스테릭한 사람이었다.
컨디션에 따라 기분의 변화가 크게 달라지는 사람이었는데 대부분은 화가 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슨 이유였는지 항상 나는 혼나고 있었고 항상 주눅들고 눈치를 봐야했다.
내 잘못이었겠지.
내 잘못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4.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았던 학대와 질책들이 나의 성격을 만드는게 크게 일조한 것 같다.
짜증나지만 그게 내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것이다.
시키는 대로 단순히 행해야 하는 일엔 꽤 소질이 있지만 어떤걸 직접 판단하여 기획, 실행하는데는 영 소질이 없다.
자존감이 낮아 남에게 비판, 비난 받는것을 극도로 두려워 하여 혹여나 그런 상황이 오면 실수를 인정하며 해결책을 찾기 보다 자기변호에 급급하다.
순종하는 삶을 강요 받았기 때문에 거절하거나 부당함에 대해 항변하지 못한다.
자존심은 쎄서 누가 나를 공격해오면 화는 나지만 겁이 많기 때문에 잘 표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살아왔다.
5.
이런 내 성격에 대해 누군가는 비겁한 변명이라 할 지도 모르겠다. 어떤 짓을 하던 그 행위의 주체는 나이기 때문에.
근데 이렇게라도 누군가를 탓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
역시 난 비겁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그들처럼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주눅들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고 싶다. 남들이 하는 비난을 듣고도 아무 상처 없이 담담 할 수 있을까?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도 내가 부러워 하는 그들처럼 될 수 있을까?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싫지만 스스로 내가 잘못됐다고 인정해버리면 나라는 존재자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라 슬퍼진다.
나마저도 나를 싫어하면 나는 과연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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