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CSI 전편을 열심히 보고있었지, 
갑자기 할머니가 쑥떡을 가져왔다
먹으라는데 맛이 없었어 우엑-_ㅜ 

할머니가 내 옆에 앉으셨다

그리고 익숙한 내 가족이야기.
엉망이야, 요즘 우리가족. 
엄마 아빠가 이혼준비중이라서 
나이 많은 우리 할머니는 걱정이 많다. 

막내딸의 손녀딸로써 
내가 할수 있는건 항상 이야기를 들어주는것뿐이라서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하는데, 

문득 할머니 발이 너무 하얗다는걸 알았다
할머니 말은 계속 귀로 들려오는데
내 시선은 자꾸 할머니 발로 가서
갑자기 할머니 발에 손을 올렸다.

나 참 바보같지, 
어리석게도 할머니 발이 하얗기때문에 차가울꺼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따뜻하지못해 후끈후끈? 
할머니의 하얀 발도 35.6도를 유지하고 있었어

'와 갑자기 발을 만지노'
'아니, 할머니 발 왜이렇게 하얀거야?'
'피가 안통하니까 그렇제, 늙어빠져서'




아, 우리 할머니 나이가 많구나

문득 또 서글퍼졌어



할머니는
어디서 받아온지 모르는 떡을 썰어서 2주간 떡국을 해주시고
아, 물론 3끼를 전부 떡국 *^^*
( 싫다는 말도 못하는게 너무너무 맛있어서 한입만 먹어도 
입으로 계속계속계속 들어가는걸 어째 ㅎㅎ )

계란찜에 고추를 송송 넣었을뿐인데 그게 왜그렇게 맛있는지 
맛있게 먹었더니 그거도 2주동안 매끼 반찬에 올라오고

다이어트한다고 삼겹살 안먹는다고 하니까
삼겹살은 안사오시는데 라면을 한박스 사오셔서 배고프면 먹어라고 하고

내 거울이 예뻤는지 아침에 찾으면 언제나 할머니 방에 가있고

뭐 할머니랑 2년동안 지내면서 
나 바보같이 할머니는 항상 내 옆에 할머니로 남아있을꺼라고 생각하나봐.

할머니 최근에 아플때
위암이 재발한것같다며 외삼촌과 급하게 병원가고 할때
저녁에 밥먹다가 할머니가 아프다고 가슴 치는거 보며 
내가 입에 상추 가득 물고 펑펑 울었던거 기억하지?

나 지금 너무너무 슬픈데
뭐라고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래, 결론은 그래.  
할머니 발을 보니까 나 왜그렇게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어
귀도 잘 안들려서 내 말 잘 못알아들어도 
내 몸 내 표정 내 눈빛만 봐도 다 아는게

상추 2000원 하는건 비싸서 못사겠다 하시면서
나 아침밥 안먹는다고 토마토라도 먹으라며 3개 5000원 하는거 사오시는거 보면



학교때문에 타지에 와있는 나를 항상 행복하게 해주고 있었어
그런 할머니가 아프고 자꾸 나에게서 멀어져만 같아서
나 하소연 하는거야.

내 고민이야, 
나 할머니 없으면 어떡해? 할머니없으면.. 갑자기 내 옆 떠나면...
난 어떡해? 

야식이 생각나는 이시간에 너무 서러워서 주절주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