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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715257
    작성자 : 안흔한닉네임
    추천 : 0
    조회수 : 572
    IP : 123.248.***.161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7/07/17 20:08:48
    http://todayhumor.com/?gomin_1715257 모바일
    자존감도둑
    나는 
    사랑은 참 많지만 다혈질에 교육을 잘 받지 못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다.

    예뻐할 땐 다 큰 나를 아기처럼 우쭈쭈하며 이쁘단말을 달고 사셨지만,
    내가 뭔가 실수를 하거나 나보다 더 예뻐하셨던 남동생과 다투기라도 하는 날에는 폭언과 욕설, 때때로 손찌검도 하셨다.

    내가 기억하는 첫 따귀는 아직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난 6살이고 동생은 이제 막 잡고 일어서는 돌쟁이였다.
    부모님과의 외출길에 잠시 세워둔 유모차에서 돌쟁이동생이 일어서버리는 바람에 유모차가 넘어갔다.

    넘어진 동생은 입술을 다쳐 피가 났고 난 그 옆에 서 있었는데 잡지 않았다는 이유로 뺨을 맞았다. 
    너무 놀란 난 오줌을 지렸다. 왜 맞았는지도 그땐 잘 모른채 울면서 잘못했다고 했다. 또 맞을까봐 두려웠다.

    그날 밤에 자려고 누워서까지도 내가 맞았던 순간이 머리속에서 계속 되풀이되었고, 이런 감정이 드는 이유도 몰랐지만 몹시 내가 싫고 창피하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 어릴적부터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였고 상처받은 일을 잊는것이 아렵다. 
    그래서인지 이날의 기억은 초등학생, 중학생을 지나 성인이 되고 아이까지 있는 지금의 나에게도 상처로 남아서 내 자존감을 좀먹고있다.


    크면서 몇번이고 어릴때의 이 일을 비롯한 일련의 아팠던 기억을 극복하고자 부모님께 몇번이나 이야길 했었다.
    다만,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그땐 내가 미안했다는 사과 한마디가 듣고싶었다.
    네가 멍청하거나 등신같은게 아니었다는 말을 들으면 과거의 기억 속에 멍청이라고, 등신이라고 욕먹고 있는 내게 안녕을 고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그러나 부모님은 그게 당신들의 체면을 차리는 방법이라 생각하셨는지
    기억이 안난다, 다들 혼나며 크는데 왜 유난이냐, 혼날만 했으니 혼났겠지, 라며 늘 사과를 거부하셨다.
    끝은 항상 널 얼마나 사랑을 많이 주고 키웠는데... 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당신의 상스러운 말투보다도, 도박으로 며칠씩 집을 비우다 결국엔 전 재산을 날려 야반도주하게 한 것 보다도, 
    제 멋대로 화내고 폭언하고 감정폭격을 퍼부은 다음 나는 내 마음을 돌볼 새도 없이 또 다시 제 멋대로 사랑한다며 볼을 부비는 그 모습이,  그럼에도 또 화를 낼까 싶어 두려운 맘에 그냥 입을 닫고만 있던 내 모습이, 너무 싫고 밉다.



    이런 마음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은 나에게 가장 하찮고 보잘것없고 무시해도 되는 존재가 되었고
    성격은 점점 모나게 변했다.
    나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다보니 남을 존중하는것도 아주 어려웠고, 몇번의 연애를 거쳤지만 늘 나는 나를 잃고 상대방에게 매달리는 미저리였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어 마음도 제법 단단해져서 
    이제 사회에서 누구랑 갈등을 빚더라도 크게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 경지에 올랐는데도
    어릴적의 기억은 이렇게나 끈질기게 나를 찾아와 괴롭힌다..



    별 얘기도 아닌 것 같지만 내 얼굴에 침뱉는 것 같아서 아무한테도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랜선너머 당신에게 주절거려본다. 

    출처 내 전두엽속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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