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서 줄곧 수위를 달리던 이명박 캠프에 급기야 비상등이 켜진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명박에게는 다른 후보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숱한 약점이 이미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건재해 온 것은 단연 조선일보의 지원 덕분이었다. 조선일보의 이명박 지원은 그들이 즐겨 쓰는 말로 한다면 가히 '공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1998년이면 이명박이 국회의원에 갓 당선하고 한나라당 종로지구당 위원장이 되었던 시점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건국 50년, 대한민국을 움직인 인물 50인'에 이명박을 넣음으로써 이명박 키우기 공작을 시작한다.

조선일보처럼 사람 잘 키워 주는 집단이 있을까? 만약 이문열에게 조선일보가 없었더라면 그는 어찌 되었을는지를 상상해 보는 일은 즐겁고도 불쾌하다. 이런 가정은 김영삼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터이다. 그러니까 '밤의 대통령'이라는 다소 괴기스러운 칭송을 듣지 않았던가? 조선일보처럼 의리 있는 집단이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 조선은 한 번 밀어주기 시작하면 그 사람이 확실히 클 때까지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다. 그들은 '우리가 밀면 확실히 큰다'는 신조를 지니고 있다. 아니 '우리가 미는데 제가 안 크고 배겨?' 일지도 모르겠다.

2002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을 때 조선일보는 참 희한한 자체 광고 문구를 마치 모토처럼 선보인 적이 있었다. '우리는 할 말은 하는 신문입니다.'가 그것이다. 할 말은 한다?  물론 이것은 마치 누군가가 자기들에게 할 말을 못하도록 탄압이라도 하는 듯하게 보이려는 위장책이다. 그런데 어디 조선일보가 할 말만 하는 신문인가?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마구 다 하는 신문이 조선일보 아닌가? 그런데 고작 할 말은 하는 신문이라고? 이쯤 되면 이것 역시 공작 수준의 작태라고 보아야 한다. 

 
10년 전이면 이명박이 서울시장이 되기 전이다. 그런데 그런 이명박을 '건국 50년, 50대 인물'에 넣은 것은 '할 말'인가 아니면 '안 할 말' 인가? 아무튼 이명박은 조선일보의 의도대로 끝내 크고 말았다. 결정적인 것으로 청계천 과장 보도를 꼽을 수 있다. (동아와 중앙은 조선일보를 벤치 마킹하기에 급급했다.) '우리가 밀어 주는데 제가 안 크고 배겨?'가 관철된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최종 목적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의 목적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런데 마각을 드러내는 이명박의 껀수가 심상치 않을 정도로 많아 보인다. 급기야 여론 지지율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10년 전 조선일보는 박정희 전두환의 언론 탄압 공작을 김대중에게 덧씌우는 공작을 벌였고, 그것은 나름대로의 성과를 낸 것 또한 사실이다.( 이때 이문열은 신문사 세무조사를 하는 정부를 나치에 빗대는 칼럼을 조선일보에 게재했다.) 이제 조선일보는 옛날 중앙정보부의 정치 공작을 오늘의 국정원에 덧씌우려고 공작(工作)하고 있다. 그리고 물론 여기에 이미 이명박 캠프가 공작(共作)하고 있다. 국정원을 항의 방문하는 이재오 패거리의 추한 모습을 떠올려 보자. 

 
국정원이란 국가 안전 보장에 관련되는 정보 보안 및 범죄 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정보 기관이다. 그렇다면 유력 대통령 후보의 파일을 당연히 탐지하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그 파일의 내용이 범죄 행위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확보해야만 한다. 그것은 국정원이 국가 안보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와 이명박 캠프는 그것이 옛날 중정 식의 음험한 정치 공작인 양 역으로 몰아 붙이는 공작을 노골적으로 감행하고 있다. 위기감 때문인지 그들의 공작은 너무도 공작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공작은 예전처럼 성공할지도 모른다. 이 공작의 성패 여부에 우리 민족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김갑수 (kimle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