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이 얼마 남지 않은 12월 중순이었다.
통장 잔고는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였고, 난 그저 살기 위해 이것저것 줏어먹으며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마트에 들렀다.
베이컨을 사서 쪼개먹을지, 간만에 과자와 콜라를 사서 먹을지 고민하던 찰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랍스타 生 6,900
바로 랍스타 6900원 행사였다.
녀석과 나는 그렇게 처음 조우했다.
우람한 더듬이, 부리부리하다 못해 튀어나온 눈깔. 이 녀석은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필시 모델이 되었으리라.
나는 랍스타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다. 당연히 요리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난 우스꽝스러운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이 녀석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내 옆에 있는 여자친구가 내 짝이 아니라는, 나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들 말이다.
결국, 난 그 녀석을.. 이틀치 식비를 털어 소유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평생 분수에도 없는 랍스타를 먹게되다니. 벌써부터 금수저가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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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 랍스타
부재료 : 버터, 고추, 마늘, 시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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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재료. 랍스타 6900원. 버터는 옆집에서 빌리든지, 훔치든지 해야한다. (명심할 것 : 당신은 훔치다 걸리면 성폭행보다 더 높은 형량이 부과될 지도 모르는 헬조선에서 살고있다.)
1. 집게의 고무줄을 제거하고 등을 물 쪽으로 해서, 끓는 물에 랍스타를 넣어 20분간 삶아주고
2. 마늘과 고추, 시금치(냉장고에 있는 이파리 있는 녹색채소는 모두 가능)를 잘게 다져서 빻아서
3. 버터 3아빠숟갈을 넣고 잘 휘적휘적해 준 후
4. 고급진 랍스타를 반 갈라줍니다. 위의 주름선의 가운데를 향해 칼침을 놓습니다.
5. 집게발의 껍질도 칼등으로 조금 부수어 준 후
6. 버터를 치덕치덕해줍니다.
7. 예쁘게
8. 오븐, 후라이팬, 혹은 그릴팬으로 마늘버터를 녹여주고 불맛을 더해줍니다.
9. 맛이 고급지네염.
이상 6,900원으로 맛본 랍스타 레시피였습니다.
그럼 2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