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화폐.</div> <div>화폐는 약속이다.</div> <div>만 원어치의 화폐는 만 원어치의 교환가치를 지닌다는 약속.</div> <div>나는 '약속'이 자본주의의 전제라고 생각했다.</div> <div>그러나 최근에 약속보다도 더 기본적인 전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div> <div>그것은 바로 권리와 의무이다.</div> <div> </div> <div>식당에 가서 돈을 낸다(의무) <-> 밥을 먹는다(권리)</div> <div>돈을 빌린다(채무) <-> 돈을 빌려준다(채권)</div> <div> </div> <div>거래를 통한 모든 경제활동은 본질적으로 권리와 의무가 짝을 이룬다.</div> <div>근데 권리와 의무조차도 더 기본적인 전제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div> <div>더 기본적인 전제는 바로 당위성이다.</div> <div> </div> <div>'권리에는 의무가 따라야 한다는 생각.' </div> <div>'~해야 한다'류의 문장.</div> <div>이것이 바로 당위성이다.</div> <div>당위성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우리는 태생적으로 어떤 당위성들을 공유한다. (대체로 그렇다.)</div> <div>'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div> <div>'밥을 먹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div> <div>이런 문장들은 당위적이다.</div> <div>당위는 더 이상의 원인이 필요하지 않다.</div> <div>당위는 그 자체로 완전함을 추구한다.</div> <div>그러므로 당위는 다수(혹은 권력)에 의해 무너지는 불완전한 속성을 가진다.</div> <div> </div> <div>당위성은 어째서 생기는 것인가?</div> <div>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당위성은 인간이 다른 생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인 것 같다.</div> <div>어쩌면 다른 생물들은 당위성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div> <div>당위성은 법, 경제의 근간이 된다.</div> <div>당위성이 사라지게 된다면 사회는 무너진다.</div> <div>나는 당위성이라는 개념이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div> <div>(당위성은 너무나 당연해서 우리는 공기처럼 그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는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생각이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리고 이 사회의 가장 큰 권력에는 언제나 거대한 당위성이 있기 마련이다.</div> <div> </div> <div>부자.</div> <div>정치인.</div> <div>고위 공무원.</div> <div>전문가.</div> <div> </div> <div>권력에는 당위성이 있고, 당위성은 본질적으로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