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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1672120
    작성자 : #글쟁이
    추천 : 0
    조회수 : 297
    IP : 121.147.***.172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7/12/03 22:34:11
    http://todayhumor.com/?freeboard_1672120 모바일
    역할대행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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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D에게서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D와는 각별한 사이였지만, 나이가 먹고, 서로 바삐 살다보니 연락이 드문드문해졌다.
    어느정도 나이 먹으면 이런 시기에 온 연락은 뻔하다.
    "결혼"
    결혼식장에 같이 갈 사람이 필요했다.
    혼자 가도 되지만 그럴싸한 근사한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D 때문이었다.

    역할대행 사이트를 찾았다.
    생각보다 나같은 사람이 많았나 보다.
    부모님 역할. 남친 역할. 결혼식 하객 등 다양한 역할대행이 있었다.
    그리고 주저없이 신청을 했다.

    ------------------------------------------------------------------------------------------------

    1-3
    업체에서 자세한 인적사항을 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역할대행을 하는 사람이 어느정도 배경지식이 있어야
    갑작스런 상황에서도 들키지 않고 잘 수행할 수 있다고했다.
    고민을 하다가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성격은 활발하고, 중고등학교때부터 공부를 어느정도 했고, 
    연봉은 7천, 중구 오피스텔거주, 자세한건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네요]

    막상 쓰다보니 내 얘기가 아닌 얘기를 쓰는게 어려웠다.
    난 이렇지 않는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기도 싫은데
    D 앞에서 만큼은 이런 사람이고 싶었다.



    ------------------------------------------------------------------------------------------------

    1-5
    D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업체와 간단하게 전화로 미팅을 했고,
    나는 수입차 렌트카 업체에 차를 빌리러 갔다.
    하루 대여료만 해도 어마어마 했다.
    그리고 아무나 대여해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난 대여를 했다.

    그리고 그 차를 끌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평소 지나가면서 너무 비싸 눈길만 주고 말았던 원피스를 질렀다.
    구두, 목걸이, 핸드백, 이 순간 내가 미친것 같았다.
    D때문에 내 연봉을 쏟아붓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
    이정도면 D가 놀랄만 하다.라는게 내 계산이었다.


    ------------------------------------------------------------------------------------------------

    1-7
    연남파출소 앞에서 역할대행분과 만나기로 했다. 
    우리집과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차를 타고 한시간가량 빙 돌아갔다.
    D 때문이야. 이게 다 D때문이야...
    운전을 하면서 계속 이렇게 자기 암시를 했다.

    사이드 미러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연남파출소 앞에 도착을 하자

    허우대 좋은 앳된 남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그 근처에 있었지만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사람이 내 역할대행이라고.

    ------------------------------------------------------------------------------------------------

    1-9
    약간 구릿빛 피부, 95사이즈가 잘 어울리는 슬림한 근육질 스타일
    업체에서 신경을 써준건지 훤칠하고 잘생긴 사람이 온 것 같았다.
    나는 운전대를 그에게 넘겨주었다.

    "뭐라고 부르면 되죠?"
    "이름은 알 필요 없고 그냥 '자기'라고만 하면 될 것 같네요. 어차피 제 남친역할 하시는 거니까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거라고 생각하고 존칭은 쓰지 마세요"
    "아.. 네..아니 예... 아니 응"
    "네비 찍어 놓은 곳으로 가기만 하면 돼요."
    "예 알겠습니다. 아니 응...."

    ------------------------------------------------------------------------------------------------

    1-11
    나는 이 사람앞에서 연극을 하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난생 처음 기가 센 사람 연극을 하고 있었다.
    내 차도 아닌 차를 운전하고 있자니 손이 떨려서 운전을 더는 못하겠었다.


    내가 아닌 나를 연기하는게 어려울 때마다.
    이게 다 D때문이야라고만 맘 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다.
    우리는 차 속에서 서로 조심해야 될 사항과 내 요구사항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차는 고속도로를 탔다.
    남자는 운전에 맛이 들린듯,
    "자꾸 자기야 나 이거 쫌만 밟아봐도 되?"하면서 물어봤다.
    "맘대로 해 대신 사고내면 넌 죽어"라고 간단히 대답해줬다.
    직선도로에선 조금 밟는 듯 하더니 코너가 나오자 바로 감속을 했다.

    뭔가 조심스러운 모습이 귀여워보였다.

    ------------------------------------------------------------------------------------------------

    1-13
    거리가 있어서 일찍 출발했는데 일일남친이 시원하게 밟아준 덕분에 아주 일찍 도착했다.
    "결혼식까지 시간도 널널한데 어디 들렸다 갈래요? 커피는 내가 살게요."
    "좋죠."
    "자기는 반말써야 된다니까 그러네..."
    "아.. 좋아"
    "근처 보이는 카페 있으면 아무데나 세워봐요"
    "응 알았어"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런 사람이 내 남친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걷은 소매 사이로 보이는 핏줄하며 앙다문 입을 보고 있자니 
    이남자 꽤 매력있게 생겼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 

    1-15
    커피를 카페에서 마실 생각이었는데 이 남자 드라이브 쓰루를 이용했다.
    "어디로 갈거에요?"
    "바다로 가자! 여기서 쫌만 더 가면 동해 나오잖아."
    "그래 그렇게해요."

    이 남자를 보니 느낌이 엠티 놀러온 신입생 새내기 같았다.
    D때문에 실행한 계획이지만
    이 남자를 보면서 한 순간 잊어버렸다.
    출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위험하다는 것을 온 몸이 찌릿찌릿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감정에 빠지게 된다.
    자꾸 부르게 된다.
    내 앞길도 막막한데...

    처음엔 단순한 역할대행이었다.

    내 앞길도 막막한데...
    자꾸 기다리게 된다.
    그러다 감정에 빠지게 된다.
    위험하다는 것을 온 몸이 찌릿찌릿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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