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두 병을 오늘 회사에서 선물 받았어요. 딱 반주만 적당히 마셔야지 했는데,
오늘 기분이 너무 우울한거예요. 그래서 한 병 다 마셨어요. 취했는데, 정신은 멀쩡해서 하소연 하러 왔어요.
전요, 취업상담 해주는 상담사예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그 일이 너무 벅차요. 너무 눈물날정도로 벅차요.
나는 월급 140만원인데, 회사에서 요구하는 건, 내담자들한테 더 나은 월급을 많이 주는 일자리를 제공하래요.
오늘 회의에서요.
그럼 나는요.. 나는, 월급 140만원 받으면서 그것도 밥값 아끼겠다고 도시락 싸서 다녀요.
밥 사먹는 게 돈 아까워서. 근데 회의 때 내담자들에게 월 150만원 이상 일자리를 제공하래요.
그럼 내 복지는요..
나는요.. 편도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걸리는 데, 그걸 왕복하는 것도 이제 슬슬 지치는데, 뭔가, 너무 힘든데..
내담자들은 말해요. 나 4년제 나왔으니까 월 200만원 벌고 싶다고, 그런 일자리 알선해달라고.
저도 4년제 나왔어요. 되게 대학교 때 학자금 대출 없이 다닐려고 열심히 다녔단 말이예요.
그런데, 취업한데다 이딴데예요.
월 140만원. 쪽팔려서 말도 못해요. 남자친구한테도 말 못해요. 그 정도 월급 받으면서 다니냐고 한 소리 들을까봐.
그렇게 개고생 해놓고, 받는 월급이 그 정도냐고.
엄마도, 한심하다는 듯이 말씀하세요.
요양원에 있는 사회복지사나 너나 다를게 뭐가 있냐고. 저 사회복지사도 있어요.
상담을 하면서, 나도 4년제 나왔는데 이 급여밖에 못받는데, 너네는 진짜 많은 걸 바란다, 하면서 상담해요.
진짜, 진짜, 전 너무 비참해요..상담 일 하면서 내담자들 하소연 하는거 듣고, 취업알선하고, 윗선에서는
이제 평가라고 빨리 취업 시키래요. 저도 빨리 취업 시키고 싶어요. 그런데, 동기 부여가 안되잖아요..
왕복 3시간, 4시간 걸리는 데 다니면서 월급은 쥐꼬리만 한데, 동기부여가 되겠어요..?
너무 속상한데, 윗 상사한테나 다른 사람들한테 절대 말 못해요.
남자친구한테도 말 못해요. 제 월급 모르고 있지만 말하면 그 정도 밖에 못 받냐면서 비웃을 게 뻔하거든요.
엄마도 비웃는데, 남들은 오죽할까요.. 야근까지 해서 그 정도인데, 저 야근 안하는데도 그렇게 쳐주는데..
뭔 일을 해요. 상담하면서 하소연은 하소연은 다 듣는데..
삶의 낛이 없는데....회사 갔다오고 나서도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뭘 해야 할 지도 모르고,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쇼핑을 해도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거예요. 아무리 무언가를 사도, 제 스트레스는
풀리지 않아요...그래서, 남자친구한테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고 했어요..
진짜 제가 너무 힘든데, 말해봤자, 이건 제 문제지 제 남자친구 문제가 아니거든요..
남자친구는 자기가 잘못한 줄 알고, 눈치만 보고 있는데 전 진짜 이 상황 자체가 너무 힘들거든요..
때려칠수도 없는게, 경력 6개월 가지고 어딜 취업을 해요..
제 내담자한테도 무조건 2년은 버텨야 한다고 하는 사람인 상담사인데..
너무 너무 비참하고, 너무 속상하고, 회사만 가면 무기력하고 너무 눈물만 나요..
누군가가 저를 꼭 껴안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만둬도 괜찮다고, 근데 그만두면 제 보험료 핸드폰 제가 충당해야 하는데.. 어떡해요..
근데 주변 친구들은요, 오늘, 워홀을 간대요. 다들 해외로 간대요..
나도, 나도 작년까지만 해도 독일로 워홀을 꿈꿔왔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술이 취했는데도 오타도 하나도 안나고, 눈물만 엄청 나요..
근데 남자친구한테도 연라 못하겠어요..
너무 힘든데, 이 힘든걸 누군한테도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 힘들어요 저.. 어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