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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164489
    작성자 : 바비라인
    추천 : 24
    조회수 : 956
    IP : 122.46.***.48
    댓글 : 38개
    등록시간 : 2016/08/03 00:49:43
    http://todayhumor.com/?animal_164489 모바일
    니가 날 사랑한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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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널 데리고 온 16년 2월 22일.
    포인핸드 앱에서 본 너의 귀여운얼굴이 잊혀지지 않아 입양을 하러 갔었지
    이미 성묘인걸 알았기에 어느정도 감안을 했지만 예상했던것보다 더 큼지막한 모습에 약간의 후회가 들었던것 같아.
    조금 더 작은 아이를 데려올 걸 그랬나? 하고
    지금 떠올려보면 얼마나 죄스럽고 미안한 생각인지 모르겠어.
    처음 품안에 안고 2시간을 달려 집에 도착하는동안 넌 몇 번의 미동만 있었을 뿐 가만히 있었지
    그래서... 난 네가 얌전한 줄 알았어.

    며칠이 지나서 치킨을 사왔을 때, 냄새를 맡자마자 야생동물처럼 달려들어 사납게 먹어대는 모습을 보고 학을 똈었지.
    게다가 그 때 넌 쓰다듬어주려고 뻗은 내 손마저 거슬렸는지 다가오는 날 향해 달려들었고, 양 팔에 피가 흐르는 상처를 입게 했어.
    도저히 키울 수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어. 남들은 성묘 길냥이를 입양해도 순하기만 하다던데 넌 왜이렇게 사나웠는지 하고 원망도 했어.
    그래서 커뮤니티에 조언을 구했고 난 그래도 내가 데려온 생명, 밉더라도 책임지고 싶어서 조언을 받아들이며 너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어.

    밥도 모자랄만큼 듬뿍 주었지. 외롭지 않다고 생각할만큼 예뻐했어.
    처음에 왔을때 3.5키로 남짓에 뼈가 솟아있는게 보일만큼 말랐던 너는 2주만에 포동포동 살이올라 5키로가 되었어.
    그때까지도 내겐 밥만먹는 식충이일뿐 예쁜구석이라고는 잠깐 보이는 얄미운 고양이었어.
    사실 지금까지도 네 버릇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
    조금만 심기에 거슬려도 내 팔이고 다리고 손을 깨물기 일쑤고
    애초부터 보호소에서 '잦은 울음'이라고 공지가 되어있었을 만큼 수다스럽던 버릇은 그대로였어.
    내가 어디를 가든 시끄럽게 빼액빼액 울어대고 귀찮게만 한다고 생각했어. 
    마음에 안들면 온집안을 다 헤집고 장식물을 무너뜨리고, 야밤에 자고 있는 나를 향해 이불위로 달려들어 공격하고 깨물었지.
    참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진건 없는것같아.

    그런데 문득 널 보니까
    니가 날 사랑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우리집 바닥장판에는 네가 낸 수많은 자국과 흠집이 있어. 정말 촘촘하다고 생각될정도로 발톱자국이 콕콕콕 찍혀있지. 
    언젠가 네가 놀다가 방향을 잃었는지 잘못해서 내 발을 스쳤을때, 깊게 패이고 피가 줄줄 흐르기도 했고.
    그리고 넌 여전히 그 넘쳐나는 힘으로 날 깨물지만, 딱 따갑고 거슬리는 만큼 힘을 주더라.
    네가 실수하지 않는이상 나는 깊게 패이지 않고 괴롭지도 않아.
    내 손이 거슬리다며 양 앞발로 날 후려칠때 네 발톱은 어디갔는지 꽁꽁 숨어서 보이지도 않지.
    내가 딴짓하다가 네가 뒤에서 날 물어버릴때 참 많이 속상했지만
    그마저도 죽을만큼 아프지는 않게 하더라.
    내가 놀라 뒤돌아보면 넌 서운하다는듯 꽁하게 앉아있어.
    그냥 넌 내가 보고 싶고 나랑 놀고싶다는 표정인거야.
    지금도 한밤중에 이불안쪽으로 숨어있는 내 발을 향해 달려들곤 하지만
    이제는 그 발 위 이불을 앙 물고 꾹꾹이를 하지.
    하루종일 참아왔던 꾹꾹이를 밤에 하는것만 같더라고.
    내가 자는동안은 거슬리지 않게 발치에 누워 얌전히 잠만자는 니가
    아침만되면 항상 내 옆에 와있네?
    베개가 제것인마냥 자기가 올라가 식빵을 굽고는 날 내려다보길래 어지간히나 배고프구나 싶었지.
    처음엔 그저 밥달라고 머리를 깨물고 야옹거리는구나 생각하고 귀찮아서 밥을 주고 나서 다시 잠을 청하는데
    언젠가 부터는 밥을 먹고도 베개위에 올라와있더라.
    누나가 일어난 걸 아니까 계속 머리맡에 있는거야.
    그리고는 일어나라고 내 팔을 계속 따끔한 혀로 핥아대지.
    내가 혼자 화장실이라도 들어가있으면, 작은 틈새로 양 발을 버둥대고 얼굴로 굳이 문을 밀고선 들어와.
    바닥에 물이 흥건한데도 불구하고 철벅철벅 잘도 밟으면서 들어와서 내 다리에 얼굴을 부비지.
    물이라면 질색을해서 한방울만 튀어도 도망가는 네가 말이야.

    내가 술취해서 나도모르게 바닥에서 잠든날,
    너는 그 옆에 쪼그리고 웅크려서는 자고있더라.
    내가 하루종일 집안에서 작업하는 날이면, 넌 작은 통조림 방석에 앉아 나오질 않아.
    근데 이상하게 내가 밖에 나갔다 오면 넌 항상 2층침대에 있다가 내려오는거야.
    내가 아래에 있을땐 혼자 절대 올라가지 않는곳인데 말이야.
    2층 높은 곳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내가 있을땐 한 번을 홀로 올라가지 않는지,
    매번 외출하고 놀아오면 왜 거기서 내려오는지..
    이젠 어렴풋이 알것같아.

    넌 여전히 괴팍하고, 사납고, 말썽쟁이고, 수다스럽지만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보니까, 네가 날 정말 사랑한다는걸 알것같아.
    내가 부드럽게 안아주니까 내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잠드는 네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네가 나한테 보물같은 존재인지, 또 이렇게 와줘서 어찌나 고마운지
    감사할 수 밖에 없더라.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넌 작은 통조림 방석안에 웅크리고 앉아 얼굴만 내밀고 날 보고있어.
    내가 너에게 크게 잘해준게 없는 것 같은데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고 다가와줘서 고마워.
    내 착각일지도 모르는데, 넌 정말 나를 사랑하는것같아.
    근데 난 훨씬 더 너를 사랑해. 알지?

    아프지만 말고 건강히 오래오래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항상 건강하게만 있어줘. 항상 그렇게만 있어줘.

    정말로 사랑해 둥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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