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음...................
못말리는 덤벙댕이다...........
또한 가뜩이나 덤벙대는 아빠의 기억 속엔 우리 가족이 축하 해야하는 각종
기념일을 저장한 아빠의 기억 저장 장치는 싸구려 286 조립식 컴터의 메인보드에도
존재하지도 않는 메모리인지 누나 와 나의 생일은 물론 가장 먼저 챙겨야할 엄마의
생일은 단한번도 제때 챙겨본적이 없다.
이런날이면 어김없이 우리집엔 호랑이 같은 엄마에 의해 구백사십오 헥토파스칼급
슈퍼 울트라 캡숑 그랜다이져 태풍이 분다.
그런데 항상 이렇게 덤벙대며 사는 아빠가 드디어 외할머니의 생신날 우리가족은
물론 온 친척 들에게 초강력 쓰나미를 일으키고 말았다.
외할머니 생신인걸 엄마가 전날 미리 귀뜀해 줬는데도 다음날 아침 아빠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또한 늣잠으로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 덤벙대며 후다닥 출근한다.
사실 아빠는 이 덤벙거림 때문인지 16년째 다니는 직장에서도 진급이 늦어 작년에사
겨우 과장 자리에 앉았다.
엄마는 아빠의 진급은 아예 포기한지 오래됐다.
그나마 매달 월급은 꼬박 꼬박 한푼도 모자란거 없이 엄마에게 갖다 줬으니 엄마가
미소 짓는날이 유일하게 우리집에 웃음꽃이 피는 기념일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엄마가 챙겨주는 외식날 이기도 하다.
아빠가 출근하고 난뒤 외할아버지는 덤벙거리는 성격에다 뽀나쓰로 각종기념일 기억상실증이
금메달급인 아빠가 걱정됐는지 회사로 전화를 하셨다.
근데 아빠가 외근 중이라 부하 직원이 전화를 받았는데 하필 그 부하직원은 오는귀가
멀었고 더구나 갱상도 출신 외할아버지의 오리지날 보리문둥이 사투리를 잘못 들어서
외근하고 돌아온 아빠에게 외할아버지께 들은 전화내용을 그대로 전해줬는데
그내용은
"그카마 사위늠 오모 내마누라 생일이라 캐라" 였다.
덤벙거리며 듣는둥 마는둥 그 말을 들은 아빠는 올커니 오늘은 기어코 울 마나님에게
점수를 따야지 생각하고 회사일은 안중에도 없이 사무실 직원들에게 오늘 내마누라
생일인데 선물을 멀루 하면 좋으 냐고 추천 선물을 공개 공모 했다.
사무실 직원들은 저마다 각기다른 이런 저런 생일 선물을 추천하고 있던중 어느 신세대
직원이 하는말
"사모님 에게 예쁜 란제리 선물 해줘 보세요"
"요즘 신세대 신부 들은 그런 선물 아주 좋아한답니다".
사무실내엔 일제히 폭소가 퍼진다.
그래도 아빠는 귀가 솔깃한지
"야! 김대리 내가 이제 불혹으로 접어드는 나인데 넘사스럽게 란제리가 머냐 란제리가"
그런데 옆에있던 올드미스 여직원이 아빠의 마음을 바꾸는 결정적인 말을 했다.
"울친구도 신랑에게 그런선물 몇번 받았데요......"
"생일 선물에 나이가 뭔 소용이예요"
이러니 주위 직원들도 이구동성으로 모두 란제리 선물을 추천한다.
덤벙댕이 아빠는 이것저것 생각지도 않고 급기야 란제리 선물로 마음을 굳히곤 그 신세대
직원에게
"어이! 김대리 자네 내캉 같이 가서 란제리 골라봅세 아무래도 나보담 나이 적은 신세대들이
패션 감각이 높을 꺼 아닌감"..........
이렇게 해서 드뎌 핑크빛 란제리에 김대리의 권유로 비욘세가 입을 법한 나이트 까운 까지
거금을 들여 메이드인 불란서제로 사게 됐다.
"아.. 놔............"
나이 69세 외할머니 생신 선물이 란제리에 나이트 까운 이라니.............
기절 초풍 하겠다. ㅜ.ㅜ............
전화를 받은 직원이 제대로만 알려 줬으면 외할머니 생신인걸 제대로 알껀데
걍 외할아버지의 하신 말을 그대로 전해 준다는게 내마누라라는 말을 덤벙댕이 아빠는
니마누라라는 말로 잘못 알아듣고 엄마 생일로 착각했으니 이를 어쩌랴...........
거그다 엄마의 생일 선물을 70세에 접어든 외할머니 생신선물로 주게 생겼으니 이또한 어쩌랴
엄마는 내가 학교 갔다온후 바로 외할아버지 댁으로 가시며 아빠오면 같이 오라고 했다.
외갓집 친척이랑 이모님캉 이모부캉 모두 온단다.....
사실 엄마하고 아빠하고 결혼하게 된건 순전히 외할아버지 때문이었다.
외할아버지는 월남전까지 참전 하셨던 해병대 출신 이었고 아빠도 해병대를 나왔단다.
그기다 외할아버지가 해병대 상사로 근무시절 덤벙댕이 아빠가 외할아버지가 근무하는 부대
에서 군생활을 했다.
그기서 외할아버지는 아빠가 믿음직 스러웠던지 아빠가 제대도 하기전에 엄마를 부대로 불러서
아빠를 소개해줬다....
거의 반 강제적으로 결혼하게 됐고 아빠의 덤벙대는 성격은 내가 태어난 해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빠는 퇴근 하면서 초특급 쓰나미를 일으킬 생일 선물을 들고 초인종을 눌렀다.
"아빠다 문열어"
현관 문을 열고 보니 생글 거리는 아빠의 얼굴이 내눈에 먼저 들어왔고 아빠의 오른손엔
예쁜 포장지로 곱게 쌓인 오색 찬란한 선물 꾸러미가 보인다.
그걸본 나는 내심 외할머니 생신 선물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빠는 엄마 부터 찾는다.
나는 아빠에게 엄마 외갓집 갔다는 말과 아빠 오면 같이 오라고 했다고 했다.
근데 아빠는 그 선물을 엄마에게 직접주기가 쑥스러웠던지 나에게 건네주며 난 씻고 옷갈아
입고 간다며 먼저가서 이거 엄마주라고 하면서 내게 준다.
이때만이라도 내가 이거 외할머니 생일이야라고 물어 봤으면 초특급 쓰나미 만은 피했을텐데
생일 선물을 챙겨 들고온 덤벙댕이 아빠가 워낙 의외라서 나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경황에 외할머니 생일이란 말도 못하고 단순히 외할머니 선물이겠지 생각해버렸다.
그리고 나도 그길로 기쁜 마음에 그 쓰나미 선물을 들고 10분거리인 외갓집으로 잽싸게 달려갔다.
외갓집에 들어가니 벌써 친지분들이랑 외사촌이랑 모두 와서 집안이 왁자지껄 하다.
나는 먼저 엄마를 부르며 한참 부엌에서 전부치기에 여념이 없는 호랑이 엄마에게 가서 아빠가
준 외할머니 생신 선물을 줬다.
엄마는 그 선물이 아빠가 챙긴거라는 뿌듯한 마음에 그 전날부터 내일이 외할머니 생일이라고
5분간격으로 아빠에게 노래를 부른 효과가 먹혔다고 생각했는지 매일 바가지만 쏟아내던 그 입이
귀밑에까지 페이스 영역침범한다...ㅋㅋ
하긴 덤벙댕이에다 건망증까지 심한 아빠였으니 그럴만도 하다........
엄마는 그 선물이 자신의 생일 선물인줄은 전혀 꿈에도 모르고 전 부치다 말고 선물을 들고
안방으로 갔다....
늠름하게...........
씩씩하게..............
도도하게.................
친정 엄마 아빠 및 모든 가족 친지 들에게
"보아라 우리 애 아빠도 이렇게 선물도 챙길줄 안다..."며 속으로 외친다.
그동안 선물한번 챙기지 못하고 엄마가 몰래 사서 애아빠가 샀다고 하며 쓰린 가슴 저미며
드린 선물만 해도 몇개 였던가........
엄마는 온가족이 모여 앉은 방에서 여느때 처럼 외할머니에게 애아빠가 사온거라며 선물을
건넸다.
그걸본 외할아버지 또한 아빠의 기념일 기억 상실증을 알고 있어서 자신이 사위에게 미리
전화를 한게 통했구나며 내심 엷은 미소를 띄우시며
"할멈 선물 풀어보게 이번엔 멀로 샀는고................."
엄마는 그 선물을 이백와트의 환한 안방천정 조명 바로 아래서 포장지를 한겹 한겹
씩씩하게 벗겨낸다....
드뎌..............
개봉 박두...............
쨔쟈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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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일은 여러분의 상상에 맷깁니다.... ^^
에헤라 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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