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곧 이사가.
거기는 지금 집보다 더 작아.
그래서 엄마가 썼던 가구들, 식기들 많이 버리고 가야돼.
시간이 많이 지난지라
많이 낡았더라구.
맘 같아선 다 짊어지고 가고 싶지만, 과감하게 버리는 중이야.
마음이 좀 아파.
내가 사는 집에서 엄마가 썼던 물건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는게.
엄마, 잘 살고 있어?
엄마도 보고 있겠지만
나는 잘 지내.
생각보다 난 훨씬 강한 사람이더라고.
가끔씩, 오늘처럼 미친 듯 엄마 보고싶을 때도 있는데,
옛날보단 많이 좋아진 것 같아.
예전엔 내 또래 여자애가 엄마랑 같이 길 가는것도 못봤었어.
길 한복판에서 주저앉아 울음이 터질 것 같았거든.
지금은 그냥 부러움만 느낄 뿐이야.
엄마, 나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어했던 직업 있잖아.
나 이번에 그걸로 좋은 곳에 취직도 했어.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그 누구보다 너무 축하해 줬을텐데.
아쉽다. 그치?
10년만 더 내 옆에 있었으면
나 대학가는거, 취직하는거라도 봤을텐데.
아니다, 딱 두 달만 더 살아주지.
나 수능 끝나면 같이 제주도 여행가기로 했잖아.
마지막 사진이라도 맘껏 찍고 가지. 너무 급했어 엄마.
엄만 어떻게 마지막에 눈감았어?
하나밖에 없는 딸인 내가 눈에 밟혀서 어떻게 마지막에 눈을 감았어?
엄만 평생 고생만 했는데 나 때문에 마지막 가는 길까지 힘들었겠다.
엄마 그래도 거기는 여기보다 편하지?
나 그거 하나로 스스로 위안하면서 엄마 보냈어.
그러니까 엄만 거기서 더 잘 지내야돼.
한달전쯤 꿈에 나왔을 때
엄마가 7년만에 처음 활짝 웃었잖아.
근데 꿈에서도 이게 꿈인걸 내가 알더라고.
잠에서 깨면 엄마가 없는 걸 아니까
너무 깨기 싫은거 있지.
그래도 가끔 그렇게 내 꿈에 나와서 행복한 모습 보여줘.
그걸로 나 또 힘내서 열심히 살게.
엄마. 엄마 뿌린곳에 자주 못가서 미안해.
7년동안 두 번밖에 못갔잖아.
사실, 7년이나 지났는데도 그 날이 너무 생생해.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못갔어.
엄마가 이해 좀 해줘.
좀 더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거야.
그땐 자주 갈게 엄마.
나 엄마 옆에 갈때까지 잘 지내야돼. 너무 오래 있다 가진 않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