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속에 얼굴 담그고 누가 더 오래버티나 시합을 했지.
넌 그냥 져주고 다른 시합 하러 갔고 난 너 나간 것도 모르고 아직도 그 속에 잠겨있지.
-잠수, 그림자
글을 쓸까 말까도 여러번, 썼다 지웠다도 여러번. 할 말은 많은데 뒤죽박죽이다.
어차피 이렇게 고민했다 털어놓는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볼것도 아니요, 네가 볼 것도 아닌데.
가을에 접어드는 9월의 첫 새벽이라는 걸로 나에게 핑계를 대어본다.
벌써 일년은 노래 제목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나에게 벌써 일년이 왔다 벌써 저만치 갔다.
일년동안 나는 참 많이도 변했다.
흔히들 사람 고쳐쓰는거 아니라지만 나는 다른 사람이 주워다 쓰면 꽤나 괜찮을 정도로 성장했다.
덕분에 변했다고 말하고싶지만 일년동안 끊임없이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나를 생각하면 아직도 난 널 감히 원망도 해본다.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면 내 일년이 너무 비참할 것 같아서 좀 주절거려본다.
너를 잃고 난 바로 다음 순간부터 나는 폐인이 되었다.
인생에서 그렇게 밑바닥을 굴러본 기억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나는 울었다.
지친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갔고 나도 벽을 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방 천장에서조차 퍼즐조각이 떼어지듯 모든 것들이, 내 세계가 무너져내렸다.
매일매일이 지옥이었고 죽을 방법을 강구했고 울부짖었고
내가 잔인하게 자살하면 너를 포함한 나를 버린 사람들이 미안해할까 잠들기 전 생각했다.
그런 순간에도 나를 끌고 꾸역꾸역 할 일들을 해야된다는 것들이 싫었다.
내 사정을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미웠다.
뒷얘기는 하나도 모르면서 내가 아닌 너를 선택해 나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일부러 다가와 나를 교묘하게 놀리는 사람들이 싫었다.
내가 한심했다.
한 달만에 8키로가 넘게 빠졌고, 재회를 위한 허튼 곳에 돈을 잔뜩 썼으며, 그저 울었고, 울었고, 울었고, 밥을 못먹었고, 잠을 못잤다.
우울증으로 심리 상담을 처음 받으러 가자마자 약을 권유했다. 심각했다. 결국 1년이 넘게 개인 치료를 받았다.
너를 그렇게 사랑한 줄, 나에게 너의 그렇게 많은 것들이 있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이제 조금은 나를 봐줄 수 있게 되었고, 조금은 당당해졌다.
이제 식당에서도 점원을 불러 요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메뉴 선택도 떠넘기지 않게 되었고,
가끔은 혼자 밥도 먹고 혼자 영화도 본다.
네가 신기해하겠지.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던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졌다.
네가 알면 좋아할텐데.
이유없이 짜증내지 않고 속상하다고 말할 줄 알게 되었고,
화를 내게 되더라도 어느정도는 조리있게 말할 줄 알게 되었다.
너는 이미 잘하던 것들.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내 힘으로 일어나 나에게 괜찮다고 토닥이고
아직은 고민하고 물어물어 돌아돌아 가야하지만 그래도 제법 길을 찾아가는 중이다.
다만 너무, 너무 힘이 많이 들었다.
아직도 네 이름이 입에 붙어 자다가 깨면 부르기도 하고,
나에게 사과하며 따스한 품을 내어주는 네 꿈을 꾸기도 하고,
무심코 전화기에 손을 대기도 하고, 멍청하게 프사는 또 챙겨보고.
친구를 끊을까 페이스북은 켜보지도 못하고,
좋아하던 것 있으면 늘 사다주고 싶고,
잘하던 것 있으면 불러다 같이 하고 싶고, 아직도 우리 애칭을 부르고, 아직도 네 냄새가 나면 뒤를 돌아본다.
비슷한 실루엣만 봐도 심장이 떨어져 숨고
비슷한 목소리만 들어도 배어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고개를 든다.
일년이 지나면 괜찮을거라 혼자 다짐했는데 하하.
아직도 쓰는 글은 전부 다 진득한 피가 배어나오는 글들이다.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는 걸 너없이 보는데도 귀에 맴도는 너의 웃음소리와 해사한 미소, 내가 사랑한 손과 너의 집을 잊을 수가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손수 이벤트를 준비해보고 1년이 넘게 사귀며 인생에서 제일 행복해보인다는 말을 듣게 해준 너.
사랑받는게 뭔지, 존중과 배려가 뭔지, 뒤돌아보고나서야 나를 깨닫게 하는 너.
그래, 나는 여전히 너다.
차라리 아침에 눈을 뜨지 않게 해달라 빌었던 시간이 느릿느릿 나를 휘몰아쳐 지나갔음에도 나는 여전히 여기에 멈춰 서 있다.
왜?
왜...왜일까.
다들 그정도 했으면 그만하라는데.
빛 바랜 반짝거림으로 '우리'는 머물러 있다.
간간이 마주칠 수밖에 없는 너는 여전히 시끄럽고, 귀엽게 신이 나있다.
사실은 발소리만 들어도 난 널 알 수 있다. 그 특유의 걷는 몸짓만 봐도.
다시는 없을 너라는 생각이 아직도 내 미련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사랑, 그 비릿한 꿀냄새가 비웃으면서 너를 빼앗아간다.
옆에 빈껍데기라도 사람이 없던 적이 없던 내가 혼자서 이 시간들을 오롯이 견디고 있다.
사실은 죽을 맛인데, 티낼 사람도 없다.
이제는 사람이 무섭다. 내가 낯을 가린다.
보고싶다.
미안해, 많이. 내가 잘못했어. 너무 많이.
이제는 나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더 참기엔 너덜거리고, 안 참기엔 널 못놓겠다....
어차피 냉정한 넌 뒤 한번 안돌아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