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고2 여름 유난히도 더웠던 그날</div> <div>하교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 골목</div> <div>안동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경북 안동 중앙고(밝혀도 되겟죠 내 모굔데)</div> <div>큰 도로 나오기전까지 굉장히 복잡하고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div> <div>자전거를 타고 부릉부릉 가던중 뒤에서 차가 클락션을 울립니다</div> <div>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크기도 크지만 비싸기도 비싼 고급 세단 한대가 나오라고 합니다</div> <div>일단 무서워서 옆으로 바싹 붙였지만 워낙 좁은 골목에 그렇게 큰차가 왜 다니는지 의문을 품고 있을때</div> <div>왼쪽에 있는 전신주를 피해 가려다 절 벽에 넣어버리려고 한건지</div> <div>꾹 밀어버리더군요</div> <div>그냥 꾹 눌리면 안아플줄 알았지만 손이 굉장히 이상한 모양으로 접질린 상태로 그 차는 빠져나갓고</div> <div>차가 나가자마자 주저 앉아버렸습니다</div> <div>근데 왠걸 어라? 그냥 가네?<br>덩치 산만한 놈의 고함소리를 못들었을리도 없고</div> <div>뭐여 왜 그냥가지?</div> <div>일단 자전거 타고 따라가려 했으나 자전거 바퀴가 깔렸는데 이상하게 휘어버려서 불가능</div> <div>그래서 뛰어가서 막 문을 두드렸더니 내리자마자 제쪽으로 오더니 멱살을 잡고 막 쌍욕시전</div> <div>그 당시엔 그냥 겁나 공황상태였던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뭐지뭐지 하고 있는데</div> <div>막 사람들 몰리기 시작하니까 5만원 쥐어주고 가네?</div> <div>이건 또 뭐지</div> <div>그 찰나의 순간의 나의 명석한 두뇌로 기지를 발휘해 차 번호와 차종을 찍고 </div> <div>그대로 집에 가서 부모님한테 얘기를 했더니 아빠의 분노에 몹시 쫄쫄 하면서 경찰서를 갔습니다</div> <div> </div> <div>여기서 잠깐 아빠 자랑을 하자면 평상시엔 온화한 키 165의 인자한 약사이지만</div> <div>깡다구로 치자면 안동 최고를 자부하던 우리 아빠입니다</div> <div>어릴때 포차에서 참새구이였나 메추리구이였나 먹다가 옆 테이블 3명이랑 시비 붙었는데 한발도 안물러서시고 다 줘패셨던 기억이 있음</div> <div>그리고 안동이 워낙 좁다보니 발도 엄청 넓고 성당을 다니시면서 사목회장도 연임하시다보니 경찰공무원쪽에 아는사람이 많음</div> <div>약국을 하니 병원에도 아는사람이 많음</div> <div> </div> <div>경찰서 가서 진술서 같은거 쓰는데 내내 반성문 쓰는것처럼 죄지은 기분이 들었지만</div> <div>아빠의 겁먹지 말고 쓰란 얘기에 하나도 빠짐없이 다 쓰고 그때 본 애들중에 친구 몇명 전화해서 경찰서로 소환!!!</div> <div>뭐 얼마 안있으니 경찰아찌들이 막 이리저리 전화하다가 그분 왔는데 저 보자마자 쌍욕함</div> <div>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뭐 왜</div> <div>그래서 아빠 화나셔서 막 싸우다가 경찰아찌들 말리고 뭐</div> <div>그냥 어리버리하게 앉아 있다가 그 아찌 나한테 와서 갑자기 막 사과를 하길래 왜이러나 싶었는데</div> <div>무면허 음주크리</div> <div>아빠가 병원비고 뭐고 다 필요없으니까 그냥 깜방 ㄱㄱ 해란 말을 듣고 집으로 귀가를 했고</div> <div>사실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주옥됐다고 부모님 얘기하는거 들었던거 같네요</div> <div>엊그제 아빠랑 소주한잔 하다가 얘기 나와서 생각난김에 써보는데</div> <div>그때 아빠는 멋있고 슈퍼맨 같은 아빠였는데 요즘 늙으셔서 조금 슬픔...</div> <div> </div> <div>다들 효도합시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