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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444386
    작성자 : 익명Z2VqZ
    추천 : 2
    조회수 : 96
    IP : Z2VqZ (변조아이피)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5/31 23:57:59
    http://todayhumor.com/?gomin_1444386 모바일
    어디다 주절거리고 싶어서요
    어디서 호스피스 병동 의사 분이 강연하는 걸 봐서요
    그냥 그 분에게도 감사하고
    그냥 어디다 얘기라도 좀 하고싶은데
    뭐..할 곳이 없어서요
    오늘 저희 가족은 호스피스병동에서
    생일파티를 했어요
    저희 할머니가 폐암 말기시거든요
    지금은 척추까지 전이가 다 되셔서
    사실상 고통 말고는 느끼실 여력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지만
    유난히 제가 할머니를 좋아해서요
    어릴 때부터 방학만 하면 할머니 집에서
    같이 살았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맞며느리인 엄마랑 같이
    명절 음식 하느라
    부엌에서 할머니랑 엄마랑 저랑
    시답잖은 농담으로 깔깔거리며 참 잘 지냈구요
    어찌보면 우리 할머니 아직 정정하실 나이인데
    그냥 다 안타까운 거 투성이라 답답해서 말도 잘 안나와요
    오늘은 할아버지 생신이라서
    할머니 옆에서 생일파티를 했어요
    사실 좀 더 특별하게 하고 싶어서
    정말 고민 많이 했지만
    그것도 쉽진 않더라구요..
    할머니보다 더 환자같이 되어버리신 할아버지 옆에서
    할머니는 그 고통을 미안함에 차마 다 표현도 못하시더라구요
    할아버지도 충격을 많이 받으시고
    현재는 극심한 우울증에 초기 치매증상도 동반 하셨어요
    웃음도 잃으셨구요
    그 와중에 저희는 그래도 할아버지 기분 좀 좋아지시라고
    케익에 촛불에 생일축하 노래까지
    다같이 했어요
    그런데 노래를 차마 다 부르지를 못했어요
    아빠 목소리도 통제가 안될만큼 떨리셨고
    엄마도 저도..목청껏 불렀다간
    우는 걸 들켜버릴 것 같아서
    박수만 박자맞춰 치다가 촛불을 끈 것 같네요..
    우리 가족이 모두 다 모여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할아버지 생신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있어서 슬펐고
    축하 받으셔야하는 날 
    마음껏 기뻐할 수 없어서 슬펐던 것 같아요..
    폐암이 정말 마지막이 고통스러운 병이라고..
    들어만 보다가 실제 환자의 가족이 되어보니
    그 고통을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어서
    정말 너무 죄송해요..
    우리 욕심에는
    정말 이렇게나마 우리 앞에 계셨으면..하다가도
    숨을 못쉬실 때마다 식은땀에
    온 몸을 떨고있는 모습 보면
    욕심을 부리던 제 모습에 또 죄책감을 느끼고 그래요..
    오늘은 제가 또 학교로 내려와야 해서
    가족들보다 먼저 나서면서
    할머니한테 한참 안겨있었어요..
    간다는 말이 입 밖으로 차마 안떨어지는걸
    겨우 말하고 여러번 볼에다 뽀뽀하고 가려는데
    내내 고개로만 겨우 말씀하시던 할머니가
    제 손을 꽉 쥐시더니
    지금처럼만 착하게 살아라
    라고 한 말씀 하시더라구요
    그리고는 한참 손을 안놓아 주셨어요..
    나는 또 이 병실에 올거고
    그 때도 분명 할머니가 누워계실거라 생각 하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 하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손을 꼭 쥐고 계신 걸 보니
    덜컥 너무 겁이 나더라구요
    그냥..그냥 하신 말씀일 수도 있지만
    꼭.. 마지막인 것 같아서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누구보다 지금 가장 아픈 건 할머니일텐데
    지금 내가 가슴아픈 건
    할머니에 비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그래도 우리가 조금이라도 고통 나누고 싶다 그러면
    한사코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할머나 모습 보면
    정말 그냥..
    제발 고통이라도 줄어드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이다보니
    사실 우리보다 훨씬 더 힘든 가족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그냥 막 
    진짜 너무 어이 없게도 
    어느날 갑자기 아무렇지 않게
    밥도 드시고 얘기도 하고 할머니 옛날 이야기도 할 수 있으면
    하는 정말 바보같은 생각만 맴도네요

    죄송해요
    자려고 누운 지 한참 됐는데도
    너무 답답해서 자꾸 눈물만 나서 
    어디에든 좀 털어놓고 싶어서 횡설수설
    정신도 없고 우울한 글이라서..
    정말 저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에
    아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정말 마음으로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네요..
    같이 힘내요
    사실 슬픈 건 우리 몫이지만 우리보다 더 힘들게 싸우고 계신 분들 위해서
    우리가 좀 더 힘을 내야할 것 같아요
    웃기 힘들지만 내 웃음 보면서라도
    웃음을 기억하고
    떠들 기운 없지만 시끄럽더라도
    곁에 우리가 있다는 거 알 수 있도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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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01 00:05:05  175.195.***.134  뱃살팔아요  620044
    [2] 2015/06/01 00:15:17  110.13.***.112  somethinGOOD  52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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