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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_14314
    작성자 : 글로배웠어요
    추천 : 26
    조회수 : 1790
    IP : 14.42.***.247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3/02/05 16:36:25
    http://todayhumor.com/?military_14314 모바일
    [해군]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본의 아니게...

    5년이 넘는 군생활이 막바지를 향해 가던 어느날...

    현문 당직이 걸려 일과 시간 이후에 퇴근도 못하고 있었음.

    영외거주자인데다 벌써 6년차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영내에서는 항상 해군 공식 체육복을 입고 다녔음.

    그날도 해군 공식 체육복을 입고 TV도 보고 소일을 하다

    한때는 그래도 열렬히 사랑했던 여자친구가 보고 싶었음.

    목소리라도 들어볼까하고 1함대 7부두에 있는 공중전화부스로 나갔음.

    마침 우리 배가 공중전화 부스 바로 옆에 계류해 있었음.

    내가 갔을 때는 내 앞에 처음 보는 상병 한 명이 상당히 불량한 자세로 전화를 걸고 있었음.

    바닥에 침을 퉤퉤 뱉으면서 통화를 하다가 하사 계급장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는 나를 힐끗 보고는

    다시 바닥에 침을 퉤퉤 뱉고 쌍욕을 섞어 가며 열심히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음.

    그러거나 말거나 그 친구도 소중하게 얻은 시간일텐데 마음껏 통화하라는 의미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나서 태평하게 서 있었음.

    10분이 지나도록 그 친구는 전화를 끊을 기미가 보이질 않았음.

    오히려 더욱더 가열차게 침을 뱉고 나를 야리는 것이었음.

    하지만 관대한 성격인 나는 그냥 참고 있었음.

    그러기를 한참...

    상대쪽에서 뒷사람 기다리지 않느냐고 물어본 것 같았음.

    그러자 그 상병은


    "뒤에 하사새끼 하나 서 있는데, 괜찮아" 라고 하면서 나를 한 번 야리더니 피식 웃는 거였음.


    마음 같아서는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군생활 그냥 평화롭게 하고 싶어서 내버려뒀음.

    사실 내가 좀 동안이긴 함.

    지금도 적게는 5살부터 많게는 10살 차이 나는 애들이 맞먹기도 하고 그럼.

    25살 때까지 나이트클럽이나 술집에 들어갈 때 신분증 검사를 당했음.


    그놈은 "하사새끼"라고 지칭했는데도 내가 잠자코 있자 자신감이 붙었는지

    이제는 아예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침을 뱉아댔음.

    나는 그저 그놈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부처님의 미소를 띄고만 있었음.

    그렇게 또 한참이 흘렀음.

    이젠 내 뒤로도 제법 줄이 길게 늘어섰는데,

    하필 뒤에 늘어선 놈들이 죄다 일병이랑 이병들 뿐임.

    그 상병놈은 줄이 길게 늘어서자 눈치를 좀 보는듯 하더니

    자기 뒤로 '하사새끼 하나'랑 일.이병들만 보이자 안심하고 통화를 계속했음.



    그런데...

    나보다 먼저 중사 진급한 후배가 공중전화 부스 앞을 지나다 나를 발견하고는

    깍듯이 경례를 하면서 내게 달려 오는 거였음.

    나는 손사레를 치면서 속으로 외쳤음.


    "민망하니까 저리 꺼져 씨발놈아!!!"


    하지만 그 후배놈은 벤 존슨 - 당시에는 벤 존슨이 최고였음 - 이라도 빙의가 됐는지

    눈 깜짝할 새에 내 눈앞에 그 시커멓고 여드름이 잔뜩 난 면상을 들이밀었음.

    그리고는 반갑다며 조잘조잘 떠들어대기 시작했음.

    앞에서 통화를 하던 상병놈은 뒤쪽에서 자기가 통화하는데 방해가 될 만큼의 소음이 들리자

    상당히 짜증스러운 얼굴로 뒤를 돌아봤음.

    그런데...

    거기엔 웬 늙수구레한 중사 한명이 아까 그 '하사새끼'한테 굽실거리며 조잘대는 모습이 눈에 띈 거임.

    그놈의 눈빛과 표정은...


    "좆됐다!!!!!!!!!!!!!!!!!!!!!!!!!!!!!!!!!!!!!!!!!!!!!!!!!!!!!!!!!"


    이 한마디로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음.


    퍼뜩 정신이 들었는지 통화를 하던 상대에게 급한 일이 생겼다는 한마디만 남기고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서둘러 전화를 끊더니 정말 큰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고는 꽁지가 빠지게 도망을 갔음.

    난 6년 가까운 군생활 동안 상병 입에서 그렇게 크고 기합 든 목소리가 나오는 걸 들어본 적이 없음.

    알고보니 그 상병놈은 내 후배네 배에 근무하는 수병이었음.

    후배가 뭔 일이냐고 다그쳐 물었지만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만 했음.

    그리고 내 뒤로 길게 늘어선 일.이병들에게 내 자리를 물려주고는

    후배를 데리고 우리배로 들어가서 놀았음.


    만약 그 상병놈을 다시 만난다면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음.


    "침 좀 뱉지 마라!!! 더러워 죽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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