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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freeboard_1355181
    작성자 : 수습마녀
    추천 : 11
    조회수 : 616
    IP : 165.132.***.250
    댓글 : 64개
    등록시간 : 2016/09/29 23:31:17
    http://todayhumor.com/?freeboard_1355181 모바일
    내일 신장기증합니다.
    하...글쓰다 날아가서 다시 써요...-_-
     
     
    지난 3월, 엄마의 신장이 좋지 않다는 건강검진결과를 받았습니다.
     
    6월 재검 결과 신장의 기능이 많이 손상되어 조직검사도 필요없이 재기불능 판단을 받았어요..
     
    선택할 수 있는 건 투석 후 이식을 하느냐(뇌사자기증 대기), 가족이식을 받느냐 였습니다.
     
    뇌사자 이식을 받기 위해서는 투석이 불가피한 요소였고, 투석을 하게되면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고 기증을 받기까지 5년은 걸린다는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딸인 제가 엄마에게 신장을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첫 기증후보자(?)는 아빠였어요. 하지만 서류상으로나마 이혼처리가 되어있었고, 경제활동을 하시던 중이었던데다 결정적으로 아빠가 신장 기증하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기때문에 구직활동 중이던 제가 그냥 기증하겠다고 나섰어요..
     
     
    처음엔 엄마도 내켜하지 않으셨지만 결국 저와 함께 이식적합성 검사를 받으러 가셨죠..
    (사실 엄마도 정말 제 걸 받기 원치 않으셨다면 다른 사람을 데려갔을 거란 의심이 아직 듭니다)
     
     
    8월에만 서울에서 원주까지 기증자 검사를 위해 3번이나 왕복했구요,
    9월에도 수술 한 달 내에 해야하는 검사가 있어 또 병원에 다녀갔습니다.
    (확실히 직장인이었다면 어려웠을 것 같은 스케줄이었어요. 과 마다 진료일이 달라서 조정할 수 있는 날짜에 한계가 있었거든요)
     
    다행히 혈액형을 달라도 유전자가 일란성쌍둥이처럼 같아(코디 말로는 6개 중 5개가 일치한다며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하더라구요)
    거부반응은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입원 당일이 되었습니다.
    엄마는 저와 혈액형이 달라 혈장교환술을 하기 위해 일찍 입원하셨고, 저도 단기로 하던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입원수속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술 2일 전인 어제까지만 해도 별 일정이 없었어요. 계속 수액 맞고, 소변모으고, 항생제 맞고, 서류에 동의하고..이 정도?ㅋㅋㅋㅋ
     
     
    그리고 수술 전날인 오늘 내시경도 하고 초음파도 하고 면도에 관장까지 수술에 필요한 사전준비를 마쳤습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정말정말 별 생각이 없었거든요?!?!?!
     
     
     
    근데 오늘 저를 수술하실 의사선생님을 뵙고 내일 수술일정을 듣고 나서는 문득 무서워지는 거에요..
     
    잘라낸 혈관을 어떻게 되는지, 나중에 내 신장에 이상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수술 후에 몸조리까지 하고 나면 취업은 언제부터 할 수 있을지, 취업을 할 수는 있을지
     
    왼손에서 혈관을 찾지 못해 오른손등에 수액을 연결하고 있으니, 이력서에 자기소개서 쓰기도 쉽지 않네요(지금도 오타가 많아서 여러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어요) 묘하게 예민해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같이 자소서스터디 하던 오빠가 자기 이력서 첨삭해 달라며 보내줬을 때는 짜증이 많이..ㅋ 나더라구요.. 내 코가 석 잔데 누굴 봐줘? 하면서요ㅋㅋㅋ
     
     
     
     
     
    친구들한테도 기증소식을 많이 알리지 않았는데요. 오늘 그 사실을 알게 된 동기언니랑 통화하면서 나름 위로가 되었는지 펑펑 울었어요. 무섭다고 ㅋㅋㅋㅋㅋ
     
    그리고나서도 감정이 풀렸는지 금방 괜찮아져서 다시 오른손등에 수액 꼽고 내일 수술을 기다리는데 또 현실감각이 사라졌어요(아무생각이 없다는거죠ㅋㅋ 단순)
     
     
     
    신장이 두 개에서 하나가 되는 것도, 난생 처음 꽂아보는 소변줄도 모두 자고 일어나면 끝나있는 상황이 될테죠?
     
    이 사실이 조금 무섭고 얼떨떨하지만..
     
    지금에 와서 이런 감정들이 무슨 소용이 있나 합니다.
     
     
    사실 수술하기 전까지 이력서를 정말 많이 쓰려고 했어요ㅋㅋㅋ 퇴원하고 바로 취업하고 싶어서ㅋㅋㅋ
    근데 병원 침대에 앉아있으니까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더라구요(핑계지만ㅋㅋ)
     
     
    이제 수술까지 8시간? 정도 남았어요. 집나간 정신은 돌아올 생각이 없고 (이왕 나간 김에 퇴원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네요ㅋㅋ)
    저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네요..
     
     
    글을 쓰면서도 어디에 글을 쓸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미래를 걱정하니까 고민글인가. 이식수술을 받으니까 의료겐가.. 엄마한테 기증하는게 대단하니까 자랑게일까....
     
    근데 저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고 딱히 효심으로 기증한다는 생각이 없어서 자랑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그냥 자유게로 와 봤어요ㅋㅋㅋㅋ
     
     
    일찍 잠들어서 가뿐한 마음으로 수술장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어차피 수술받는 중에도 수술이 끝난 후에도 잠은 많이 잘 거라서 그냥 쓸 수 있는데 까지
    자기소개서를 더 써보고 잘래요ㅋㅋㅋ
     
     
     
     
     
    하... 원래 글 쓸 계획은
     
    "야 나 내일 장기기증한다. 질문받는다."st로 하려고 했는데..
     
    구구구구절절절절한 이야기가 되었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왕 이렇게 된거 질문도 받아보져 뭐(아는 얘기 다 해서 질문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요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부디 수술장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오유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저 오유에 글 쓰기 금지됐나여?ㅋㅋㅋ 왤케 글이 안올라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처 이제 급전이 필요해도 신장 못파는 내 신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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