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야.
예전처럼 뛰지도 짖지도 못하고 계속 야위여가,
내 몸에 기대서 푹푹 내쉬던 한숨이 이렇게 갑자기 꺼저버릴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
어제 간식 많이 줄걸 그랬다. 어제 더 많이 예뻐해줄걸 그랬다. 너무 미안해..
새벽 4시 그냥 느낌이 이상해 눈이 떠져 그냥 습관적으로 널 만져보니 움직이질 않아
불을 켜고 보니 그냥 멍하니 무슨 생각도 안나더라구........
다 큰 남자놈이 새벽부터 질질짜면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지금까지도 모르겠다..
미칠거 같다. 지금도 조금 미친거 같긴하다.
첨엔 꿈인 줄 알았는데. 무슨 짓을 해봐도 꿈은 아니더라..
조금 더 잘해줄걸..
너 대소변 막 본다고 혼내지 말걸.. 좀 더 많이 쓰다듬어 줄걸..
아 눈물이 멎질 않네
조금만 더 버텼으면 며칠만이라도 더 있었으면.. 16살인데...
내가 너 싫어하는 목욕 엊그제 시켜서 나한테 쌓인 불만도 많았을텐데
다른 주인한테 갔으면 더 좋은 생활 할 수도 있었을텐데.. 미안해 줄리야 미안해..
누나들 다 결혼하구 아부지랑 둘이 집에 서먹서먹
그나마 너라도 있어서 나 외롭지 않았는데. 술많이 마시고 와선 너한테 하소연을 너무 많이해서
짜증 많이났을텐데.. 이렇게 정말 아무 인사없이 그냥 가버리면 어떡하냐
미안해 괜히 내가 없는 성질 냈던게 너무 많은 거 같아.
가끔이라도 누나들이 너 데려갔으면 좋겠다 생각도 했는데.. 나 왜이렇게 못됐지..
내가 더 많이 안아주구 품어줬어야했는데.
여름에 더우면 시원한 귀 만지작거리고 겨울엔 추울 때 허벅지사이에 너 올라와있으면 참 따듯했는데.
스물넷인 내가 15년을 너와 함께했는데. 군대도 다녀오고 넌 누나집에도 있던 적도 있어도.
그래도.. 니가 우리집 강아지인게 좋았는데. 너무 귀여웠는데. 친구가 많지 않아 집에서 혼자 술마실 때면
너만큼은 언제나 내 말동무가 돼주었는데..
그나마라도 위안이 되는건. 가족모임으로 어제 여주 갔어야했는데. 그냥 괜시리 가기싫어서.. 너 요새 며칠 계속 더 안좋아보여서..
안가겠다고 가기싫다고 하고 집에 남아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그것만큼은.. 다행이야..
미안해. 너무 사랑해 정말정말 고마웠어 줄리야. 부디 그 곳에선 편안하게.. 우리보다 좋은 주인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야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