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겼대. 근데 뭘 이겼는진 모르겠어."
스포츠를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불쾌하실 수 있는 발언이겠지만, 오늘 저녁까지의 제 지식 수준이 딱 저 정도였습니다.
이긴 건 어떻게 알았느냐구요?
회사 동기들이 모인 단체카톡방에서 남자사람친구 한 명이 밑도끝도 없이
"삼성이 이겼대....ㅜㅠ"
라고 울부짖고 나가 버렸거든요.
사실 스포츠 관련 뉴스를 제 입으로 꺼낸 것도 빨간 티 입고 필승 코리아 부르던 2002년 이후 처음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얼토당토 않은 말을 꺼낸 이유?
음.... 사람이 살다 보면 단체카톡방에서 들은 외마디 비명도 화제에 올릴 만큼 할 말이 없기도 하더라구요.
그렇지만 역시 10년 동안 이런 저를 보아 온 제 친구는 제 이런 정신나간 말에도 당황하지 않고 명치를 빡!
이 아니라, 침착하게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어요.
"칼날아, 애초에 삼성 이름 붙은 축구팀은 없어."
어머!; 그랬군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났다는 회사라 야구팀도 있고 축구팀도 있고 배구팀도 있고 뭐 그럴 줄 알았는데....
"그럼 우리 나라엔 야구팀이랑 축구팀이랑 다 가지고 있는 회사는 아예 없어?"
"음...... 애초에 축구팀에는 연고지 이름이 붙지, 회사 이름은 안 붙이는데......;;;;"
"아 뭔 소리야 ㅠㅜ 회사 이름이 왜 안 붙어~ 전주 KCC! 서울 FC! 이런 거 다 붙는 거 아냐?"
아.... 그랬죠....
제가 그랬죠....
그 땐 왜 이리도 자신만만했는지......
전 KCC가 페인트 만드는 회사니까, FC면 무슨.... 반도체나, 샤시나, 뭐 그런 거 만드는 회산 줄 알았죠....
풋볼 클럽(Football Club) 이었다니!!
깜짝이야!
솔직히 말하면, 장난치는 줄 알고 네이버에 검색해 봤는데, 우와! 진짜 Football Club이더라구요!
저희집이 상암동이라 진짜 서울FC 플래카드가 사시사철 가로등에서 나풀나풀거리고 있는데, 풋볼클럽 약자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그러고 보니 웬지 FC 회사가 여기저기에 축구팀을 넘 많이 만든다 했어!
여기저기 FC 판이더라니......
스포츠 게시판을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초보적인 지식이겠지만,
제겐 요구르트를 너무 열심히 쭈뿌뿌뿌뿌뿝 빨아먹으면 입술 위가 멍든다는 걸 처음 알았던 날만큼이나 충격적인 발견이라 기념으로 축게에 처음으로 글을 올려 봅니다.
제가 별로 오래 살진 않았지만 그러고 보면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