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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cook_120120
    작성자 : 푸딩
    추천 : 10
    조회수 : 1061
    IP : 112.186.***.145
    댓글 : 18개
    등록시간 : 2014/10/20 23:06:17
    http://todayhumor.com/?cook_120120 모바일
    사브레. 나는 오늘 네가 슬프다


    국민학교 6학년때였나.. 
    아마 소풍날로 기억한다.

    그 시절엔 동네 슈퍼에 가면
    봉지과자는 저렴한거, 종이포장 과자는 비싼거 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100원만 이라는 소리도 어렵던 시절에
    고급스럽게 종이포장이 되어있는
    너를 산다는 것은
    내게는 큰 모험이었다.

    그런 너를 소풍날 친구의 손에서 발견했다.

    "나 하나만~"

    평소 친하게 지내는 녀석도 아니었기에
    뻘쭘하기도 했기만
    그게 큰 대수랴, 난 도무지 네가 어떤 맛인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는걸..

    바. 삭. 
    사르르.. 

    이 두 소리로 표현되는 너였다.
    입안가득 달콤함이 들어와서 춤을 추는듯한 기분이었다.
    새우깡, 자갈치에서는 느낄 수 없던
    순수한 맛이 느껴졌다.

    목이 약간 막히는 기분이 들어
    가져온 사이다를 들이켜니
    달달함이 두배가 되었다.
    친구의 추천으로 서울우유와도 함께 먹어 보았다.
    10년을 조금 살았는데  이 상황이 천국이란걸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 후로 나는 내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싶을때면
    네 포장지를 벗기는 일련의 의식
    - 띠지를 돌려서 벗기고 열면
    ㄷ자로 되어있는 안쪽 포장지안에 과자가 가득 채워져있었고,
    그대로 밖으로 쑤욱 빼내어 먹을 수 있는 - 을 통하여 행복을 맛보았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하루보다 1년이 더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사는 오늘..
    회사 동료들과 선지해장국에 소주 일잔을 하고 나왔드랬다. 

    알딸딸한 마음에 느끼해진 마음을 달래려
    반사적으로 편의점으로 향했다.

    술을 마시면 왜 그렇게 아이스크림이 땡기는지..
    주류업체와 빙과업체간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며 어슬렁거리다가
    너를 발견했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너를 벗기는 내 손은
    어릴적보다는 약간 성의없어졌고 투박했지만 여전히 설레였다.

    허나,
    종이곽 포장지 안에 또 비닐 포장지..
    예전보다 훨씬 작아진 크기..
    15개에 1,700원이라는 극악무도한 가격..
    나는 왜그런지 실망보다는 슬펐다.

    내 손이 커진 것이겠지,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자위해버렸다.

    나중에 성공하면 맨날 맨날 사먹어야지!
    아껴먹다가 눅눅해져도 아쉬워하지 않아야지!
    라며 다짐하며 살았던 내 어린 시절이 가여워서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말았다.

    그렇게 추억은 또 슬퍼져버렸다.
    오늘밤은..변해버린 네가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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