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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종전선언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걸 지금 국힘당 같은 보수 세력에서 계속 반대하고 있죠.
국힘당 대선주자인 윤석열도 종전선언을 반대하고,
국힘당에서 미국 네오콘과 친분이 있는 나경원도 미국까지 가서 종전선언을 반대했습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왜 국힘당 같은 대한민국 보수 세력들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반대하는가?
이를 두고 민주 진영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그들이 한반도 평화를 반대하는 일본 극우 세력의 앞잡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볼 일이 아닙니다.
먼저 국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정서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사람은 젊은 시절에 형성된 가치관이 거의 평생 동안 사고를 지배합니다.
그런데 1960년대와 1970년대는 북한과의 적대적 대치 상황이
일상화된 시기였습니다.
1960년대에는 북한이 대통령을 죽이러 특수부대를 보냈고,
1970년대에는 민주 국가인 남베트남이 공산 국가인 북베트남한테 패망했는데,
여기서 남베트남의 패망이 아주 중요합니다.
1975년 남베트남이 패망하자
당시 박정희 유신 독재 정권은 이 사건을 가지고 국민들의 반공정서를 부풀려서
자신의 독재에 대한 반감을 희석시키려고 이용했습니다.
연일 거리에서 박정희 정부가 동원한 학생과 시민들이 몰려나와
굳건한 안보 정신을 잃어버리면
우리도 남베트남처럼 패망한다는 관제 시위를 계속 벌였습니다.
또한 TV와 라디오, 신문 같은 언론 매체들은
매일 같이 "남베트남 봐라! 빨갱이들이 쳐들어오면 순식간에 다 저렇게 망한다!",
"우리도 저렇게 망할 수 있다!",
"그러니까 무조건 닥치고 반공으로 정신 무장을 해야 한다!"라고
국민들을 상대로 맹목적인 반공을 강요하며
겁을 주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 SNS가 보편화된 21세기에도
메이저 언론들이 모두 똑같은 논조로 말한다면
국민들이 그러한 언론들의 주장에 동조하기 마련인데,
하물며 인터넷이나 SNS도 없었던 1970년대에
TV와 라디오, 신문 같은 언론 매체들이
매일을 저렇게 남베트남 꼴이 된다며 잔뜩 겁을 주었는데
자연히 국민들이 그런 주장들에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국힘당 지지자들의 대부분은
바로 그런 식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북한=북베트남 VS 남한=남베트남 이라는 가치관을 굳게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국힘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계열 정치인들이 집권하면
북한군이 쳐들어오게 길을 열어준다고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고
요즘 네티즌들은 황당한 소리라며 비웃지만,
국힘당 지지자들한테는 그런 소리가 결코 허황되지 않고 아주 진지하게 들립니다.
왜? 그들은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고 자랐으니까요.
(중세 시절 유럽의 기독교 신자들은 평생 사탄을 무서워하고 살았습니다.
물론 기독교를 안 믿는 사람들한테는 평생가야 볼 수도 없는 사탄을 왜 무서워해야 했는지가 이해가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중세 유럽의 기독교 신자들은
사탄이 사람과 세상에 끼치는 해악들을
기독교 성직자들로부터 철저하게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어디에서도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존재인 사탄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믿었던 것도 가능하니
하물며 엄연히 존재하는 악의 세력인 북한에 대한 공포심을 간직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고 자란
지금의 국힘당 지지자들이 북한에 보이는 맹목적인 공포심과 증오심은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닙니다.
교육의 힘이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사실 국힘당 지지자들이 살았던 시대의 모습에 비추어 보아도
1969년까지 남한의 1인당 국민 소득은 북한보다 낮았고
1975년까지 남한의 1인당 GDP도 북한보다 낮았습니다.
쉽게 말해서 1970년대까지는 남북한의 국력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국힘당 지지자들은
남한과 북한이 1대 1로 전쟁을 벌이면
얼마든지 북한이 이기고 남한이 패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젊은 시절을 보낸 1970년대에 정신 세계가 딱 멈춰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왜 국힘당 지지자들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반대하느냐?
이것 역시 남베트남 패망과 관련이 있습니다.
남베트남 패망으로부터 2년 전인 1973년
남베트남을 대신하여 미국은 북베트남과 평화 협정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 후인 1975년,
북베트남은 평화 협정을 깨고 군대를 보내 남베트남으로 쳐들어왔는데,
미국은 북베트남과 평화 협정이 맺어졌다는 이유로
남베트남이 북베트남한테 패망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그러니 남베트남 패망에 대한 과정과 공포를 철저하게 교육받고 자란
지금의 국힘당 지지자들이 보기에 한반도 종전선언은
마치 남베트남의 패망 전조의 조짐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서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반도 종전선언을 하면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혹은 철수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더 이상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니,
북한이 얼마든지 쳐들어와 남한을 점령하고 적화통일을 할 수 있다!라고 믿는 것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국힘당 지지자들 중 일부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현 문재인 정부의 인사들이 종북 좌파고
미국 정부는 그들의 거짓말에 속고 있어서 북한의 실체를 모른다!
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요즘 네티즌들이야 한국의 국력이 북한을 추월한 시절인 1980년대나 그 이후에 젊은 시절을 보냈으니
북한이 남한을 점령하고 적화통일을 한다는 국힘당 지지자들의 생각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국힘당 지지자들은 1970년대, 북한에 대한 공포심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머릿속에서 한국은 언제라도 북한군이 쳐들어오면 순식간에 무너지는 약소국일 뿐입니다.
이러한 공포심은 이성이나 합리성, 혹은 자료를 가지고 극복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본래 공포심은 철저하게 비이성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도저히 이성이나 합리성을 가지고는 극복할 수 없습니다.
그럼 국힘당 지지자들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딱히 방법은 없습니다.
이는 박사모, 어버이연합, 태극기부대한테 다가가서
아무리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설명을 한다고 해도
그들이 결코 민주당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국힘당 지지자들이 국힘당을 지지하는 진짜 이유는
그것이 자신들한테 특별히 물질적인 이익을 주어서가 아닙니다.
실제로 국힘당 지지자들은 가난한 고령층이 대부분이고,
국힘당 정치인들이 그들한테 딱히 물질적인 혜택을 더 많이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국힘당 지지자들이 국힘당을 맹목적으로 따를까요?
지금 국힘당 대선 후보로 나선 윤석열이 왜 국힘당 지지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것은
그가 국힘당 지지자들의 정서를 만족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이 비록 멍청해보일지 모르나,
그는 철저하게 국힘당 지지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소리만 골라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힘당 지지자들의 윤석열에 대한 지지가 결코 내려가지 않는 것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시골 양로원의 노인들한테 온갖 잡상인들이 접근해서
그들한테 별로 쓸모가 없는 잡동사니를 비싸게 파는 것을
노인들이 다 알고서도 일부러 사주는 것과 같습니다.
왜? 잡상인들이 파는 물건들이 딱히 쓸모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과 정서를 공감해주기 때문이죠.
반면 국힘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결코 지지하지 않는 이유도 같은 차원입니다.
민주당은 국힘당 지지자들과 정서를 공감하지도 않고,
오히려 국힘당 지지자들의 가치관에 반대되는 말과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베트남전 참전 고엽제 피해자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국가 유공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비로소 국가 유공자로 인정을 받아서 연금 같은 복지 혜택을 받았습니다.
헌데 고엽제 피해자들은 자신들을 국가 유공자로 인정한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결코 감사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미워합니다.
반대로 자신들을 국가 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았던 박정희 정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열렬한 지지를 보내지요.
이는 노무현 정부 시기에 들어서 여러 언론들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를 거론하자
"우리는 남베트남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간 정의의 군대였는데
왜 민간인 학살 문제를 끄집어내서 우리가 치른 전쟁의 대의를 모욕하는가?"
하는 참전 군인들의 반발심 때문입니다.
즉,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자신들의 정서가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으니
그들은 노무현 정부로부터 아무리 많은 물질적인 혜택을 받아도
결코 노무현 정부한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 이유로 그들은 자신들의 전쟁이 사회적으로 정당하다고 인정되고 환영을 받았던 박정희 시절을 아직도 그리워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국힘당 지지자들이 반대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정서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그들은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북한과의 적대적인 대치 상황에서 살다보니,
그런 상황이 익숙해지고 오히려 편안함마저 느낍니다.
반면 북한과의 적대관계 해소 및 평화 공존은
그들한테 너무나 낮설고 어색한 일이다 보니
그런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렵게 느끼는 것입니다.
덧붙여: 국방 관련 뉴스들을 보면
의외로 보수쪽 사람들이 새로운 무기 도입이나 군사력 강화에
별반 관심이 없거나 냉담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입만 열면 애국과 반공을 외치는 그들이 왜 그런 모습을 보일까요?
이유는 위에서 밝혔듯이 그들은 남베트남의 패망을 남북 분단과 지나치게 동일시하기 때문입니다.
남베트남이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온갖 최신 무기들이 많았으나
그것들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북베트남한테 망한 것처럼
한국 보수들도 무기나 장비보다는
군인들을 상대로 북한에 대한 맹목적인 공포심과 증오심을 갖게 하는
이른바 정신력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아마 한국 보수들은 정신력만 있으면
맨주먹으로도 북한군 탱크나 전투기와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진지하게 믿을 겁니다.
그러나 전쟁은 개인간의 주먹다짐이 아니죠.
출처 | https://blog.daum.net/naymbi/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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