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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180772
    작성자 : 익명aGpwa
    추천 : 16
    조회수 : 878
    IP : aGpwa (변조아이피)
    댓글 : 96개
    등록시간 : 2014/08/18 11:01:39
    http://todayhumor.com/?gomin_1180772 모바일
    스무살 주부입니다

    남편 출근하는거 배웅하고 설거지 빨래 청소 등 집안일을 다 끝내니 이 시간이네요

    편의점 야간알바를 했었는데 한 달 반쯤 하니 몸이 버티질 못해 쓰러졌어요
    입원까지 하게 되버려서 급하게 알바도 그만두게 되버리고
    그러던 중 하게된 결혼이라 아직 적응도 안되고 시간도 영 안가고 심심하네요  


    저는 가족은 있었지만 가정은 없었습니다
    남들처럼 낳아준 부모는 있지만 길러준 엄마아빠가 없어요

    저에게 집은 잠을 자는 곳 그 이상이 못되었어요
    학기중엔 하루종일 학교에서 공부하고, 방학엔 하루종일 알바하고
    집은 늘 왜인지 차갑기만 하고 숨통이 조여오는 기분이 드는 그런 장소인줄로 알고 살아온 20년이었어요


    남편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그 어린 자식을 버리고 떠나고
    16살 아직은 어린 그 나이부터 살기위해 뭐든 닥치는대로 일해서 돈벌어 살아오기를 10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고생했다" 한 마디 전해주며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 한 명 있다는게 그렇게 행복한 일인줄 몰랐다고 말하네요


    나와 남편은 흔히 말하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었습니다
    집이 무섭고, 집이 싫고, 결국엔 돌아갈 집이 없고..


    스무살이 되어 새로이 만나게 된 대학의 동기들
    상상도 못해본 행복한 가정안에서 살고있었어요
    아니 사실 그게 평범한거겠죠
    부모님들이 내주신 등록금과, 매 달 받는 용돈으로 학교다니며 놀러도 다니는게 당연한..

    처음엔 신기했어요 나중엔 부러웠구요
    더 나중엔 화가 나다가 마지막엔 슬펐어요

    나는 왜


    그래도 나쁜마음 먹은적도 없고 그러려니 살아왔어요
    남들한테 내 사정 이해바란적도 없었어요
    아니 사실 있었어요 이해해주길 바랐는데 진실과 진심을 털어놔도 다른세계의 이야기인 양 여기는 그 눈빛들과 거기서 받은 상처를 기억해서 그냥 포기했던거였어요


    그런데 이해받았어요
    힘들었겠다 하고 꼭 안아주고 더 아픈 자기얘기를 해주는 사람을 만난거에요
    구원받은 기분이었어요
    난 혼자가 아니었구나
     
    품에 안겨 우는데 같이 살자 둘이 한번 행복해져보자 하는 이야기에 평생을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도 깊이 사랑했지만, 이젠 나에게 없으면 안 될 사람


    그런데 참 행복한데 사는게 여전히 팍팍해요
    남편 한 명 벌이로 갑자기 둘이서 살려니 안그래도 아끼던걸 더 아껴야하네요

    쓰러져서 알바를 중간에 그만두느라 아직 등록금 내기에 모자랐는데
    차라리 잘됐다 싶어 휴학을 하려해요
    그동안 일해서 그걸로 학교도 다니고 그동안 집안일도 열심히 익히고

    남편은 학교를 계속 다녔으면 좋겠다는 눈치에요
    내가 어디 가서 떳떳하지 못한건 싫대요
    어린 나이에 결혼하느라 학업에 충실하지 못하다 그런 시선을 받을까봐. 그런거 싫대요
    또 중학교졸업도 못 한 남편이라 학업에 콤플렉스가 조금은 있었는데
    내가 나름 괜찮은 대학 다니니까 주변에 뿌듯하기도 했다네요

    그런데 선뜻 다니라는 얘기를 못하는건 역시 돈문제겠죠
    참 마음아픈데 그게 또 당연한거라 담담해지는 날 보면 어지간히도 무뎌졌구나 싶어요

    사실 학교 다니고싶긴 한데.. 괜찮아요 남편만 있으면 돼


    어제 저녁 처음으로 집에서 같이 밥을 해먹었어요
    여태까지는 늘 사먹거나 라면만 끓여먹었거든요 남자 혼자 살던 집이라 요리를 할만한 재료도 가재도구도 없어서..

    같이 마트에 가서 후라이팬도 사고 쌀도 사고 달걀도 사고
    집에 와서 남편이 끓여준 된장찌개에 밥 먹으면서 진짜 정말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행복했어요

    차가운 물에 설거지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서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너무 가슴이 벅차서 나도 모르게 울었네요
    스스로도 궁상이다 생각들었지만 그래도 참 좋더라구요


    같이 자려고 누워 잘자요 사랑해요 얘기하고
    먼저 잠든 남편얼굴 바라보다 이마에, 뺨에, 입술에, 턱에, 어깨에, 손등에 하나하나 사랑을 담아 뽀뽀하는게 요새 사는 낙입니다


    원래도 자주 놀러다니진 못했지만 이젠 정말 아끼느라 친구들 만나러 가지도 못해서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요
    매일 남편이 퇴근해서 빨리 돌아오길 기다리고만 있네요

    사랑하는 내 남편 빗길에 운전 조심하고 너무 고생않고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이상 심심해서 써보는 넋두리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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