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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1099709
    작성자 : 글라우룽
    추천 : 49
    조회수 : 887
    IP : 61.80.***.163
    댓글 : 15개
    등록시간 : 2018/08/27 07:10:29
    http://todayhumor.com/?sisa_1099709 모바일
    오유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자랑스럽게 권할 수 있었던 커뮤니티였습니다.
    옵션
    • 창작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에서

    많은 어린 학생들도 마이크를 잡고 시민발언대에 올라서던 모습들 기억하실 겁니다.

    어리게만 봤던 아이들이 나라와 민주주의를 생각하며, 때로는 어른인 저조차도

    생각지 못했던 논지들을 짚어내며 시국을 논할 때, 미소와 눈물이 동시에

    제 얼굴을 타고 흐르던 감동적인 경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날 집회에선가 제 곁에 몇 명의 학생들이 자리를 잡았는데요, 그 날

    그 친구들은 자기 또래의 한 여학생이 시민 발언대에 올라 듣는 이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시원한 연설을 하는 것을 들으며, 자기들도 저런 스피치 좀 해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부러워하더군요.

    그런데 그 중 한 친구가 정치를 잘 모르는 우리 또래가 시류를 잘 판단할 수 있도록 공부가 되는

    좋은 인터넷 사이트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저는 선듯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오유 시게'를 소개해줬습니다.



    '오유 시사게시판'. 이곳에서는 많은 유저들이 박근혜 정부의 잘못에 대해 더없이 큰 분노를 표현하지만,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흔한 비속어마저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그 표현과 문장이 항상 정제되어있고,

    상호 존중과 경어, 치밀한 논리 위주로 시국을 논하니 한 번 들어가 보라고, 학생들이 원하는

    좋은 정보와 논지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거라고요. 박근혜 정부 출범 처음부터 국정원 댓글작업이

    만천하에 드러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던 곳도 바로 오유 시게였다는 깨알자랑까지 섞어서요.



    그날 그 친구들은 고맙게도 제 조언을 잘 받아들여주었고, 당장 오유어플까지 깔아가며,

    앞으로 이런 곳에 들러서 열심히 정치를 공부하고 배우겠다고 감사의 표현까지 해주었습니다.



    아마도 그 친구들은 최근에도 자신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바르고 선명해지길 바라며, 또한

    성숙한 시민의 토론과 논리를 기대하며 우리 시게에 드나들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런 친구들이 근래에 정말 오유 시게에 들어왔었다면, 무엇을 보고, 또 무엇을 배웠을지

    저는 정신이 아뜩해질 정도로 그들에게 송구합니다.

    최근 우리의 모습 주류가 어떠했는지, 어떤 어휘와, 어떤 태도와, 어떤 방식이 시게를 휩쓸었는지는

    더이상 부연할 필요가 없겠지요.....



    개인적으로 제가 2남 1녀를 슬하에 두고 있는데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제 맏아들만 해도,

    어느덧 머리가 굵어 뉴스에서든, 인터넷에서든 문재인 대통령 얼굴만 나오면 제게 보고를 하며 진지한 척을 합니다.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문재인 대통령 나왔다고. 아빠 빨리 보라고..

    그리고 제가 스마트폰으로 오유 시게에 들어와있을 때는 어느새 저도 모르게 옆에 다가와 제가 보던 글을 떠듬떠듬 함께 읽을 때도 있습니다.

    아차, 그렇죠. 이 녀석도 이제 한글을 떼고 막 열심히 읽을거리를 찾는 중이죠. 그러니 아빠가 스마트폰만 켜면 들여다보는 오유 시게나

    몇몇 뉴스 미디어창이 녀석 눈에도 익숙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녀석이 요 며칠 전에는 제게 묻더군요. "아빠, 그런데 아빠가 제일 좋은 사람들이라고 했던 여기 아빠 친구들,

    왜 이렇게 욕을 많이 하고 서로 싸워요? 아빠 친구들 다같이 아빠처럼 문재인 대통령 편이라면서 왜 같은 편끼리 이렇께까지 욕하는 거예요?"

    제가 아들한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 순간은 말문이 막혀서 어떻게 그 순간을 모면했는 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아니 한동안은 가끔씩 아빠몰래 아빠 스마트폰을 가져가서 아빠가 서핑하던 창들을 훑어보는 녀석을 더 주의깊에 경계하고,

    오유 글을 읽거나, 글을 올릴 때, 옆에 주변에 아들녀석이 있나없나 반드시 확인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것밖에는요..



    제가 2012년 12월 19일, 아들의 삶을 두고 다짐했던 것이 있습니다. 좀 유치하게 들리실 진 몰라도 나름 정말 비장한 다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세대가 존 코너가 되지는 못할 듯 하지만, 최소한 사라 코너의 몫은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겠다고.

    그래서 너만이라도 꼭 존 코너로 만들어서 네 시대에는 어두운 사회의 그늘을 걷어내고 너희들 스스로가 밝은 세상을 만들도록, 포기하지 않고 너를 이끌겠다고..



    다행히 문프가 버텨주시고 시대가 우리 세대를 선택해주셔서 우리는 예상보다 빠르게 좋은 시대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아직 재조산하의 길은 멀죠. 어쩌면 누군가 100년 전쟁이라고 표현한 이 전쟁은 아주 쉽게 끝나지 않을 지 모릅니다.

    결국 우리 세대에서 재조산하를 끝맺지 못하고, 우리 다음 세대가 전쟁의 바톤을 이어받아야 할 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아무쪼록.. 우리 오유 시게가 새로운 존 코너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소개하고 추천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어린 친구들이 밝은 미래에 대해서 건강한 담론의 방법과 논리와 설득의 기술을 배우고, 조금 결이 달라도 목표가 같은 이들끼리 연대하고, 큰 힘을 이루어내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적어도 자녀에게도 두고두고 자신있게 권하고 추천할 수 있는 오유시게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 2012년 12월 19일 페북에 썼던 글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sisa&no=955542#memoWrapper879898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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