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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1097359
    작성자 : 글라우룽
    추천 : 17/2
    조회수 : 582
    IP : 61.80.***.163
    댓글 : 24개
    등록시간 : 2018/08/23 12:18:27
    http://todayhumor.com/?sisa_1097359 모바일
    시게에 필요한 건 '무당'의 신기가 아니라, '고수'의 의견과 토론입니다
    옵션
    • 창작글

    지난 박근혜 탄핵심판에서 박근혜 변호인단 중 하나였던 김평우 변호사의 아버지이자, 무녀도, 등신불의 작가인 그 유명한 김동리 선생을 잘 아실 겁니다.
    그리고 박찬욱 영화감독이 가장 감명깊에 읽었다는 '관촌수필'과 '우리 동네'의 작가인 이문구 선생도 적잖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두 분은 각각 우리 문단에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다시피 한 분들이었죠. 김동리 선생은 장성한 아들의 행보도 그렇고 그 우익성향에 대해 더 말할 것도 없는 분이겠구요, 진보작가들의 단체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낸 이력의 이문구 선생의 진보성향에 대해서도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두 분은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분들이셨음에도, 아니, 서로를 부정하며 제거해야 하는 것이 당연했던 세월을 살았음에도 서로를 보호하고 존중하셨습니다.


    김동리 선생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문구 선생의 입학과 입단을 추천해 이끌어주셨고, 이문구 선생은 후일 김동리 선생이 같은 우익 인사들로부터도 비토받던 어려운 시절, 문단 내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되어줍니다. 

    사람들은 두 분을 빗대어 이야기합니다. 치열하게 대립하다가도 저렇게 서로 인정하고 도울 줄 아는 사람들이 진짜 고수인 거라고.


    한 두 번 글을 올려 언급했지만, 최근 시게는 토론을 넘어선 인신공격과 저주와 혐오가 넘쳐납니다.
    또 이재명을 넘어서, 명시적으로 이재명에 대해 뭔 말도 언급하지 않은 인사들까지도 재단하고 색깔을 나누어 저격합니다.
    그 와중에 과거 캐캐묵은 일들까지 찾아가지고 와서는 '봐라, 얘는 원래 우리 편이 아니었지? 얘는 원래 우리 편이 맞았지?' 하며 편가르기 놀이에 열을 올리고 있지요.

    그런데요? 여러분이 도마 위에 올리는 인사들의 과거 언행들, SNS기록들, 입장들 그것들이 정말 여러분이 속한 편과 그렇지 않은 편을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까? 또 그것들을 가지고 그 사람을 부정하고, 혐오하고, 제거하려 드는 것이 정말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우리가 이야기 나누는 장은 바로 '정치판'입니다. 정치판에서 과연 그런 것들로 사람을 재단하고 '뺄셈'을 거듭하는 것이 과연 우리 문프가 이끄시는 재조산하를 위해 유리한 행동인지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딴 건 몰라도 우리가 발디딘 판이 정치판이라면, 그에 걸맞게 누군가 표명한 입장과 발언에 대해서 그때그때 논리와 토론쟁점과 타협점을 찾아 비판하건 따지건 동조하건 할 일이지, 그의 과거 흑역사까지 끌어들여오는 건 지나친 일 아니겠습니까?


    아닌 말로, 우리 중에 과거부터 지금까지 모든 선택의 기로에서 당당한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예컨대 노무현 대통령께서 박연차 뇌물문제로 몰려계실 때 여기서 열토하시는 분들 모두 첨부터 끝까지 노무현 대통령 믿고 옹호하셨습니까? 이명박과 정동영이 대선에서 붙었을 때 차라리 투표 안하겠다고 기권한 분들과, 그래도 마지막 희망 가지고 정동영 응원한 분들 중에 정말 누가 더 옳았다고 편가르실 수 있겠습니까?

    또 안철수 처음 등장해서 서울시장 후보 양보하고, 5000억 기부해서 한나라당 애들 간담 서늘하게 할 때부터 그의 본성 알아보고 비토하신 분들 몇 분이나 계십니까? 가깝게는 김종인에 대해서도, 박근혜 탄핵을 위한 국회절차에 대해서도, 심지어 드루킹의 정치평론에 대해서도, 노회찬 의원에 대해서도 정말 한 번의 삐끗함 없이 후회없는 선택해오셨나요?


    역사의 변곡점들 마다에서 한 번의 삐딱선 없이 올바른 선택하신 분 계시면 당당히 말씀해주십시오. 저 오늘부터 딴 사람보다, 심지어 문프보다 차라리 그 분 지지하고 나서겠습니다. 또 그 분께 오늘 앞으로 시국의 선택은 어때야 하는지,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서, 또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야당과의 대화 혹은 좀 더 뚜렷한 대립 사이에서 적어도 이번 분기만에라도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문프와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지, 진짜 포스트 문재인은 누군지 바로 그분께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정말 그럴 수 있다고, 또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정치판에 완벽한 사람, 아니 무당은 있을 수도 없고, 심지어 있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정치는 종교가 아니라 현실이며, 신기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해가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오유 시게,, 정치에 대한 입장을 나누는 곳이라면, 지금과 같은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한 두 번씩 들이받은 이들 중에는 다음, 다다음 번에 함께 해야 할 내 편이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작전세력이 정말 있는지, 음모론자들의 망상이 문제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오유는 정치에 대해서 논하는 게시판이라는 사실과 혹여 불순한 세력이 있다손 쳐도, 대부분의 유저가 순수하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작은 게시판 룰도 제대로 못지키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문파의 도적적 우월성에 일조하고 있다고 스스로 여기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그저 게시판 안에서 남에게 조금이라도 더 상처주려 애쓰고 발버둥치는 게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도 분명히 알 것 같습니다.


    서두에서 김동리 선생과 이문구 선생의 이야기를 말씀드렸습니다. 노선이 정반대인 분들도 서로를 존중하셨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 분을 진짜 고수라고 존경합니다.
    커뮤니티들 사이에서 선비요, 탱커로 일컬어지던 오유입니다. 오유다운 모습을 되찾아, 이 어려운 시기에 진영의 힘을 잘 정비하는 데 일조한 고수로 기억되는 오유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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