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신규원전을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유를 살펴보면요. 노후된 원전과 석탄 화력 발전소가 앞으로 10년 안에 해체 예정되어 있습니다. 당장 전력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기후협약으로 탄소배출량을 맞출려면 어쩔수 없는 선택입니다. 

그런데 원전 건설 방식이 아주 신박합니다.

영국 정부에서는 땅을 마련해 줄테니 

민간 사업자가 돈을 조달하고

원전을 지어서 

30년 동안 전력을 생산하여 투자금을 회수하라.

고장 수리는 니네가 알아서 고친다.

사고 났을 때 뒤수습도 니네들이 알아서 해라.

이런 조건으로 민간사업자가 나설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영국 정부에서는 30년 동안 시장가격의 15%를 더쳐져줘서 전기를 사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합니다. 원전 하나가 이런 조건으로 지어져 조만간 가동할거라 하는데, 프랑스 정부와 중국 국영 원전회사가 사업비를 보증해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워낙에 초기투자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리고 리스크를 나눠지기 위해 투자자까지 껴줘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15% 더 비싼 가격에 전기를 사주면 전기료가 올라가는거 아니냐는 반대여론이 형성됩니다. 반대여론 때문에 영국 정부도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다음 계약부터는 협상하기 나름이겠지만 비싼 가격에 전기를 팔기는 어렵게 되었다고 봐야죠.

자, 그럼 국영기업인 Kepco가 도시바의 우선협상 대상자로서의 지휘가 박탈되었다는 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도시바는 미래 먹거리로 원전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원전 시장에 참전했다가 대망하게 됩니다. 자세한 자초지정은 생략합니다. 도시바의 원전사업을 하는 자회사가 영국 정부로부터 Moorside 지역에 원전 건설 사업권을 따낸 후 이 자회사가 파산하게 됩니다. 그래서 도시바는 어쩔 수 없이 사업권을 넘겨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Kepco가 사업권을 넘기는 우선 협상 대상자가 됩니다. 원래는 올해 상반기에는 사업권을 넘기는 협상을 완료할 거라 생각했지요. 

그러나, 이 협상이 질질 끄게 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요.

첫째, 도시바는 Kepco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 합니다. 

둘째, 영국 정부가 15% 더 비싼 가격에 전기를 사준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세째,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기존에 맞춰어 놓았던 투자자들이 주저주저하고 있습니다.

네째, Kepco 사장이 최근 바뀌었는데, 이 분이 바뀐 환경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저의 뇌피셜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죠. 영국 현지 기사들을 보면 새로 임명된 사장의 Leadership을 거론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략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결국 지난달 말 도시바가 Kepco와 협상을 포기하고 다른 민간사업자를 알아보겠다고 발표합니다. 

영국정부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기후협약을 지키려면 어떻게든 노후한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폐기하고 신규 원전을 앉혀놓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15% 비싼 가격으로는 전기를 못 사줘도 영국 정부가 일정부분 투자하거나 보증을 서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도시바도 Kepco와 여전히 협상할 뜻이 있다고 언플하고 있고요.

영국 정부, 투자자들, 도시바, Kepco 모두 서로 손해보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삿빠 싸움 중인 것 같습니다. 현지 기사를 구글링해서 5-6개 읽어보니까 ㄷㅐ략의 상황이 나옵니다.   

Kepco는 국영기업입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훗날 청문회가 열리고 관련자들 험한 꼴 당할 수도 있습니다. 문통님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고요. 영국 원전 건설 사업이 유례없이 신박한지라 걱정이 됩니다. Kepco는 덥석 물지 말고 리스크와 이익을 잘 살펴야 할겁니다. 들어가는 것이 뻘짓이라고 판단되면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말고 아애 발 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