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베의 기원
일베라는 사이트는 다들 알다시피 몇년 전 '디시인사이드' 에서 파생된 커뮤니티야.
당시 디시도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했는데, 개방적인 디시도 수용 못하는 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이 있었어.
요즘 말하는 패드립과 섹드립 등이 그렇지.
이러한 글을 작성하면 금방 삭제되버리곤 했어.
(디시는 수많은 게시판들을 저비용으로 관리하기 위해 24시간 가동하는 조선족 알바를 이용하는 걸로 유명하지)
그러던 중 '코미디 갤러리'의 '모에명수' 라는 이용자가
디시인사이드의 이러한 '통제'에 불만을 품고 인터넷 사이트 하나를 만들게 돼.
그리고 디시에서도 수용하지 못하는 저급한 수준의 글들을 '저장'하기 시작하지.
바로 이것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일베 저장소' 야.
이후 모에명수는 SAD 라는 이용자에게 일베저장소 관리권한을 넘기고,
SAD가 2010년 군입대를 하면서 '새부(새침부끄)'에게 운영권을 넘기지.
일베저장소는 처음엔 단순히 디시의 컨텐츠를 똑같이 옮겨싣는 수준이었는데,
그 자극적인 내용에 맛을 들인 이용자가 하나 둘 늘면서 하나의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게 돼.
2. 일베가 문제되는 이유
처음의 대부분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일베를 신경쓰지 않았어.
그들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자기 취향껏 놀고 있었거든. 수준이 어떻든 간에.
일베가 화두가 된 건 지난 대선을 앞두면서부터야.
다들 알다시피 일베의 컨텐츠는 굉장히 자극적이야. 그래서 '재미있지'.
우리가 맵고 짠 것, 야한 것 등에 중독되듯이, 자극적인 내용은 사람을 '중독시켜'.
문제는 이러한 자극적인 내용이 정치적 성향과 결합하게 되었다는 데에 있어.
어느 정도 정신이 성숙하고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성인이라면, 자신만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해지게 되어 있어.
보통 지금의 경제 체제가 자신에게 수익을 안겨주거나 현 제체로 안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고 있다면 보수주의자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진보주의자가 되지.
그래서 보통 민주주의 국가에서 진보세력이 보수세력보다 많긴 하지만, (부자보다 서민이 많으니까)
보수세력은 보통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균형을 이루곤 해.
경제적인 이유가 크긴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정치권의 부정부패가 커지거나 관료주의의 확대도 진보주의자가 많아지는 이유중 하나야.
독재나 지나친 탄압 등으로 진보세력이 보수세력의 권력조차 압도할 정도로 늘고, 어떠한 계기가 주어지면 그것이 혁명이 되지.
그런데 일베는 대부분이 정치적 성향이 미성숙한 초중고 청소년과 20대 초반 이용자들이야.
일베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컨텐츠로 이러한 '정신적 미성숙자'들을 끌어들인 다음,
보수적, 혹은 극우적인 정치성향과 유머코드를 결합시킨 컨텐츠를 다른 것들과 섞어서 배포해.
운지, 전라디언, 광주는 그.. 하나의 폭동이야, 오씨팔, 노알라, ~했노, 가카 같은 말투가 좋은 예지.
이들은 처음엔 아무 것도 모른 채 이러한 말투를 따라하며 재미있어하다, 점점
광주 폭동의 증거이니, 전두환의 업적이니, 원조가카의 위업이니, 노짱이 종북이니 하는 게시물들을 읽게 되는거지.
그러한 게시물들도 합성이미지 등으로 재미있게 만들어 놨어. 이게 진짜 무서운 거야.....
이런 게시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애국자' 혹은 '보수주의자' 라고 착각하게 돼.
부모가 부자도 아니고, 자기도 땡전 한 푼 안 벌어본 애들이 보수주의자가 되는 희안한 현상이 벌어지는 거지.
이어지는 문제는 이렇게 '중독된' 사용자들이 스스로 정치적 컨텐츠를 확대 재생산하는 거야.
이쯤 되면 원래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던 '진짜 보수주의자' 들은 손을 떼도 되지.
마치 전염병처럼, 스스로 구축한 정치적 내성이 없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상대로 무섭게 확산되는 거야.
지금도 일베에 가면 노짱이니, 광주니 하는 단어가 정말 상관없는 게시물에 적혀져 있는 경우가 많아.
재미있는 거지. 그런 말투를 쓰는 게.
정리하자면 일베의 문제는 단순히 게시물들이 저급해서가 아니야. 그건 디시에서도 그랬지.
일베의 진짜 문제는 정치적인 성향을 유머와 자극적 내용에 섞어서 배포하는 데에 있어.
이건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돼.
자라날 이나라의 새싹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정말 망국의 전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