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cKh3dn50SQ0?si=NjHsvZ0_O3dwhwbh" title="YouTube video player" frameborder="0"></iframe> </p> <p> </p> <p>2004년의 서울, 그날도 가을이었다. 공기는 선선했고, 하늘은 여느 평범 한 날 처럼 유난히도 맑았다. 어쩌면 나에게도 수많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익숙함에 기억조차 나지 않을 날 중 하나였을지 모른다. 볕이 쏟아지는 대학 캠퍼스에서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 시간, 늘 푸르렀던 나무에서 생명을 잃어가며 떨어져 내리는 것은 어쩌면 빨간 단풍 뿐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내 옆에는 눈물을 참으려 애쓰는 그녀, 지은이 있었다.</p> <p> </p> <p>"현수야, 우리 이제 그만하자."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이건, 이제 돌려줄게.” 그녀는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를 풀어 내게 건넸다. 팔찌는 바스라지는 단풍의 붉은 빛을 반사하며 빛바래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짙게 담긴 물건이었다.</span></p> <p> <span style="font-family:gulim,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span> </p> <p>이해가 안 된다는 투로, 아니 이해 하지 않겠다는 어투로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야?" 하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이해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되는 것 처럼, 나의 흐려진 눈이 분명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리라.</p> <p> </p> <p>"매일 이걸 보면서, 첫 생일에 건네주던 너를 생각했어. 이제 이걸 볼 때마다 날 잊지 않도록…” 끝 맺지 못한 말을 이어가 듯,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를 한 번 더 바라보더니, 천천히 일어나 걸어갔다.</p> <p> </p> <p>한참 동안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았다.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지은의 뒷 모습을 쫓듯 손에 쥔 팔찌를 바라보며, 행복 하기만 했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여전히 그 시간들은 짙은 추억을 되 비추며 가슴 속에 여전히 뛰고 있었다. 우리는, 헤어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팔찌를 차고 다녔다. 빛 바랜 낙엽을 코팅하여 스크랩 북에 갈무리 하듯, 식어버린 시간들 이라도 지은이와의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서.</p> <p> </p> <p>헤어진 후, 술에 의지하며 지냈다. 팔찌가 온기를 잃지 않도록 내 손목에서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부던히 애를 썼고, 매일 밤 보면 그녀가 돌아 올 것이라는 약속을 받은 것 처럼 바라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의 첫 생일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 신문과 우유를 배달하던 날들의 새벽의 공기를 모아, 파티를 기어코 열어냈던 스카이 바에서, 화가 에게 그리는 동안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이라도 받은 것 처럼 추억에 취해 멍하니 팔찌만 바라보고 있었다.</p> <p> </p> <p> 그 때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p> <p> </p> <p> <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2405/1716540863ee5b9b6096c6463fac2973b4e9da46a6__mn801936__w800__h800__f73979__Ym202405.png" alt="sonyung_hyunsoo_001.png" style="width:800px;height:800px;" filesize="739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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