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서울의 가을은 여전히 선선했고, 하늘은 유난히도 맑았다. 2024년의 서울은 디지털화가 완벽히 이루어진 도시였다. 거리마다 설치된 홀로그램 광고판이 눈부시게 빛났고, 드론들이 질서 정연하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나는 익숙한 길을 걸으며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도 평범한 하루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평범함은 작은 골목길에서 깨졌다. 내 앞에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는 나와 똑같이 생겼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나와 똑같이 놀란 표정이었다.

"이게 무슨...?"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는 나를 보며 똑같이 얼어붙어 있었다. 그의 눈에는 내가 모르는 고통과 피로가 서려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누구세요?"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놀라움과 공포가 더욱 짙어졌다.

"김현수... 그런데 이게 어떻게..."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와 같은 이름. 같은 얼굴. 하지만 분명히 다른 사람.

우리는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갔다. 경계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눈을 떼지 않았다.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리며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래전에 좋아했던, 소중한 물건. 정확히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물건이 중요한 단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물건에 대한 희미한 기억이 우리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혹시..." 나는 입을 떼려다 다시 닫았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등지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각각의 길을 걸으며,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과 마주할 준비를 했다. 이 만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물건이 어떤 진실을 숨기고 있는지는 앞으로 밝혀야 할 일이었다.

1장

20년의 시간 동안, 나는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었다. 헤어진 지은과 결국 재회했고, 우리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언제일까, 팔찌는 그 세월에 녹아들기라도 한 듯 사라지고 지은과 아이가 내 곁에서 함께 행복을 나누고 있었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지은과 아이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우리의 일상은 평화롭고 행복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다. 주말마다 우리는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웃음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