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잠도 안 오고 너무 심심해 아이작 기다리는 네크로모프마냥 바닥에 누워 숨만 쉬고 있는 모습을 본 여왕님이 한심하다를 넘어 참으로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참으로 딱한 인생이로구나 라며 날 끌고 어디론가 데려가시더니 도착한 곳이 영화관인데 심야타임에 세 편 연달아 보여주는 시스템에 놀라 멍하니 있을 때 여왕님이 괴로운 표정으로
날이 차구나 언제까지 그리 바보처럼 서있기만 할테냐 라고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데 내가 너무도 죄스런 마음에 입고있던 웃옷을 훌렁훌렁 벗어 어휴 여왕님 어서 이 거적데기라도 두르고 계셔요 라고 유난을 떠니 여왕님께선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둔한 녀석 이건 빨리 안으로 들어가자는 뜻이지 그러라는 뜻이 아니거늘 이라고 말하시며 혀를 차는데 어느틈에 표를 두 장 끊었는지 여왕님이 내 옷깃을 물어 안으로 끌고 극장으로 들어가는데 조명도 제대로 안 켜줘서 컴컴한지라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간신히 자리에 앉아 금방 나오는 영화를 보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시작부터 우주급인 스타쉽트루퍼스라 나는 행여 여왕님이 불쾌해하지 않으실까 염려하는 마음에 옆을 흘긋 쳐다보니 여왕님은 그야말로 그 커다란 눈에서 우주가 뿜어져 나오는 중이시라 나는 안심하며 여성상의탈의 씬밖에 기억나지 않는 영화를 다시금 감상하지만 예로부터 퓨어한 브로니인 나는 피와 체액이 휘날리는 영화의 잔혹함에 치를 떨며 팝콘을 집어 먹는 와중에 이번에도 상의탈의 씬밖에 못 봤는데 영화가 끝난거라 난 뭐 또 하나 더 틀어주겠지 하는데 여왕님께서 노기충만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확 찢어버릴 것 겉은 표정을 짓고 계시는데 나는 혹시라도 사상자가 나올까 우려돼 얼른 여왕님을 잡아 끌고 밖으로 나와 갈으며 여왕님 대체 왜그러시냐며 물음에도 대답이 없고 계속 된 나의 물음에 여왕님이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시며 말씀하시길
이 멍청하고 둔한 녀석 네녀석은 그 영상을 보며 아무런 슬픔도 느끼지 못한단 말이냐 하시는데 나는 최대한 표정관리하며 인간들이 평화를 되찾는게 그리도 슬픈 일인가 했지만 여왕님이 발굽으로 눈물을 훔치는데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눈물이 자꾸 새는 바람에 아무런 효과가 없어 내가 옷소매로 여왕님 눈물 닦아드리고 흥 하니 여왕님이 참으로 착하게도 코까지 흥 푸시고 난 그걸 보며 잠시 후회하고 그냥 아무 말 말고 집이나 가자는 생각에 그냥 휘적휘적 걷는 도중에 여왕님이 아직 맹한 목소리로
친구 같은 그들의 꿈도 희망도 없는 비참한 최후를 보자니 아직도 눈물이 가시지 않는구나 라 말씀하시고 코 한 번 훌쩍여주시는 진정 퓨어한 모습에서 위대한 선군의 모습을 보고 감동 받아 그 자리에 같이 주저앉아 여왕님을 부드럽게 끌어 앉고 귓가에 세상이 벌레천지가 돼도 제게는 언제나 여왕님 뿐이에여라고 속삭여봤으면 차암 조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