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그만두려고 합니다..." <div><br></div> <div>"아니, 왜? 어떤 점이 힘들었어? 내가 다 들어줄게. 누가 야단치는 사람이 있었나? 나는 아직 김선생 다른 데로 못보내. 지금 다른 데로 가봤자 고생만 할거야. 아직 실력이 부족해. 여기서 좀 더 실력 쌓아야지."</div> <div><br></div> <div>"저도 제가 부족하다는거 압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더 일해도 실력이 쌓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후 3시에 출근해서 새벽 2시까지 일합니다. 추가 수당도 없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수업하지도 못합니다. 방학은 더 힘들어요. 오후 1시에 출근해서 새벽 1시에 퇴근입니다. 그래요, 힘든 것은 좋습니다. 뭐 아직 젊다면 젊으니까 고생한 만큼 보이지 않는 실력이 쌓아지고 있을거라고 믿고 싶어요. 그런데요, 힘든 건 둘째치고 이래저래 눈치보면서 일하는게 힘들어요."</div> <div><br></div> <div>"김선생, 누가 선생을 눈치보게 만든단 말인가... 왜 나에게 말을 하지 않고..."</div> <div><br></div> <div>"원장님, 솔직히 저도 사회생활 좀 해봤다면 해본 사람입니다. 원장님 좀 너무하시네요. 원장님은 앞에서는 허허 하면서 너털웃음 지으시고 뒤에서는 부원장님, 실장님, 교무부장님들로 군기 잡으시잖아요? 고등부는 교재연구도 해야하니 힘들다고 말씀드렸는데 시수가 35타임에서 상의도 없이 40타임으로 늘었더군요. 시수를 원장님 결재 없이 통과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다 알면서 그냥 저임금에 쓰시는거 아닙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또 이렇게 답하시겠죠. '아니, 난 김선생이 그 정도는 충분히 해낼 역량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었는데 힘들었다면 내가 판단을 잘못했네.'하면서 저의 역량부족으로 넘기시겠죠. 애초에 일이 상의도 없이 진행된다는게 힘들다는걸 말하는겁니다."</div> <div><br></div> <div>"김선생, 나를 나쁜 사람으로 보고 있었구만. 오해일세. 그리고 나 또한 바로 그걸 말하고 싶은거네. 우리 학원이 여기서 가장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상황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시간표를 변경해서 적응하는 능력이야. 우리 학원 시간표가 평균 두 달에 한 번씩 바뀌는거 선생님들한테 큰 부담이 된다는거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유동적인 시간표로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네"</div> <div><br></div> <div>"저는 그 시간표 변동이 왜 당사자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한 것입니다. 그러면 또 시간표에는 선생님들의 이익이 반영되는 부분이니 어쩌니 하면서 기분 나빠 하시겠지요. 악역을 맡으시는 다른 간부 선생님들께서요. 저는 다른 세상도 있을거라 믿습니다. 여기서 떠나려고 합니다."</div> <div><br></div> <div>"조금만 더 일해주게.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 내가 설명해줌세."</div> <div><br></div> <div>"다른 이유가 뭡니까"</div> <div><br></div> <div>"... 자네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나?"</div> <div><br></div> <div>"예?"</div> <div><br></div> <div>"우리가 지금 어디에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네"</div> <div><br></div> <div>"당연히 원장실이지요."</div> <div><br></div> <div>"잘 둘러보게"</div> <div><br></div> <div>"지금 뭐하시는겁니까"</div> <div><br></div> <div>"문에 손잡이가 보이는가"</div> <div><br></div> <div>"손잡이는 여기에... 아니, 문이 어디에..."</div> <div><br></div> <div>"여기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구만..."</div> <div><br></div> <div>"무슨 말입니까?"</div> <div><br></div> <div>"설명하자면 좀 길어... 벌써 천장이 지워지기 시작하고 있구만..."</div> <div><br></div> <div>"이게 도대체..."</div> <div><br></div> <div>"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네... 안 그러면 김선생 또 잠에서 깨어나고 말걸세"</div> <div><br></div> <div>"잠에서 깨다니요? 무슨 말입니까?"</div> <div><br></div> <div>"일단 여기로 따라오게 작은 뒷문이 있구만"</div> <div><br></div> <div>"원장실에 뒷문이... 아니... 정말로 있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div> <div><br></div> <div>"일단 따라오게... 사실 나는 원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자네일세. 자네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네. 술, 약 등 여러가지 방법을 써봤지만 자네의 불면증을 낫게 할 수가 없었어. 결국 문제는 자네가 받아들이지 않는 무의식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네. 오늘은 정말 힘들게 겨우 잠들었는데 자네와 이야기를 나누어봐야 자네의 힘든 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원장으로..."</div> <div><br></div> <div>"무슨... 그렇다면... 믿기지 않지만... 당신은 또 다른 '나'라는 뜻입니까?"</div> <div><br></div> <div>"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약간 드라마틱한 표현이긴 하지만. 어쨌든 빨리 따라오게. 그대로 있다간 다시 잠에서 깨어버릴걸세"</div> <div><br></div> <div>"...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겁니까?"</div> <div><br></div> <div>"자네의 근본적인 문제를 만나러 간다네"</div> <div><br></div> <div>"무엇인지 추측되는 것이 있습니까?"</div> <div><br></div> <div>"아직은... 없네. 자네도 모른다는 것은 의식적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무언가라는 단서는 추측할 수 있지만... 여기서 계속 있다가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눈을 떴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꿈을 꾸었던 것 같다.</div> <div><br></div> <div>무덤덤한 듯 일어났지만, 표정은 그대로지만, 뭔가... 억울하고 서러운 느낌이 들었다.</div> <div><br></div> <div>다시 잠을 청했으나 쉽게 잠들지 못했다.</div>